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왜 세금을 걷고 예산을 지출할까? '보이지 않는 손'이 효율적이고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왜냐하면 시장은 대단히 효율적이지만 완벽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시장 기능에는 한계가 있으니(시장 실패)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우리는 배워 왔다.
정부는 시장의 실패가 일어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용한다. 사회보장제도만 한정해서 말하면, 저소득층에 현금이나 현물을 지원하는 공공부조가 있고, 아동수당과 같은 자산 기준이 아닌 인구학적인 기준의 수당인 데모그란트(Demogrant) 제도가 있다. 또한, 현물 복지서비스도 존재하여 다양한 층위로 작용한다. 그리고 사회보험 방식의 제도도 있다. 고용보험이나 국민건강보험이 대표적이다.
질병 및 실업 위험의 분산을 목적으로 도입된 사회보험의 핵심은 '강제가입'
최근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가 관심을 끌고 있다. 건강보험제도도 일부 가입에서 전 국민 강제가입으로 발전하였다. 마찬가지로 고용보험도 전 국민이 그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고용보험제도는 사회보험의 일환이다. 그리고 사회보험은 개인들의 사회적 위험을 분산하고자 하는 '강제보험'을 의미한다. 우리는 '강제'란 말에 주목해야 한다. 사회보험은 질병, 노령, 실업 등의 사회적 위기를 보험 방식으로 대응하는 제도다. 그런데 여기에 강제성을 도입하지 않으면 사회보험은 존립 기반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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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 지출 사각지대 없애려면 수입 사각지대도 없애야
고용보험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실업의 위기를 사회적으로 연대하는 시스템이 바로 보편적이고 강제적인 사회보험의 일환인 고용보험이다. 고용이 안정된 사람이 실업 위기에 처한 사람을 부조하는 것이 고용보험의 존재 이유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중, 고용보험 가입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렇게 사회안전망 장치가 없으면 코로나19와 같은 보건 위기가 사회적 위기로 확산하게 된다.
그래서 현재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 고용보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고용보험 적용 범위 확대는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재원이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문제가 생기면 근원을 한번 더 생각해 보자. 사회보험의 근원은 의무가입을 통한 상호 부조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고용보험에서 지출 측면에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한다면 고용보험 수입측면의 사각지대도 해소해야 하지 않을까? 고용보험법에 따르면 공무원연금대상자, 군인연금대상자, 사학연금대상자는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물론 공무원, 사학교사 등은 고용이 안정되어 있어서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보험이란 가입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빠져나가게 되면 제도 자체가 유지가 될 수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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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무원 등의 고용보험 의무가입 문제는 사회보험 원리상 논리적으로는 당연한 주장이지만 고용이 안정되어 있는 직역 노동자 입장에서는 가입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급변하는 현 상황에서 자신의 꿈과 현실이 바뀌어도 다른 일을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고용보험제도 같은 전직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도 마련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다른 인생의 계획은 꿈도 꿀 수 없다.
시장의 실패를 설명하는 말 중에 '역선택 문제'가 있다. 보험시장에서 생기는 역선택의 문제란 위험한 사람만 보험시장에 남아 있게 되어 상호부조의 원칙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민간보험이 아닌 사회보험의 핵심은 강제성이다. 적극적인 사회적 논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