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경실련 2020년 9,10월호 – 우리들이야기(3)]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을 읽고

 

최윤석 기획연대국 간사

1. 개요
9월 3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 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2016두32992)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법원에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이어서 고용노동부는 판결의 취지에 따라 전교조에 대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통보(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처분)’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전교조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교원노조법)」에 따른 노동조합의 지위를 회복하게 되었다. 전교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법외노조화 과정은 ‘민주주의 파괴 종합판’으로, 전교조의 법외노조 투쟁의 과정은 ‘민주주의 승리’의 역사로 오롯이 기록될 것”이라고 입장을 발표했다.

2. 경과
고용노동부 장관은 2013년 9월 23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라목1) 및 시행령 제9조 제2항2) 등에 근거하여, 전교조가 △해직 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허용하는 규약을 보유하고 있고 △실제로 해직 교원 9명이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이유로 시정을 요구, 이를 이행하지 않자 2013년 10월 24일 전교조에게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였다. 이에 따라 전교조는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에게 인정되는 제반 권리(‘노동조합’ 명칭 사용, 노동쟁의 조정신청,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등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게 되었다.
전교조는 위 통보가 위법함을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제1심과 제2심은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하다고 판단하며 고용노동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법부와 행정부 간 재판거래 정황이 드러나며 이 사건 처분과 판결의 정당성이 크게 훼손되었다.
한편 제2심 관할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은 심리에 앞서 노조 가입 자격이 있는 교원을 재직 중인 교원에 한정하는 교원노조법 2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는데,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했다. 이후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고, 대법원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서 판단하기로 결정했다.

3. 판결 요지
대법원은 이 사건 통보가 △처분 상대방의 권리·의무를 변동시키는 ‘형성적 행정처분’이며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러한 처분의 전제가 되는 법적 근거인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이 ‘법률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위임도 없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률유보원칙3)에 반하여 행정입법의 한계를 벗어났으므로 그 자체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 사건 통보가 그 법적 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함을 설시했다.

4. 판결의 의의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의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를 행정권의 남용으로 판단함으로써, 부당하게 침해당한 노동조합법상의 권리를 구제하고자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즉, 시행령을 무효화함으로 인해 생기는 입법 공백을 감안하더라도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자의적인 행정권의 발동을 방지하는 데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이 사건 통보의 적법성 판단에 핵심이 되는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라목 규정상 ‘보지 아니한다’는 문언의 효과를 제한하는 적용례를 제시하고 이를 시행령에 가중함으로써 행정입법의 적법성 요건을 강조하였다. 아울러 이를 통해 노동3권이 부당하게 침해당하지 않고 최대한 보장되도록 하는 법의 취지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려 한 것으로 판단된다.

5. 판결의 한계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우선 위 법률 및 시행령 조항 각각의 효과 판단에 대한 부분이다. 이는 판결문에서도 별개의견과 반대의견이 공히 지적하고 있는데, 요지는 문제가 되는 시행령 조항은 관련 법률 조항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된 일종의 절차조항일 뿐 그 자체로 새로운 법률효과를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처분의 위법성 판단에 있어 핵심은 시행령의 위법성이 아니라 법 집행의 위법성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위와 같은 이유로 정작 쟁점이 되었던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라목 문언 자체의 해석 및 적용에 대한 판단을 유보함으로써 사건의 본질을 벗어났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별개의견에서 김재형 대법관은 위 조항이 ‘조합원으로 활동하다가 해직된 교원의 조합원 자격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까지 금하는 것은 아니라며 적용 범위를 축소하는 해석을 제시하였다. 아울러 안철상 대법관은 ILO 등 국제기준과 사회적 변화에 비추어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부정하는 위 조항 자체의 시대적 정합성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6. 나가며
우선 대법원의 ‘판결’을 지지한다. 다만 법 이론에 정통하지 않은 보통 시민의 눈으로 보았을 때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는 수긍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구체적으로, 법에서 특정 조건에 해당하는 노동조합을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간주’하고 있음이 명징함에도 불구하고 그 ‘보지 아니함’을 알리는 구체적인 절차를 규정한 데에 불과한 시행령이 어떤 독자적인 효과를 갖는다는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그러한 시행령이 없더라도 법률상 간주규정에 의해 당연히 해당 노조에 대한 행정청의 고지의무가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처럼 이론의 여지를 찾기 힘든 이 사건 관련 법률 조항과 시행령 간의 관계에 대해 다소 예외적인 해석을 설시한 대법원의 태도는, 미리 결과를 정하고 이에 맞춰 법리를 형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따라서 대법원이 법 관계나 구조와 같은 형이상학적 논의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당해 노동조합의 규약이나 운영상 하자에 비해 그로 인한 침익적 법률효과가 과도하진 않은지 △1988년 처음 도입된 이래 30여 년간 실제로 법외노조 통보가 이루어진 사례가 이 사건을 포함해 2건에 불과하다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6만여 명의 조합원 중에 단 9명의 해직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 전체의 지위를 부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기존에 조합원이었다가 해직된 것이므로 노동조합 자주성 저해의 우려와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자들의 조합원 자격까지 부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등 상식적 시선에서 도출되는 반감 혹은 의문에 대해 사회 관념에 부합하는 법리를 제시하고 이에 근거한 판단을 행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번 판결로 전교조는 법외노조의 지위에서 구제되었지만,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유지하고 있는 다른 노동조합들은 여전히 법외노조로 간주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된 채로 남게 되었다. 물론 이를 계기로 해직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제한하지 않도록 하는 법 개정이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개정 이전에 현행법 내에서 법 적용의 구체적 타당성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는 놓친 셈이다.
그와 같은 아쉬움은 결국 상식에 기반하고 이해하기 쉬운 판결이 많아지기를 원하는, 새삼스럽지 않은 바람으로 귀결된다. 그런데 마뜩하게도 대법관 김재형이 필부의 이러한 심정을 잘 대변해주었기에, 법원의 공적 역할에 대한 그의 의견으로 결어를 갈음하고자 한다.

“법률은 법률규정의 문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나 그 예외를 인정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중략) 법 규정의 의미와 본질을 바꾸는 정도가 아닌 한도에서 이를 합리적으로 해석함으로써 뒤처진 법률을 앞서가는 사회현상에 적응시키는 것이 필요하고, 그 뒤처진 법 규정의 전통적 해석·적용이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법률 개정이라는 입법기관의 조치가 있을 때까지는 이를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체념해서는 안 된다.”

참고 : 2016두32992 법외노조통보처분취소소송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
1)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규정
2) 노동조합이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후 설립신고서의 반려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행정관청은 30일의 기간을 정하여 시정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해 노동조합에 대하여 이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여야 한다는 규정
3)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행정작용에는 반드시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근거가 필요하다는 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