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경실련 2020년 11,12월호 – 우리들이야기(4)]
2040년 전남 고흥군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
조진석 나와우리+책방이음 대표
올해 미국 총선의 핵심적인 관심은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책도 아니었고, 바이든의 정치적인 성향도 아니었고, 더더구나 북한 핵 문제도 아니었다. 이 모든 문제보다 더 중요한 쇠락한 산업단지(러스트 벨트·Rust Belt)가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선거의 쟁점이었다.
러스트 벨트는 미국 북동부 5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장지대다. 러스트는 영어로 녹을 뜻한다. 쇠락해 공장설비에 녹이 슬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부 뉴욕주와 펜실베이니아주를 포함해 웨스트버지니아, 오하이오, 인디애나, 미시간, 일리노이, 아이오와, 위스콘신 등 중서부와 중북부 주들을 일컫는다. 본래는 1870년대 이후 100년간 미국 산업을 주도해 공장(factory) 벨트로 불렸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제조업 쇠퇴로 인구가 줄고 범죄율이 치솟아 골칫거리가 됐다. 제조업체들이 해외와 미국 남부·서부 해안으로 이전하면서 인구 유출이 시작됐다. 2000년대 이후 인구감소율 상위 10개 도시 중 8개가 디트로이트, 플린트, 클리블랜드, 버펄로 등 이 지역에 있는 도시였다. 2013년 자동차산업 중심지인 디트로이트시 정부가 파산한 것은 쇠락의 대표적 사건으로 꼽힌다.
디트로이트의 예를 보자면, 1950년 디트로이트의 인구는 180만 명이었다. 미국의 빅3(포드· GM · 크라이슬러)가 자리 잡은 디트로이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고, 전 세계 자동차산업의 메카가 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일본 자동차회사들의 선전으로 디트로이트의 자동차산업은 막을 내리기 시작한다. 1990년대 들어 자동차산업이 더욱 쇠퇴하자 인구는 급속히 줄어들었다. 주민들의 평균 수입도 가구당 평균 5만 달러에서 2만 8,00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구와 가계소득의 감소는 도시의 재정을 압박했다. 먹고 살기 어려우니 인구는 계속 빠져나갔다. 디트로이트는 2013년 재정 악화로 파산하기에 이른다. 파산할 당시 이 도시의 인구는 70만 명 정도였다. 인구가 줄어들어도 기존의 도시 인프라는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이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점차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디트로이트는 채무를 갚기 위해 공공서비스의 질은 낮추고, 주민들의 주머니에서 세금은 더 걷었다. 미시간주에서 가장 높은 재산세와 소득세를 내게 되었다. 세금이 높으니 주민들의 소비력은 크게 낮아졌고 경제의 활력도 떨어졌다. 2008년 이후 디트로이트의 공원 70% 정도가 폐쇄되었다. 가로등 10개 중 하나는 작동하지 않았다.
일본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유바리시는 태백과 정선처럼 석탄산업이 유명했던 곳이다. 1960년 유바리 인구는 10만 명으로 전성기를 맞는다. 그러나 석탄에서 석유로 에너지 정책이 전환되면서 탄광들은 차례차례 폐쇄되었다. 1970년대 이후 일본의 석탄산업은 더욱 가파르게 기울었고, 사람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떠나갔다. 유바리 인구는 1980년에 이르러 5만 명 이하로 반토막 났다. 다급해진 시는 1980년대 말 관광도시로의 변신을 선언한다. “탄광에서 관광으로!”를 캐치프레이즈로 골프장·스키장·박물관 등을 짓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바리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은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일자리도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았고, 인구의 감소를 더 이상 막을 수 없었고 오히려 무모한 투자가 파산을 앞당겼다. 2006년 파산을 선언한다. 399명이던 시의 직원 수는 100명으로 줄었고, 연봉도 40% 수준으로 깎였다. 6개였던 초등학교와 3개였던 중학교는 각각 1개씩만 남겨두고 모두 문을 닫았다. 공공요금도 2배 이상 인상됐고, 시립 종합병원도 문을 닫았으며, 구급차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높은 세금의 형편없는 서비스는 유바리시의 인구 유출을 더욱 부추겼다. 2015년 현재 유바리의 인구는 1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1960년 10만 명이었던 인구가 현재 9천 명 정도이며, 인구의 50% 정도가 65세 이상의 노인이다.
마스다 히로야는 『지방소멸』에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와 ‘20~39세 여성 인구’를 비교해서, 여성 인구가 노인 인구의 절반에 미달하는 경우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했다. 이 기준을 일본의 지자체에 대입해보았더니 절반 정도인 896개가 소멸 위기에 있다고 밝혔다. 이런 ‘자연적 감소’에 더해 다른 지역으로의 인구 이동하는 ‘사회적 감소’ 부분도 중요하다. 그런데, 위와 같은 지역의 몰락과 인구 소멸이 미국과 일본보다 한국이 더 심각할지 모른다.
데이비드 콜먼이라는 영국의 인구학자는 우리나라를 300년 후 지도상에서 사라질 첫 번째 국가로 지목했다. 국내의 연구 결과도 비슷하게 비관적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입법·정책 수요 예측 모형을 통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한국인은 2750년에 ‘멸종’하게 된다(글쓴이 강조). 이 시뮬레이션 결과에 의하면 2172년에는 우리나라에 500만 명, 2198년에는 300만 명, 2256년에는 100만 명, 2379년에는 10만 명의 인구만 남게 된다. ‘통계로 나타난 인구’의 감소 추세를 확인해 볼 결과, 전남 고흥군은 2040년 인구가 0명이 된다. 충북 보은군은 2051년, 전남 해남군은 2059년, 경남 하동군은 2072년에 아무도 살지 않는 곳으로 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의 러스트 벨트의 쇠락을 걱정하는 것을 넘어서, 한국은 농업지대 소멸과 수도권의 초집중화까지 고민하지 않으면 한국은 확실히 지도상에 사라질 것이다. 과연 현 대통령을 포함한 한국의 정치인은 이것에 어떤 대책을 내고 있는가. 『지방정부 살생부』,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는 대책을 위한 필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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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문을 열었으며, 우리 사회를 밝게 만드는데 수익금을 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