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재벌 세습을 제도화시키는
복수의결권 허용 법안 당장 폐기하라
□ 일시 : 2021년 2월 2일(화) 오전 11시
□ 장소 : 국회 분수대 앞
1. 취지 발언 : 정의당 류호정 의원
2. 단체별 발언 :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허 권 한국노총 부위원장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
장현술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
이동기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금융정책위원장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
3. 기자회견문 낭독 :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4. 질의 응답
재벌 세습을 제도화시키는 복수의결권 허용 법안 당장 폐기하라
– 통과될 경우 벤처투자 활성화가 아닌, 재벌왕국의 공고화 초래할 것
– 벤처 투자자의 과도한 경영개입은 벤처자금 공급준칙 도입으로 해결 가능
– 섣부른 복수의결권 허용은 오히려 기관투자자의 벤처 자금 공급만 위축
– 국회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법안이 가져올 심각한 부작용을 알고 관련 법안을 폐기해야 할 것
1. 비상장 벤처기업에게 1주에 10개 이하의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 법률안」(이하 ‘벤처기업법 개정안’)이 작년 12월 2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고, 다음 날인 23일 국회에 제출되었다. 아울러 내일은 관련 법안과 정책을 관장하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예정되어 있다. 이 법률 개정안은 2월 임시국회에서 기존에 발의된 관련 법안들과 함께 논의될 예정이다.
2. 정부안을 포함해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벤처기업법 개정안들은 창업주의 경영권 보호와 투자활성화를 제안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벤처투자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어떠한 부작용이 있을지도 충분히 검토하지도 않았음을 오히려 실토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우리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법안을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음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3. 복수의결권 주식은 차등의결권의 한 형태로 적은 자본으로 기업을 지배할 수 있게 하여, 소유와 지배의 괴리를 증대시키는 수단 중 하나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재벌 총수들은 소수의 지분으로 계열사 간 출자를 이용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데, 2020년 5월 기준 공시대상 55개 기업집단 재벌총수일가들은 평균 3.6%의 지분율로 57%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복수의결권 허용은 장기적으로 재벌 세습의 제도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4. 정부의 벤처법 개정안은 일몰조항을 두고 있는 등, 언뜻 보면 복수의결권 주식의 부작용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복수의결권 허용은 외국의 사례와 부합하지 않는다. 2004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허용된 구글의 IPO 등 외국 사례에서, 복수의결권을 요구한 경우는 유니콘 기업이 상장 때 경영권의 희석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에 반해, 정부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비상장 중소벤처기업을 유니콘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즉 벤처 기업의 성장기에는 복수의결권을 적용하고 상장 이후에는 소멸시키겠다는 것이다.
5. 문제는 태동 단계의 비상장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경영권을 전적으로 포기한 채 과연 벤처 기업에 선뜻 투자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상적인 투자자라면 복수의결권을 가진 중소벤처기업에 투자를 꺼릴 것임이 명백하다. 따라서 섣부른 복수의결권 도입은 벤처투자 활성화가 아니라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나 기관투자자의 벤처 투자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6. 만일 벤처 기업의 성장 단계에서 혁신가에 대한 투자자의 불필요하고 과도한 경영개입이 혁신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저해하는 것이 문제라면 이는 복수의결권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 간의 사적 계약으로 해결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정부가 할 일은 양자 간의 교섭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루어지지 않도록 정책적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다행히 정부는 벤처 자금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공급자이다. 따라서 정부는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펀드로부터 투자자금을 받으려는 벤처 캐피탈에게 ‘피투자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벤처자금 공급준칙 준수를 의무화함으로써 과도한 경영 간섭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7. 한국적 특수 상황에서, 비상장 벤처기업에게 허용되는 복수의결권은 오히려 재벌 세습에 악용될 수 있다. 재벌 후계자가 벤처기업들을 창업하고, 이 비상장 벤처기업들이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후에, 재벌 총수가 보유한 지주회사나 대표회사의 지분을 이 벤처기업들의 보통주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재벌 후계자가 손쉽게 세습을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복수의결권 주식을 10년 이후에 보통주로 전환해야 한다고 할지라도, 재벌 후계자가 새로운 벤처기업을 만들어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하고 두 벤처기업을 합병하면, 사실 상 10년 일몰규정은 무의미해진다.
8. 유동자금이 풍부한 상황에서 왜 B2B 중소벤처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 되지 않고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지에 대해 꼼꼼하게 짚어봤다면, 이러한 법안이 나올 수 없다. 재벌의 경제력집중과 기술탈취로 인해 B2B 중소벤처기업들에게 혁신의 기회와 유인이 없고, 따라서 이들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9. 우리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가 벤처기업법 개정안이 지니고 있는 심각한 문제를 인식하고, 법안을 폐기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이 정책을 관장할 중소벤처기업장관 후보자 역시 복수의결권 제도가 초래할 문제의 심각성을 깊히 명심하여, 이 정책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끝”
2021. 2. 2.
정의당 류호정 의원•경제민주주의21•경실련•금융정의연대•민주노총 •한국노총•한국YMCA전국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