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경실련 2020년 11,12월호 – 우리들이야기(5)]
끝없이 탐구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뮤지컬 , 뮤지컬
효겸
벌써 올해의 마지막 이야기라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들려드렸던 뮤지컬들의 이야기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편에서 말씀드렸듯이 올해의 마지막 이야기도 창작 뮤지컬에 대해서 다루려고 합니다. 최근 대학로에서 보고 감명 깊었던 두 편의 뮤지컬을 묶어 보겠습니다. 바로 뮤지컬 와 입니다. 두 편 모두 과학적으로 역사에 길이 남는 업적을 남긴 과학자에 대해 작가의 상상력이 결합된 팩션(Fact+Fiction)의 형태이며, 각각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와 갈릴레오 갈릴레이, 요하네스 케플러가 주인공입니다.
먼저 뮤지컬 에 대해 소개해 보겠습니다. 이 뮤지컬은 폴란드 출신 이방인이자 여성이자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최초의 여성 과학자 마리 퀴리의 업적과 고뇌를 함께 다루며, 라듐 시계 직공인 안느 코발스키라는 마리의 친구이자 상상적 인물을 등장시킵니다. 두 사람은 바르샤뱌에서 파리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처음 만나 서로를 알게 되고,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서로의 이름을 적은 주기율표 지도와 고향의 흙이 담긴 길잡이 흙주머니를 교환합니다. 파리에 다다른 마리는 소르본대학에서 주기율표 빈 자리의 이름 없는 원소들을 찾아내기 위한 연구에 돌입하고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폴로늄과 라듐을 순차적으로 발견을 해 내 마침내 남편인 피에르 퀴리와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또한 방사선 치료의 초석을 열게 되는 라듐의 의학적 가능성을 발견하고 라듐 요법 임상시험에 돌입하게 됩니다.
반면 라듐의 유해성이 미처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안느가 일하는 라듐 시계 공장에서 직공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잇달아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 안에서 마리는 임상시험을 계속해서 진행할지, 아니면 이를 멈추어야 할지 엄청난 고뇌에 빠지게 됩니다. 결국 직공들 중 최후의 생존자가 된 안느는 공장의 탑 위에서 홀로 농성을 시작하고, 마리는 안느를 찾아 함께 탑 위에 오릅니다.
뮤지컬 를 살펴볼까요? 종교재판을 앞두고 갈릴레오는 딸인 수녀 마리아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의 방에 숨겨둔 편지들을 태워달라 말합니다. 모든 편지들은 16세기 말 독일의 수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가 갈릴레오에게 보낸 것들입니다. 케플러는 갈릴레오에게 본인의 상상력에 기반한 가설을 담은 ‘우주의 신비’라는 책을 동봉하고 함께 연구해 보지 않겠냐고 제안합니다. 처음에는 귀찮아 하던 갈릴레오도 케플러의 열정에 매료되어 그의 계산과 함께 답신을 보냅니다. 이는 성경에 기반한 천동설을 거스르고 코페르니쿠스가 주장했던 지동설을 대입해야 하는 가설이었지만 둘은 끊임없는 연구에 돌입하게 됩니다. 갈릴레오는 천체 관측이 가능한 망원경을 발명해 직접적으로 별을 관측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목성에 4개의 위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둘은 별의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라는 책을 발간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려했던 것처럼 교황청은 갈릴레오를 주시하고 있었고 갈릴레오는 이단으로 지목되어 종교재판에 회부됩니다.
이처럼 뮤지컬 와 는 모두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진실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을 담고 있습니다. 두 뮤지컬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대사가 있는데요. 바로 “궁금해서요”입니다. 에서는 피에르 퀴리가 마리를 처음 만났을 때 왜 과학을 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고, 에서는 갈릴레오가 케플러에게 수학자가 왜 우주를 궁금해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증명해 내기 위한 과학자들의 고뇌와 집념은 실로 고귀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리와 갈릴레오, 케플러는 미지의 세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하고 절대로 뒤로 물러서지 않으며 진실에 한 발짝 더 다가간 선구자인 것이지요.
확실히 둘 다 과학과 수학을 다루는 뮤지컬이라 대사의 양이 방대하고, 실질적인 수치가 나오는 대사들은 조금 헷갈리기까지 하는데요. 이러한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뮤지컬 와 는 특히나 조명의 활용이 뛰어납니다. 의 경우에는 주기율표, 방정식, 기호가 가득한 조명이 등장하고 마지막에는 원자번호가 기재된 폴로늄과 라듐, 방사능의 단위인 퀴리 조명도 등장합니다. 에서는 푸른 하늘에 떨어지는 무수한 별들과 별자리, 위성 조명들과 함께 케플러와 갈릴레오가 수학 계산에 몰입할 때는 계산되는 수식들이 조명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케플러와 갈릴레오가 편지를 주고받을 때도 하얀 유성우 같은 조명이 무대 양편을 오가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는 무대, 조명, 영상의 삼위일체라고 불릴 만큼 영상과 결합된 무대 구성이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케플러와 갈릴레오가 마침내 별을 관측하고 그들의 가설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별들이 공전하는 경로가 큰 원을 구성해서 온 무대를 스쳐 지나가는데요. 관객석에서 바라보는 무대가 황홀할 정도입니다.
두 뮤지컬의 넘버진도 매우 좋습니다. 대표 넘버들을 살펴보자면, 둘 다 연구에 큰 폭의 진전이 있는 절정의 순간에 나오는데요. 는 ‘예측할 수 없고 알려지지 않은’이라는 넘버로 마리가 피에르와 함께 라듐의 의학적 가능성을 발견해 내는 순간에 부릅니다. ‘예측할 수 없고 알려지지 않은 무언가에 온 맘이 들끓어. 이 매혹적이고 흥미진진한 가설(진리) 내 안을 온통 타오르게 해’라는 가사와 함께 마리의 열정과 희열에 가득한 표정을 볼 수가 있습니다. 동일한 넘버는 피에르가 마차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마리가 피에르를 상실한 슬픔에도 불구하고 라듐의 유해성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순간에도 나옵니다. 눈물 자국이 가득한 얼굴로 노래를 부르는 마리를 보고 있으면 그녀가 오롯이 감당해야 했던 고뇌와 사명감을 조금이나마 알 것도 같습니다.
는 갈릴레오가 마침내 목성의 주위를 도는 위성을 관측해 낼 때 부르는 ‘시데레우스 눈치우스’ 넘버입니다. ‘기나긴 거리를 넘어 별들의 이야길 전하고 기나긴 시간을 견뎌 별들의 소식을 받고 있어. 혼자선 알 수 없었던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천천히 변하기 시작하네’ 이 넘버를 끝으로 갈릴레오와 케플러는 책을 써내 사람들에게 이 새로운 진실을 알리자고 다짐합니다. 지금도 그들의 반짝이는 눈동자와 확신에 찬 표정이 절로 떠오르네요. 이 넘버 역시 극의 마지막 순간에도 등장하여 비록 종교재판에서는 지동설에 대한 주장을 다시 하지 않겠다고 서약하고 나온 갈릴레오이지만 세계 곳곳에서 그의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진실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그들의 생각이 마침내 옳았음을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두 뮤지컬 모두 등장인물 간의 연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는 여성 주인공과 또 다른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구성하며, 상대방을 지지하고 옹호하는 끈끈한 관계를 보여주었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커튼콜에서는 배우들이 또 다른 대표 넘버인 ‘그댄 내게 별’을 열창하는데요. ‘넌 항상 나였어. 너의 눈부신 꿈들이 날 빛나게 해. 앞이 보이지 않아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건 바로 너란 별 하나. 언제나 같은 자리에’ 누군가의 별이 된다는 것은 참 벅찬 일일 것 같습니다.
필자는 과학을 잘 모르는 문과생이었지만 두 뮤지컬은 상당히 흥미로웠고 감동적이었습니다. 넘버도 좋고, 서사도 탄탄했으며 무대 구성도 조화로웠습니다. 계속해서 이런 흥미로운 한국 창작 뮤지컬들이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극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필자는 부족하지만 뿌듯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남은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추신.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행하는 공연관람료 지원사업에 대해 안내드립니다. 소중한 일상, 소중한 문화티켓이라는 의미의 ‘소소티켓’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32,000원씩 총 2차로 진행되며 1인당 최대 64,000원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원하시는 예매사이트를 통해서 신청할 수 있고 11월 29일부터 2차 신청 기간이 도래합니다. 각 예매사이트의 상세 내용을 확인하시어 올해 연말까지 공연도 보시고 관람료도 지원 받으시는 행복한 연말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힘내라공연계
[같이 연뮤 볼래요]에서는 같이 이야기하고픈 연극과 뮤지컬을 소개해드립니다.
필자인 효겸님은 10년차 직장인이자, 연극과 뮤지컬를 사랑하는 11년차 연뮤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