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날이 참 이상합니다. 분명 아직 1월임에도 하루 중 최고기온을 보면 영상 10도를 넘기곤 합니다. 쌀쌀해야 할 겨울에 영상 10도라니.. 분명 북극에서 출발한 고기압이 제대로 힘을 못 쓰고 있단 증거일 테죠.


©서울환경운동연합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25일 백사실계곡 생태경관보전지역을 찾았습니다. 지난 8일에 방문하고 불과 17일 만에 다시 계곡을 찾은 것은 생태계보호지역시민네트워크에 백사실계곡을 안내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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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보호지역시민네트워크는 서울지역의 생태계보호지역(생태경관보전지역+야생생물보호구역+철새보호구역)을 대상으로 보호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만든 네트워크입니다. 생태계보호지역의 과도한 공원화나 관광자원화, 보호 대상 생물종에게 가해지는 일상적인 위협까지 대부분의 생태계보호지역들이 앉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공통된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시작된 이 네트워크는, 작년 우면산 야생생물보호구역 모니터링을 시작으로 난지 야생생물보호구역, 중랑천 야생생물보호구역, 진관 야생생물보호구역, 샛강 생태공원 등의 현장을 다니고 서울시와 생태계보호지역 현황에 대한 토론회를 진행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습니다.

올해는 생태경관보전지역을 위주로 현장을 살펴보기로 했기에 지난 25일, 제한적인 인원으로나마 함께 백사실계곡을 찾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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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실계곡에 들어서고 별서터로 발걸음을 옮기는 길, 동행한 생태계보호지역시민넷의 선생님들이 여러 가지 우려되는 점들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첫 번째는 과도한 조경식의 식재였습니다. 위 사진의 좌우로 새로 심겨진 나무들이 있는데. 이는 전부 단풍나무입니다. 아마도 단풍나무 길을 만들고 싶었던 것인지 계곡의 초입부터 능금마을까지 단풍나무가 쭉 심겨져 있는데요. 문제는 이 단풍나무가 백사실계곡의 생태계와 연결성이 없는 단순한 조경수일 뿐이라는 겁니다.

생태계보호지역임에도 지역의 생태계와 아무런 연결성이 없는 조경수를 식재하는 것은 작년에 방문했던 중랑천 야생생물보호구역에서도 보였던 모습입니다. 이는 생태계보호지역들이 공원으로서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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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 길을 지나 별서터에 올라서서 연못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여름철 큰 장마가 와야지만 물이 가득 차는 점, 대부분의 무당개구리 산란은 여기서 이뤄진다는 점 등과 백사실계곡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쉬다 간다는 점 등을 공유하고 잠시 숨을 돌렸는데요.

시민넷 선생님들은 이 별서터 앞 연못만 확실하게 보전하더라도 양서류 서식처로서 가치 있을 것 같다는 감상을 남겼습니다. 물론 몇 가지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일단 이 연못이 계곡 본류와 연결되어 있지 않기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연못에 물이 차질 않는다는 게 대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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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버린 본류를 보고, 무너져내렸다 다시 쌓아올린 사방시설에 대해 설명도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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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에서는 오른쪽 석축을 따라 시선을 위로 올리시다 보면 어딘가 이끼가 보이지 않는 지점이 있을 겁니다. 거기가 무너졌다 다시 쌓아올린 곳입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결국 바위나 시멘트와 같은 강성 자재는 마모되고 부서집니다. 장마철처럼 수위가 갑자기 높아질 때에도 계곡 주변을 안전하게 유지하려면 강성 자재로 만들어진 사방시설보다는 근본적으로 물이 흐르는 길을 넓게 만들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는 사유지가 많은 백사실계곡의 특성상 꽤나 실현하기 어려운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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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금마을과 최상류를 향해 다시 걸음을 돌렸습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단풍나무가 식재된 것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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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금마을에 거의 다다랐을 때 즘, 사진에서 보이다시피 엄청나게 얼음이 얼어있는 곳이 나왔습니다. 물이 많아지면 이렇게 물이 넘치기도 하고 하는데, 작년에는 가을에도 비가 많이 내리는 등 수위가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됐던 것이 이런 얼음이 만들어지는데 한몫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8일에 방문했을 때는 보도 위까지 전부 얼음이 뒤덮어서 통행이 불편했는데, 이번에 방문했을 때는 보도 위의 얼음은 전부 녹아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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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 부근에서 보이는 텃밭입니다. 백사실계곡 생태경관보전지역의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합니다. 능금마을은 옛날부터 임금께 진상하던 능금(토종 사과?)이란 과일을 농사지었다는 데서 능금마을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요. 이런 스토리와 함께 프리미엄이 붙은 과일이 꽤나 잘 팔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습니다.

능금의 꽃말이 유감이라고 하는데요. 선생님들께서도 이 풍경을 보고 유감을 금치 못하셨.. 죄송합니다.. 하지만 진짜로 유감을 금치 못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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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농경 행위가 가능하다는 것은 해당 지역이 보호 지역이 아니거나, 사유지거나 뭐 그런 이유가 있기 때문일 텐데요. 아마 둘 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농사를 지으며 주는 퇴비 등이 토양에 유입되어 인근의 토양까지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이는 수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은 됩니다만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없습니다.

다만 이런 상황이 계속될 수 있는 것은 생태경관보전지역에 다량의 사유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자치단체나 기초단체에서 매입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생태계보호지역에 배분되는 예산은 극히 제한적일뿐더러 그마저도 지역의 보전을 위해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기 때문입니다(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도 없고, 그러지도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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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금마을을 지나고 북악스카이웨이를 따라 최상류 준보전지역의 사방시설까지 보고 난 후 걸음을 돌려 내려갔습니다. 해당 사방시설의 경우 ‘토낭식 옹벽’이라는 공법이 적용됐는데요 나름 생태친화적인 공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년 5월 경 최상류 사방시설이 무너져 보수하는 과정에서 콘크리트를 사용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이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해서 이끌어낸 변화입니다.

이번 생태계보호지역시민넷의 백사실계곡 탐방은, 늘 이야기로만 소식을 전하던 백사실계곡의 실황을 함께 보고, 백사실계곡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전해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참 유의미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는 강남에 위치한 헌인릉 생태경관보전지역에 방문해보기로 하고 일정을 마무리했는데요. 다음 시간에도 다른 생태경관보전지역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