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경실련 2020년 11,12월호]

민주당의 길을 묻다

윤순철 사무총장

범여권의 180석 국회의원 그룹이 좌표 없이 우왕좌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내 처리를 당부했던 공정경제 3법이나 이낙연 대표가 강조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했던 정책들이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다른 결과를 초래하여도 수정하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3년이 지났음에도 이전 정부를 탓하거나 야당의 발목잡기로 정책 실패의 원인을 찾고 있다. 지지율은 반성과 혁신이 없어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야당의 반사이익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어떤 길을 가고 있는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7년이 되도록 풀리지 않고 있다.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와 수사청 설치 및 독립적인 자치경찰제로 경찰권한의 분산을 기대했지만 정부의 경찰개혁 방안은 개혁이라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검찰개혁의 상징이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첫 발을 딛기도 전에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현장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관련 사업주, 경영책임자, 법인 및 공무원 등의 처벌과 손해배상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것임에도 노동존중사회를 실현하겠다는 현 정부와 민주당은 의지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50% 감축 공약은 잊혀진지 오래다.

최근 정부와 여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일관된 지향성과 원칙도 없이 추진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메기 효과와 일자리 창출을 기대했으나 당초의 목표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을 뒷받침할 발판으로 언급하면서 급 추진된 대기업 일반지주회사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허용은 뉴딜과는 관련성이 낮고 오히려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며 재벌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심화와 편법적 세습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질주하고 있다. 경영권 희석 우려 없는 투자유치로 제2벤처 붐을 기대하며 추진하는 비상장 벤처기업 차등의결권주식 발행을 허용은 창업주의 혁신을 보호하기보다 경영권 참호(황제경영체제)를 구축하여 혁신과 쇄신을 저해하고 도덕적 해이와 사익편취의 수단으로도 전락할 수 있음에도 강행되고 있다. 오히려 이 법안은 입법 취지와 달리 재벌대기업들의 세습의결권으로 악용될 우려가 높다.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의 제개정은 공정경제의 제도적 기반을 확립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지만 건강한 경제를 위해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정부의 입법 방향이 발표되자마자 여당은 ‘3%룰’(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의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시민사회와 학계에서는 재벌대기업 편중의 경제구조를 혁신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에는 실효성이 낮은 공정경제 3법을 개혁정책으로 포장하여 홍보하면서 슬그머니 재벌의 세습을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CVC와 차등의결권을 패키지로 처리할 것이란 의혹을 가져왔는데 이마저도 후퇴하고 있다.

부동산 문제는 더욱 참담하다. 언론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17개 중 15개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 이유 1위로 ‘부동산 정책’이었다고 한다. 현 정부에서 23번이나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음에도 가격 상승은 멈추지 않고 있으며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정책 간 불균형의 틈에서 전월세난이 가중되고 있다. 고위공직자들에게 실수요 외 주택의 처분을 강행하고 있지만 지난 1년간 집을 두 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가 약 9만2000명이나 증가하였다. 이낙연 대표는 급기야 호텔방을 전월세로 내놓는다고 한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수단을 다 했으나 아파트값 상승과 전세대란은 통제 불능 상태로 가고 있다. 백약이 무효이다. 국토부 장관은 집값 상승률 14%를 고집하고 있지만.

이것만이 아니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품격 없는 갈등, 꺼지지 않는 사모펀드 관련 정치인 관련 의혹, 선거를 앞두고 검증 없이 던져지는 신공항 건설, 고위공직자 도덕성검증 청문회 비공개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민주당의 입법 성과는 거의 없고 국민들의 기대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 철학과 원칙이나 우선순위, 경중완급 없이 급조되어 추진되는 정책들 간의 부조화는 더 큰 늪으로 가고 있다. 그럼에도 반성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강령에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공정한 사회, 누구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한 사회, 모든 사람의 권리가 존중되고 함께 잘사는 포용사회, 양극화가 해소되고 삶이 풍요로운 번영된 나라…”를 다짐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길을 가고 있는가? 민주당은 자신들의 정체성인 개혁성을 잃었다.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소금이 아니듯이 개혁성을 잃으면 민주당이 아니다. 민주당에게 던지는 ‘진보는 진짜보수’라는 농담이 빈말이 아닐 것이다. 민주당은 초심으로 돌아가 그동안 추진되었거나 추진되는 정책들을 모두 펼쳐놓고 복기하고 전면 재조정해야한다. 국민들에게 민주당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민주당 자신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