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장혜영 의원, 다양성과 포용이 필요한 한국 국회의 현실 지적
(서울 2021-04-01) 3월 31일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와 트랜스해방전선이 온라인 컨퍼런스를 공동 주최하며, 그동안 조명받지 못한 다양한 트랜스젠더의 삶과 인권에 대한 논의를 펼쳤다. 해외 트랜스 정치인 조지나 베이어 뉴질랜드 전 국회의원 그리고 앨라이 정치인 엘리자베스 케리케리 뉴질랜드 현 국회의원과 더불어 국내에서는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 임푸른 전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그리고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대표가 발표자로 참석하고 김겨울 트랜스해방전선 대표가 행사의 진행을 맡았다.
세계최초 트랜스젠더 국회의원이자 컨퍼런스의 기조 발제자인 조지나 베이어(Georgina Beyer) 전 의원은 지난 8년간의 의정 활동 전후로 얻은 경험을 나눴다. 베이어 전 의원은 “지역구 의원으로서 정치적 부담은 있었지만 1999년 당선 이후로 트랜스젠더와 성소수자를 처벌하고 차별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들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며 “트랜스젠더가 겪는 사회보장, 정신건강, 보건, 주거, 교육 등의 문제는 사실 모두의 문제다. 평등을 원한다면 더 담대하게 이 문제와 맞서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베이어 전 의원은 트랜스젠더의 죽음과 관련하여 “우리의 존재를 불법화하는 사회와 시대 때문에 많은 이들이 스러져갔다. 이들의 죽음은 너무나 비통하지만 이들을 추모하고, 기릴 수 있는 날을 요구하고 더 이상 누구도 소외되거나 배제되지 않아야 함을 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의 약 10%가 성소수자로,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정체성을 보여주는 뉴질랜드 국회의 양당 성소수자 네트워크의 공동 대표인 엘리자베스 케리케리(Elizabeth Kerekere) 의원은 베이어 의원의 기조 발표에 이어 비트랜스젠더 앨라이(지지자)로서 트랜스젠더 인권 옹호 활동을 역설했다. 케리케리 의원은 “국회에서 트랜스젠더가 더 많이 발언할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트랜스 후보자를 발굴하고, 이들을 위한 모금을 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며 “이는 그 누구보다 당사자들이 자신의 커뮤니티를 대표하여 말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트랜스 인권을 옹호하는 일은 그저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심각한 해를 끼치는 시스템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폭력을 겪지 않는 사회, 이를 달성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은 사회를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외 트랜스 정치인과 앨라이 정치인을 모시고 다양한 트랜스젠더의 삶과 정치적 역할을 보여주고자 기획된 이번 컨퍼런스는 한국의 트랜스젠더의 상황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박한희 대표는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에 참여하며 확인한 한국의 트랜스젠더가 직면한 차별에 대해 발표했다. 박 대표는 “트랜스젠더가 사회에 인식된 지 수십 년이 되도록 국가기관의 실태조사가 2020년에서야 이뤄졌다는 것은 트랜스젠더가 얼마나 정책적, 통계적으로 가시화되지 못했는지를 방증하는 것”이라며 “마스크 구매부터 화장실 이용까지 재화, 용역 그리고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도록 하는 차별을 막기 위해 차별금지법이 시급하다. 현재 이에 부응하지 않고 있는 기성정치가 더 집중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임푸른 전 비례대표 후보는 지난 21대 총선에 트랜스젠더 후보로 출마한 경험을 공유하며 “성소수자의 정치세력화가 퀴어운동의 대중화의 핵심과제라고 판단했기에 후보로서 많이 부족했지만 출사표를 던졌다”며 “앞으로 많은 성소수자 후보들이 정당에서 후보가 되는 당내 경쟁 과정을 통해 대중을 설득하는 ‘성공 경험’을 하게 되면, 퀴어운동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고 LGBTI의 더욱 적극적인 정치 활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안을 대표 발의하고 제정에 힘쓰고 있는 장혜영 의원도 발표자로 나서, 한국 국회 내 성소수자에 대한 무지와 편견, 그리고 이를 전시하거나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혐오정치를 꼬집었다. 장 의원은 “일부 의원들은 자신의 발언이 왜 혐오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등 반성과 성찰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지난 14년 동안 수 차례 차별금지법 제정을 시도하며 많은 의원들이 LGBTI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생각하지만, 학습된 두려움으로 인해 토론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비통한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는 물론 국회 안에서도 변화의 조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일 행사에는 트랜스젠더 당사자를 비롯한 앨라이 약 160명 이상이 참여해 발표자들과 질의응답을 이어가며, 그동안 사회에서 조명받지 못한 소수자들의 인권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이어갔다.
행사를 공동주최한 트랜스해방전선의 김겨울 대표는 “우리가 여기 있고,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알리고 지워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날인 오늘 이렇게 뜻 깊은 행사를 진행하게 되어 기쁘다”며, “정치와 우리의 삶이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임에도 기존 정치권에서 그리고 제도적으로 고려대상이 되지 못했던 현실이 굉장히 안타깝지만 오늘 컨퍼런스를 통해 더 이상 트랜스젠더를 지워지는 존재가 아닌 같은 시민으로 존중 받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의 공동운영자 정숙조신은 “한국에서 어느 때보다 트랜스젠더 이슈가 많이 가시화된 이때, 뜻 깊은 행사에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며 “트랜스젠더 의제를 많은 사람이 인식하고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윤지현 사무처장은 “트랜스젠더 인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해외 정치인의 활동을 듣는것 만으로도 오늘 참석한 모두에게 큰 용기와 힘이 되었다”며 “앞으로 다채로운 트랜스젠더의 삶과 대한 더 활발한 논의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