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20년 네 번째 희망편지를 드립니다.

내일(4월 15일)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입니다. 총선을 앞둔 풍경이 예전과 사뭇 다릅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권장되면서 선거전을 치르던 거리는 한산하고, 시끌벅적한 논쟁과 대결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선거전 풍경은 달라졌지만 여전한 것도 있습니다. 우리네 생활과 관심사는 각각 다른데 정당과 후보자가 내세운 공약은 획일적입니다. 저마다 유권자를 위한다고 내세운 공약이지만, 결국 자신을 위한 이야기라는 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정당과 후보는 알아서 공약을 내세울 뿐이고, 주권자인 시민 스스로 정책을 제안하고, 결정하는 기회는 없습니다. 주요 정당이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리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투표해야 합니다. 우리가 주인이고 국회의원은 우리를 대리하는 데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피력하기 위해 한 사람도 빠짐없이 투표하는 게 중요합니다.

올해 나랏돈인 512조 원(본예산 기준)은 우리가 십시일반 모은 ‘우리의 돈’입니다. 국회의원이 다루는 나랏돈을 국민 1인당으로 환산하면 930만 원, 이를 4년으로 따져보면 3,700만 원 규모입니다. 4인 가구라면 약 1억 5천만 원을 나에게 맞게 쓰는지를 결정하는 게 이번 투표입니다.

누구나 선택의 기준이 있지만, 막상 투표소를 가더라도 누가 제대로 일할 만한 사람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투표할 때 두 가지 기준에 따라 후보를 살펴보는 것을 제안합니다.

첫째, 코로나19 사태에 관한 해법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위기에 처하면 자신이 가진 실력과 태도가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현재 세계적 대유행이 된 코로나19 사태는 방역의 문제인 동시에 사회 및 경제정책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응하는 방식은 국민을 어떻게 대하는가와 직결됩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탓에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지만,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대규모 감염이 속출한 지역 곳곳의 사례를 통해 공공의료 병상 부족 문제가 대두했습니다. 돌아보면 그간 공공 의료의 확충을 주장한 쪽과 도립 병원과 같은 시설은 재정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폐쇄를 주장한 쪽이 맞붙곤 했다는 점을 짚어봐야 합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실물 경제의 위기에 관한 처방도 살펴봐야 합니다. 대개 경제위기는 곧 산업 위기이기에 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습니다. 그러나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의 경제위기는 ‘일자리 위기’입니다.

우리는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해법과 대안을 모색하는 정당과 후보를 찾아야 합니다. 현재 주목 받고 있는 재난소득은 긴급 지원인 만큼 약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고용조정의 방식이 아닌 상생하는 고용유지 정책과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에게 고용보험이 제공되도록 노력하는 후보를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둘째, 수도권의 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당과 후보를 살펴봐야 합니다. 전체 국토에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수도권에 국민의 절반이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과밀지역인 수도권에서는 높은 주택비용과 교통혼잡 등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어렵고, 지역에서는 지방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인구의 감소가 줄어드는 것은 지방 탓이 아닙니다. 오히려 수도권 과밀을 부추기는 정책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외부의 자원과 시설을 유치해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말보다 오히려 지역민을 위해 쓰려는 노력에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외지인이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드는 게 지역 발전은 아니지 않습니까. 당장 우리 지역의 소상공인, 자영업, 농업 분야의 경쟁력이 낮더라도 향후 지역의 뿌리가 될 수 있는 산업을 키우려는 정당과 후보를 찾아야 합니다. 지역민이 주도하는 지역 혁신이 추진돼야 합니다.

알리스 메리쿠르의 그림책 에서는 우리가 투표하지 않는다면 고양이를 자신의 대표로 뽑는 쥐의 신세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또 우리가 제대로 투표하지 않는다면 검은 고양이를 얼룩무늬 고양이로 바꾸는 생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내일은 자신과 가족,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 투표장으로 향하는 날이 되길 빕니다.

건강을 위한 거리 두기와 함께 위기 극복을 위한 시민의 연대가 풍성해지길 빕니다.

희망제작소
김제선 소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