사단법인 오픈넷은 워마드 운영자를 부당한 형사처벌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워마드 지켜주기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8년 부산시경찰청은 워마드에 올라온 남자 목욕탕 몰카 사진 게시물이 문제되자, 워마드 운영자를 아동음란물 유포죄, 음란물 유포죄, 명예훼손죄 “방조”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사하려 했습니다. 오픈넷은 이러한 경찰의 시도가 국제인권기준에 어긋난다고 비판하고, 워마드 운영자의 동의를 얻어 2019년 10월 28일 “워마드 지켜주기”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오픈넷은 캠페인의 일환으로 서명운동과 소송기금 모금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으며, 모금액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해 경찰청 출석시 동석하고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워마드 운영자에게 법률지원을 제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경기도남부경찰청에서도 남성 성기 사진 게시물을 이유로 워마드 운영자를 음란물유포죄 방조 혐의로 입건했음이 밝혀졌고, 이 사건에 대해서도 법률지원을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과 4월에 경기남부경찰청과 부산경찰청은 각 사건에 대해 불송치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로서 워마드 운영자는 형사처벌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워마드는 다양한 사람들이 익명으로 ‘미러링’ 전략에 입각하여 자신들의 의견을 올리는 급진적 페미니즘 성향의 웹사이트이며, 워마드 운영자는 이 글들을 방문자들이 볼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유지보수함으로써 공론의 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정보를 직접 제공하지 않고 제3자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제공하는 자를 강학상 ‘정보매개자(digital intermediary)’라고 부르며,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중 “정보의 제공을 매개하는 자”가 이에 해당됩니다. 이러한 정보매개자에는 워마드처럼 커뮤니티형 웹사이트뿐만 아니라 네이버, 다음, 구글, 유튜브,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과 같은 포털, 검색엔진, SNS, 메신저 등이 다 포함됩니다.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이 무궁무진한 양과 내용의 정보를 유통시킬 수 있는 인터넷의 특성상, 합법정보뿐만 아니라 불법정보도 유통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불법정보를 직접 유통한 자가 아닌 정보매개자에게 정보가 유통되는 장을 마련했다는 이유로 불법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운다면, 정보매개자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모든 게시글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검토하고 불법성을 판단하여 신속히 차단·삭제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기술적으로 불가능하며, 설사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정보매개자가 과도한 사적 검열을 행하여 합법적인 게시물도 삭제하거나 게시물을 올리기 전에 허가를 받도록 하는 사전허가제로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인터넷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됩니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정보매개자책임제한(intermediary liability safe harbor) 원칙 즉, 정보매개자에게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이용자들이 올린 불법게시물에 대해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마닐라 원칙을 확립한 바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인터넷 게시물 규제는 유례 없이 촘촘하고 과도한데, 이와 같은 강력한 규제는 튼실한 자본을 가진 거대 플랫폼보다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들이 주류 이데올로기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소규모의 자본으로 힘겹게 운영하고 있는 워마드와 같은 웹사이트나 플랫폼에 더욱 치명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매개자책임제한 원칙이 준수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워마드 운영자는 불법게시물을 인지하면 삭제해왔고, 인지하지 못한 불법게시물에 대해서는 삭제요청이 들어오면 성실하게 삭제해 왔습니다. 따라서 운영자는 책임이 없으며, 이번 부산경찰청과 경기남부경찰청의 불송치 처분은 실무 차원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이번 경찰의 결정은 환영하지만, 이용자가 올린 게시물의 불법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정보매개자가 매번 수사대상이 되어 형사처벌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보매개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공론의 장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면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있는 정보는 차단·삭제할 것이고 이러한 관리가 현실적·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소규모 커뮤니티나 플랫폼은 결국 문을 닫아야 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공론의 장은 협소해지고 이로 인해 인터넷 이용자들, 특히 사회적 소수자들의 표현의 자유는 심각하게 위축될 것입니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불법게시물을 올린 이용자에 대한 수사를 넘어 운영자를 방조 등의 혐의로 입건하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하며, 워마드 사건이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랍니다.
오픈넷은 자유, 공유, 개방의 인터넷을 지키기 위해 국제인권기준인 정보매개자책임제한 제도가 확립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워마드 지켜주기 캠페인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부산경찰청 변호인 의견서는 정보매개자책임제한과 관련 없는 쟁점이 많아 공개하지 않기로 합니다.
2021년 4월 29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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