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Nye와 같은 세계적인 학자조차도 중국의 대국굴기에 대해서 편견과 잘못된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절감하다. 포린 폴리시에 게재되는 주요 칼럼들도 같은 경향을 강하게 나타내는데, 미국의 추락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데도,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갈음할 것이라는 경계심으로 객관성을 잃고 있다는 강한 인상을 받게 된다. 다만 우리의 논쟁과 참조를 위하여 내용을 그대로 번역하여 게재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정치 지형을 바꿀 것인가?
많은 시사평론가들은 1945년 이래 미국의 지도력 하에 번창하여온 세계화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더 나가 어떤 이들은 이를 기화로 세계지도력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변화는 분명히 일어날 것이지만, 커다란 충격이 동시에 커다란 결과를 가지고 올 것이라는 섣부른 가정은 경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1918-19 연간에 발생한 신종독감의 팬데믹은 제1차 대전이라는 전쟁보다 많은 사람을 희생시켰지만, 이후 수십 년간 세상을 바꾼 것은 전쟁의 결과였지 질병 때문은 아니었다.
세계화, 또는 지역과 대륙간의 상호의존성은 수송과 통신 기술의 변화에 따라 이루어 진 것이며, 따라서 멈추어서지(cease) 않을 것이다. 통상과 무역 등 경제활동의 세계화는 일부 위축되겠지만, 금융분야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세계화라는 경제적 활동은 개별국가의 법규에 의해 영향을 받겠지만, 전염병과 기후위기 등은 생물학과 물리학의 법칙에 의해 결정된다. 국경과 전쟁상황 그리고 관세 등도, 심각하고 지속되는 경제적 불경기에 의해 축소되기는 하겠지만, 국제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할 것이다.
이번 세기에 들어서면서 지난 20년 동안 이미 세 번의 위기가 있었다. 9.11의 테러 사건은 많은 생명을 죽이지는 않았지만, 마치 일본의 무술게임처럼, 공포의 충격을 상대방의 목록에 매우 거창하게 기록하는 작은 게임기같이 작동하였다. 미국의 외교정책을 패닉 상태에 빠뜨리고 아프간과 이라크에 장기적 전쟁을 벌리는 패착을 두도록 왜곡시켰다.
2008년 금융위기는 대규모의 불황을 일으키면서 서구 민주주의에 포플리즘을 야기시켰고, 몇몇 국가들에서는 독재적 움직임이 강화되어 왔다. 당시 서구 진영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가운데, 중국이 신속하고 성공적으로 대규모의 회복조치를 취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중국이 세계경제를 이끌어 갈 것으로 예측했다.
금세기의 세 번째 위기인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에 대한 초기대응 역시 잘못된 경로를 밟았다.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부정과 잘못된 정보에서 출발하였다. 지체와 당황으로 인하여 테스트와 방역에 필요한 초기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면서 국제적 협력의 기회를 놓쳐 버렸다. 대신에 봉쇄라는 매우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세계경제의 대국인 두 나라가 서로를 비난하는 선전이란 전투에 돌입하였다.
중국은 미군이 우한에 바이러스를 가져왔다고 비난하고(사실은 가능성으로만 제시하였다), 트럼프는 이를 ‘중국바이러스’라고 호칭하였고, 미국과 같은 경제규모를 지닌 유럽연합은 내부의 분열로 비틀거렸다. 반면에 바이러스는 국경이나 국적에 상관없이 많은 희생자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전염병 대응에 무능함을 드러내면서 미국의 명성(소프트-파워)에 손상을 당했다. 중국은 전세계로 지원을 제공하면서도 정치적 배경으로 통계를 조작하였고, 다양한 선전을 동원하여 자신들의 초기대응의 실패를 성공적 대응사례로 포장하였다.
그러나 소프트 파워에 대한 북경의 회복노력에 대해 유럽과 세계는 이를 회의적으로 평가하였다. 소프트 파워는 매력(attraction)에 기반하기 때문이고, 선전을 마구 한다고 훌륭한 선전이 되는 것은 때문이다.
소프트 파워에 관하여, 중국은 출발부터 불리한 위치에 있다. 후진타오 주석 시절인 17차 전국이민대표자 회의(NPC)부터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려는 목표를 삼아 왔지만, 북경은 이웃 국가들과 국경 분쟁을 격화시키고 당의 강압적 통제를 유지하면서, 민주주의 체제가 지니는 자유로움에서 나타나는 사회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소프트 파워 조사기구인 SoftPower30에서 평가한 국제적 여론조사의 결과는 별로 놀라울 것이 없는데 중국은 매우 저조한 성적을 보인 반면에, 선두 20개국은 모두 민주(서구)진영 국가들이었다.
하드 파워의 경우에도, 팬데믹으로 인해 미국에 대한 선호적 균형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경제적으로는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동맹인 유럽과 동아시아 국가들도 심하게 타격을 받았다. 팬데믹 위기 이전의 중국 경제는 미국규모의 2/3 수준(환율기준/nominal value)으로 성장했는데, 현재는 성장 속도가 줄어들고 수출도 위축되고 있다.
비록 국방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중국의 군사력은 미국에 비해 여전히 뒤쳐져 있으며, 향후에는 어려운 재정 여건으로 국방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것이다. 이번 계기로 보았듯이, 중국은 부적절한 공공보건 시스템에 많은 재정지출을 해야 할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미국은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으로 건재하는 유리한 점들을 가지고 있다.
첫 째는 지리적 조건으로 대양과 우호적인 이웃국가들로 둘러 쌓여 있는 반면에, 중국은 브루나이,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지아, 필리핀, 타이완, 베트남 등과 국경분쟁에 휘말려 있다.
두 번째는 에너지로, 세일가스 혁명으로 미국은 이제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하였다. 반면에 중국은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통과하는 에너지 공급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 지역에서는 미군이 해군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다른 한가지로, 미국은 인구통계학적 우위를 들 수 있다. Standford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향후 수십 년 안에 미국의 노동인구는 5%가 증가하는 반면에, 중국은 ‘한가족 한아이’ 정책으로 9%가 줄어든다고 한다. 중국의 노동인구는 지난 2015년에 이미 피크를 이루었으며, 조만간 인도가 중국을 추월하여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될 것이다.
재론할 필요는 없겠지만, 미국의 힘은 핵심적 기술인 바이오-테크, 나노-테크, 그리고 정보기술 등의 발전에서 선두를 지키는 위치에서 나온다. 미국과 서구진영의 연구대학들이 고등교육분야를 지배하고 있다.
상기에 언급한 것처럼 COVID-19 펜데믹이 국제지정학적 전환점을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게임의 패를 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정책으로 카드를 잘못 사용하여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다. 핵심적인 동맹들과 주요한 국제기구들을 무시하는 것이 잘못된 결정의 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될 것이다.
또 하나의 패착은 이민유입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일이다. 이번 위기가 발발하기 오래 전에 나는 싱가포르 전임 수상이었던 Lee Kuan Yew에게 ‘왜 가까운 장래에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질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는 가장 분명한 이유로 ‘미국은 전세계에서 영재들을 불러모아 이들을 다양하고 창조적으로 융합시키는 능력이 있다’고 대답하였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한족(漢族)이라는 민족주의로 인해 미국과 같은 개방성이 불가능하다. 물론 미국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요한 카드인 동맹과 국제기구와 개방성을 내친다면, Lee Kuan Yew의 답변은 잘못된 것이다.
새로 구성될 미국행정부가 내가 최근 발간한 신저 ‘Do Morals Matter? Presidents and Foreign Policy From FDR(루스벨트)to Trump.’에서 기술한 성공사례에서 핵심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보건의료를 마샬-플랜 식으로 대규모 COVID-19 지원 프로그램을 착수할 역량을 지니고 있다. 최근 Henry Kissinger가 지적하였듯이, 지도자들은 상대방을 헐뜯는 선전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협력의 길을 찾아 국제적으로 신속한 정상회복에 노력해야 하며, 쌍방간 다자간에 다양한 협력을 고양할 수 있는 조직의 틀을 만들어 가야 한다.
부유한 나라들은, 현재의 COVID-19 사태에 대응할 역량이 부족한 가난한 나라에서 발발되어 개발국가의 많은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급기야 수시로 재발하여, 다시 부유한 북구의 나라로 역류될 가능성에 주목해야만 한다. 1918년의 경우처럼, 1차 발발 때보다 2차 재발에 훨씬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 자국을 위해서 또한 인도주의적 견지에서도 미국은 G-20개국들과 주도하여 COVID-19 국제지원기금을 조성하여 전세계 모든 국가들에게 개방하여야 한다.
미국의 대통령이 협력적이고 소프트 파워를 강화시키는 전략을 선택한다면, 진행중인 팬데믹에서 벗어나 보다 나은 세계를 향한 지정학적 경로로 가는 좋은 일이 일어나겠지만, 만약 미국이 현재의 전략을 고집한다면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이 가속되면서 종족적 포플리즘과 전체주의가 번창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지정학적으로 힘의 균형과 지도력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근본적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출처: 포린 폴리시, 2020-04-26.
Joseph S. Nye Jr.
하버드대학의 교수이며, ‘소프트 파워’라는 개념을 주창하여 세계적 명성을 얻었으며, 최근 ‘Do Morals Matter?’라는 신작을 발간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