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사다리를 아시나요?


백령도에 설치된 개구리사다리
©인천환경운동연합

개구리사다리란 이름 그대로 개구리를 위한 사다리입니다. 개구리로 대표되는 양서 파충류가 자력으로 탈출이 불가능한 수로나 우수관, 집수정 등에 빠졌을 때 자력으로 올라올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한 장치이죠. ​

부식되지 않는 스테인리스와 거의 부식되지 않는 나일론으로 만드는 것이 보편적이기에 한 번 설치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자 장점이기도 합니다.


고성 송정리의 한 농수로에 개구리사다리를 설치하는 모습
©한스자이델재단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2020년부터 연천, 백령도, 고성 등의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개구리사다리를 설치하는 활동에 참여해왔습니다. 2020년 2월 경기도 연천에서 처음으로 개구리사다리를 소개하는 워크숍에 참여한 이후 서울에서도 적용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마땅한 대상지를 찾지는 못했었습니다. ​

서울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양서류들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소생물 서식지에서 살아가고 있었기에 개구리사다리가 필요한 수로 등의 환경에 빠질 위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

이에 그간 개구리사다리에 대한 활동은 주로 접경 지역을 위주로 진행이 되어왔습니다. 연천 은대리 물거미 서식지의 농수로에 개구리사다리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백령도, 고성, 철원 등의 접경 지역에 개구리사다리를 설치해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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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전, 노을공원 주차장에서 노을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의 수로와 집수정에 맹꽁이가 많이 빠진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개구리사다리를 접하기 전, 월드컵공원을 관리하는 서부공원녹지사업소측에게서 들었던 이야기였죠. 이에 지난 4월 7일, 어쩌면 개구리사다리가 필요할지도 모르는 노을공원을 찾아갔습니다.


노을공원 올라가는 길
©서울환경운동연합

사진에서 볼 수 있다시피 노을공원 주차장에서 노을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양옆으로 길게 수로가 내어져 있습니다. 중간중간 수로보다 깊고 넓은 집수정이 자리하고 있고, 이 집수정에 맹꽁이들이 주로 빠진다고 하더군요. 사진상에서 확인 가능한 넓고 깊은 빗물받이가 바로 집수정의 뚜껑입니다.


개구리사다리를 설명 중인 최영 활동가
©서울환경운동연합

수로를 따라 오르고 올라 노을공원에 도착했습니다. 종종 노을공원에 올 일이 있긴 했지만 공원의 생태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는데요. 이에 노을공원 시민모임의 흐른 활동가님께 시간을 좀 부탁드렸습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설명에 의하면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등으로 나누어져 있는 월드컵 공원에서 맹꽁이가 가장 많은 곳이 노을공원이라고 합니다. 노을공원에 어떻게 맹꽁이가 많을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노을공원의 맹꽁이들이 수로로 빠지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현장을 돌아보며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공원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자 사진과 같은 연못(?)이 나왔습니다.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웅덩이를 본떠 만든듯한 모습인데, 물어보니 서부공원녹지사업소에서 관리하는 반딧불이 번식장이라고 합니다. 반딧불이 애벌레는 수중 생활을 하기에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선 위와 같은 연못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쓰레기 산이었던 노을공원에서 자연적으로 물이 흐르거나 고이거나 할리는 없으니 사업소에서 조금씩 물을 대주고 있다고 합니다.


©두산백과

여기서 잠깐 맹꽁이의 특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요? 개구리, 도롱뇽과 함께 도시생태계 보호의 상징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맹꽁이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 위기 야생생물 2급의 멸종 위기종입니다. 봄의 시작을 알리며 산란을 하는 대부분의 양서류들과는 달리 맹꽁이들은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하는 5월부터 7월까지 산란을 합니다. ​

이들은 주로 장마철 만들어진 웅덩이나 고인 물가 등에서 산란을 하곤 하는데, 노을공원에는 반딧불이 번식을 위해 수시로 물을 대고 있는 곳이 있다 보니 맹꽁이들이 산란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월드컵공원 안에서도 노을공원에 특히 맹꽁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맹꽁이들, 그리고 맹꽁이알과 올챙이들이 올라오는 길에 보았던 집수정에 갇히게 되는 이유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바로 맹꽁이들과 알이 사진상에 보이는 수로로 빠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진에 잘 나와있지는 않지만 사진의 오른쪽에는 방금 보았던 반딧불이 번식장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맹꽁이들이 주로 산란을 하는 장마철 비가 많이 내리게 되면 연못의 물이 넘치게 되고 자연스럽게 위 수로로 흘러들어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공원 바깥으로 나와서 수로에 빠진 맹꽁이들이 어떻게 흘러가게 되는지를 들었습니다. 그나마도 운이 좋으면 상대적으로 깊은 집수정에 고여 사업소 직원들에게 구출 될 수도 있지만, 아니라면 그대로 한강까지 휩쓸려 넘어가게 되는 구조였습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수로를 따라 내려가며 개구리사다리 설치가 필요해 보이는 집수정도 살펴보았습니다. 뚜껑처럼 덮여 있는 빗물받이의 외곽 부분을 잘라내어 지상으로 바로 이어지는 사다리를 놓아주면 맹꽁이들이 스스로도 올라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서울환경운동연합

집수정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보니 안에 저런 것이 설치되어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물어보니 바이오매트라 하더군요. 맹꽁이들이 스스로 올라올 수 있도록 사업소 측에서 설치한 것이라고 하는데. 어린 맹꽁이들이 쓰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특히 바이오매트를 잡고 위까지 올라온다고 해도 매트가 집수정의 뚜껑 아래서 바로 끊겨 버리기 때문에 바깥으로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

많은 분들이 양서류에 대해 착각하는 부분 중 하나인데, 작은 양서류들은 3~5cm 정도 높이의 벽도 뛰어넘지 못합니다. 특히 폴짝폴짝 뛰어가는 개구리의 모습을 생각하며 작은 장애물쯤이야 개구리들이 자연스레 뛰어넘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구리는 앞으로는 잘 뛰어도 위로는 잘 뛰지 못합니다. 하물며 맹꽁이는 어떨까요? 서부공원녹지사업소에서 맹꽁이들을 위해 바이오매트를 설치한 의의는 아주 좋습니다만, 맹꽁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배려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노을공원의 맹꽁이 조형물
©서울환경운동연합

사업소와 소통을 해본 결과 사업소 측에선 노을공원 집수정에 개구리사다리 설치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의향을 전해왔습니다. 먼저 설치했던 바이오매트의 상처가 쓰라려서 였을까요..​

노을공원에 맹꽁이가 보이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살아왔다는 것은 분명 서식하기에 요건이 나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맹꽁이들이 매 산란철마다 위험에 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조금씩이라도 더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리들의 역할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