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찾아온 한파가 막바지에 달했던 18일(목), 서울환경연합은 인왕산에 위치한 양서류 서식지인 누상동 계곡과 수성동 계곡 그리고 백사실계곡 생태경관보전지역에 다녀왔습니다.
누상동에 위치한 양서류 서식지를 찾아 올라가는 길입니다. 목적지에 거의 다 와가는데 주거시설과 체육시설 등이 눈에 띕니다. 이런 특성 때문인지 자치구 등에서 따로 조성한 인공서식지가 아님에도 지역 주민들의 왕래가 꽤나 있는 편입니다.
시국도 시국이거니와 날이 꽤 쌀쌀했기에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누군가 나와있었습니다. 저는 생물 서식지를 관찰할 때는 최대한 다른 시민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처음에는 보호종이 서식하는 것이 알려지면 여러 방면에서 보호 활동이 더 용이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사진상에서도 보이다시피 서식지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나뭇가지로 진입로를 막아놓은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것보다 강력한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넘어가기 너무 쉬워 보이지 않나요..
슬프게도 서식지에 고인 물이 전부 얼어있었습니다. 사실 이날 인왕산 누상동 계곡을 방문한 가장 큰 이유는 이미 온라인을 통해 누상동 계곡에 도롱뇽의 산란 소식을 접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기온이 따듯해지자 겨울잠에서 깨어난 도롱뇽들이 나와 산란을 한 것이었겠죠. 그러나 다시금 한파가 찾아왔고 물이 얼어붙어버렸습니다. 기후 때문에 양서류들이 멸종될 위기에 처한 단편적 원인입니다.
개구리와 도롱뇽이 살아가는 소생물서식공간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이고 뒤로는 웬 파이프 같은 것이 눈에 띕니다.
이것의 정체는 상부 군부대에서 내려오는 하수관입니다. 겨울철이면 하수관이 동파되어 파손되는 일이 주기적으로 발생했었습니다. 군부대에서 내려온 생활하수가 1급수 지표종인 도롱뇽 서식지에 유입되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지속적으로 벌어졌던 겁니다.
서울환경연합도, 누상동 소생물서식공간을 찾는 지역의 주민들도 이런 하수관에 대한 우려를 계속 표해왔었기에 저런 철판으로 하수관을 감싸놓게 된 것입니다. 군부대를 이전하거나, 하수관 자체를 없애는 게 소생물서식공간에는 가장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서울에서 보호종을 대하는 취급이 썩 좋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 대안을 마련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후 고개를 몇 개 넘어 수성동 계곡으로 넘어왔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류 부근은 물길이 얼어붙은 것이 눈에 띕니다. 그리고 까치 한 마리가 얼음 밑에 먹을 것이라도 있는 양 부리로 얼음을 쪼아대고 있었습니다.
수성동 계곡의 최상단, 청계천 발원지까지 올라와서 주변을 살펴봤습니다. 사진 상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누상동과 마찬가지로 군사시설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의 산에는 군부대가 참 많아요.
발원지의 경우 계속 어디선가 물이 유입되고 있어서인지 물이 조금씩이나마 흐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버들치 몇 마리가 돌아다니는 모습은 보이나 누상동과는 달리 이곳엔 양서류의 산란 소식은 없는 듯 보였습니다.
그렇게 인왕산의 두 양서류 서식지를 뒤로하고 백사실계곡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지난번 방문과 마찬가지로 아직은 물이 얼어붙어있었습니다.
현통사를 지나 홍제천으로 빠져나가는 지점은 완전히 꽝꽝 얼어있었습니다.
지난해 가을쯤 들어서면서부터 백사실계곡에 대대적인 리뉴얼(?)이 있었습니다. 산책로를 정비하고, 몇 가지 수종을 식재하는 등 꽤나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은색 철기둥(?)같은 것들도 그때 다시 정비된 시설 중 하나입니다.
요런 표지판이 나옵니다. 약 17년 전에는 도롱뇽 난괴 수만 개가 발견됐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수십 개 발견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 실정입니다.
새롭게 정비한 목책(?)을 따라 계속 올라갑니다.
그럼 지난가을 새로 심어놓은 단풍나무가 나옵니다. 이건 진짜 좀 너무하다 싶은 게, 생태경관보전지역의 지정 척도에서 경관이 중요한 것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원래의 경관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게 필요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더군다나 단풍나무는 백사실계곡의 생태계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수종입니다.
장마철이면 물이 가득 고여 무당개구리가 산란하던 별서터 연못도 물이 빠져있습니다. 계곡과 물길이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는 이상 물이 고이지 않는 이 연못의 특성상, 물이 가득 찬 모습을 보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다시 상류를 향해 올라가려는데 이곳에도 단풍나무가 심어져 있는 게 눈에 띕니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의 생태계를 보전하는 것에 대한 행정의 눈높이가 어느 정도인지 능히 알 수 있네요.
상류부로 올라오니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전히 눈과 얼음밖에는 보이지 않는데 말이죠.
경작지를 넘어 능금마을로 향하는 길목에 들어섰습니다.
능금마을 가는 길에 들어서고 나니 조금씩 물이 녹아서 흐르는 광경들이 보입니다. 아무래도 상류다 보니 물 흐름이 지속적으로 있어서 가능한 것이겠거니~ 싶었으나, 생각해 보니 상부에 있는 하수 정화시설에서 계속 물이 방수되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올라가서 확인해보니 김이 나거나 냄새가 나지는 않았지만 물량이 적어지는 겨울철 지속적으로 물이 공급되고 있는 게 좋은 일일지 나쁜 일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생태계보호지역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의견입니다.
서울환경연합은 서울의 생태계보호지역을 지속 가능하게 관리하고 보전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백사실계곡에 대한 생태보전활동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서울환경연합의 활동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리며, 다음에 또 다른 활동 소식으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