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연구소 서호성 책임연구위원

 

법령은 행정의 지도고, 나침반이다. 그런데 상당수 지방의원들이 지도도, 나침반도 제대로 안 보고 행정이 가는 길을 훈수 두려 한다. 행정이 가야할 바른 길을 법령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물론 지도(법령)도 잘못됐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바꾸는 것은 다른 영역의 일이다. 일단은 수많은 경험이 축적된 만들어진 지도인, 법령들을 읽고 행정이 바른 길을 가는지 알고 견제해야 한다.

 

현행법령은 122. 대한민국 법제처 202061일 기준 현황이다.

이 중 헌법은 당연히 1, 법령 4,875건 중 법률은 1,473, 대통령령 1,726, 총리령 88, 부령1,241, 기타(국회규칙 등)347건이고, 각 지방자치단체 자치법규 115,126건 중 조례는 88,798, 규칙25,890, 기타(훈령 등)438건이다.

 

 

그런데 여기에 추가되는 행정의 나침반과 지도들이 있다. 바로 훈령, 지시, 예규, 고시, 공고와 이들의 또 다른 이름인 지침, 기준, 규정, 편람, 매뉴얼 등이다.

 

대통령령인 사무관리규정 제7조 및 사무관리규정 시행규칙 제3조에는 훈령과 지시, 예규에 대한 정의가 내려져 있다. 그러나 지침, 기준, 규정, 편람, 매뉴얼 등에 관한 정확한 명칭과 정의는 없다.

사무관리규정 시행규칙 제3>

훈령 : 상급기관이 하급기관에 대하여 장기간에 걸쳐 그 권한의 행사를 일반적으로 지시하기 위하여 발하는 명령으로서 조문형식 또는 시행문형식에 의하여 작성하고, 누년 일련번호를 사용함.

지시 : 상급기관이 직권 또는 하급기관의 문의에 의하여 하급기관에 개별적·구체적으로 발하는 명령으로서 시행문형식에 의하여 작성하고, 연도표시 일련번호를 사용함.

예규 : 행정사무의 통일을 기하기 위하여 반복적 행정사무의 처리기준을 제시하는 법규문서외의 문서로서 조문형식 또는 시행문형식에 의하여 작성하고, 누년 일련번호를 사용함.

일일명령 : 당직·출장·시간외근무·휴가등 일일업무에 관한 명령으로서 시행문형식 또는 회보형식 등에 의하여 작성하고, 연도별 일련번호를 사용함.

고시 :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사항을 일반에게 알리기 위한 문서로서 연도표시 일련번호를 사용함.

공고 : 일정한 사항을 일반에게 알리는 문서로서 연도표시 일련번호를 사용함

 

훈령과 지시, 예규, 고시, 공고를 정확히 정의 내려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훈령은 행정청에 주어진 재량이나 판단여지가 있는 사안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것이거나, 불확정개념을 해석하는 것이거나, 법령이 결여된 부분을 메우는 것이다. 예규는 행정실무에서 예규란 표현 외에 편람, 매뉴얼이라는 용어도 많이 사용된다. 이에 반하여 지시는 개별적, 구체적 사안에 관한 구체적인 명령을 말한다.

 

지침은 사무관리규정 시행규칙에서 분류된 문서의 종류에는 없는 용어지만, 법령이나 실무상 훈령, 예규, 지시 등을 구별 없이 통칭하여 지침이라고 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더해 예규의 또 다른 표현인 편람, 매뉴얼, 기준, 규정 등도 행정이 가는 길을 알 수 있는 지도이고 나침반이기 때문에 관련된 내용을 찾아봐야 한다.

 

실제 행정안전부 홈페이지를 보면 61일 현재 훈령, 예규, 고시가 모두 1,514건 올라와 있는데, 함께 같은 방(메뉴)에서 관리되지만 ‘2020년도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및 기금운용계획 수립기준’, ‘지방자치단체 예산 및 기금의 회계 관리에 관한 규칙’,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지정 고시’ ‘지방자치단체 원가계산준칙’ ‘지방자치단체 재무회계 운영규정등 이름이 기준, 고시, 준칙, 규정 등 제각각이다.

 

 

그런데 또 하나 골치 아픈 것은 대통령령 가운데 규정으로 이름 붙여진 대통령령이 많다는 것이다. 대통령령의 제목은 당연히 시행령이라 붙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규정, 직제 등의 이름이 붙어 각 행정부처 시행규칙 아래 훈령, 예규의 규정 등과 헷갈리기 쉽다.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 ‘경찰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등은 모두 대통령령이다.

 

 

 

그렇다면 지방의원들은 이 수많은 법령과 규정 중 어떤 것을 반드시 읽어야 할까?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방자치 관련 법령 체계를 알아야 한다. 행정안전부가 펴낸 지방의원 의정활동 가이드북에 지방자치 관련 법령 체계도가 있다.

 

지방의원 의정활동 가이드북(행정안전부)>

 

우선 지방의원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법령은 기본 중의 기본인 헌법이다. 헌법의 지방자치관련 조항을 보면 지방의회는 헌법이 정한 헌법기관이다.

헌법>

117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한다.

118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 지방의회의 조직·권한·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헌법 아래에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하고 있는 지방자치법과 지방자치 관련 특별법인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지방재정법 등이 있다.

또 행정구역 조정업무 처리에 관한 규칙(부령), 지방자치단체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자치단체에 두는 국가공무원 정원에 관한 법률, 지방공무원법 등도 지방자치 관련 법령 체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자치단체 재정과 관련 지방자치단체기금관리기본법과 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지방교부세법, 지방공기업법, 지방세기본법, 지방세특례제한법도 필수 법령이다.

또 별도로 공직선거법,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행정감사 규정도 꼼꼼히 읽어봐야 한다.

 

물론 지방의원은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해당 조례와 시행규칙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자기 지역 조례와 규칙을 보면 행정이 하는 일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런 바탕 위에 앞서 언급한 각종 훈령, 예규, 고시와 이들의 또 다른 이름인 기준, 규정, 지침, 매뉴얼 등을 찾아 읽으면 공무원들 못지않게 행정이 가야할 길을 알 수 있다. 필요한 기준, 규정 지침 등은 대부분 집행기관에서 생산하는 각 공문서 상단에 나타나 있다.

 

법령 추진근거가 표기된 집행기관 공문서 예시>

 

다음호부터는 지방자치 관련 필수 개별 법령의 의의나 중요 포인트,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공통조례, 필수로 알아야 할 각종 기준, 규정 등에 대해 차례로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