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는 전염(복사)을 확산시키려고 하고, 우리는 이를 중지시켜야만 한다. 바이러스는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인간은 선택할 수 있다. 이번 팬데믹은 금세기 최초의 대규모 전염병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지만, 극복되는 과정에서 세계를 새롭게 변화시킬 것이다. 1918년 전쟁 통에 발생했던 ‘스페인독감’과는 달리 이번 사태는 세계가 평화롭게 번영을 구가하는 와중에 발생하였다. 우리는 이를 반드시 제대로 극복해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극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을 각오해야 한다.

올바른 선택을 하려면 다양한 해결 방안들을 검토하고 이들이 지닌 도덕적인 암시를 함께 이해해야 한다. 주요한 선택의 문제는 각국이 직면한 국내의 현안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어서는 국가 간의 협력에 관한 것이다.

부유한 국가들에게 있어 가장 일차적인 선택은 매우 공세적으로 바이러스의 감염을 중단시키는 일이다 동시에 이에 발생하는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어떤 의견은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하려고 경제를 깊은 불황에 빠뜨리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불필요한 혼란(disruption)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바이러스가 전염되도록 방치해도 스스로 집단적 면역(herd immunity)이 형성될 수 있으며, 취역한 계층에만 방역을 집중하면서 경제활동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공세적인 방역 대신자유방임적 완화를 기대하는 것으로 과연 경제가 문제없이 잘 돌아갈지는 결과를 알 수 없는 위험한 선택이다. 정부가 강제하기 전부터 이미 시민들은 알아서 여행을 중단하고 외식과 영화관람, 쇼핑을 꺼려하였다.

전염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신규확진자’들을 추적하여 관리하는 것이 방치하는 것보다 오히려 경제적 불황을 조기에 종결하는 선택으로 판단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적극적인 방역조치를 해야 국제적인 공공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영국왕립대학의 COVID-19 대응팀의 보고서에 따르면, 방역을 포기하면 영국과 미국 전역에 전염될 것이고 노인층의 상당수가 의료조치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될 것이라고 한다. 중국 후베이 지역의 경험에서 보았듯이 강력한 봉쇄가 이러한 불행을 막는 길임을 가르쳐 주고 있다.

중국에서조차 수용할 수 없는 의료재난(방치에 따른)을 선진국인 영국과 미국이 허용해야 한단 말인가? 다만 상기의 견해가 부분적으로 옳은 것은 주요 경제활동을 장기간 중단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일단 강력한 방역조치를 선택하면, 빠른 시일 내에 성공적으로 시행되어야 하며, 재감염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어해야만 한다.

강력한 방역조치가 시행되는 동안, 정부와 금융기관들은 경제활동이 지속되고 생산적 역량이 위축되지 않고 시민들, 특히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실제적으로 가능한 모든 조처들을 취해야 한다.

국내의 현안 못지않게 국경을 넘어선 연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제 막 시작된 금융의 불안정과 불경기(아마도 불황)은 개발국가들에게 심대한 타격을 가할 것이다. IMF는 3월23일 현재 830억불 규모의 국제자본이 개발국가들에게서 이탈했다고 발표했다. 대부분 수출에 의존하는 개발국가들에게 상품가격의 폭락현상도 매우 심각한 것이다.

이들 국가군은 국내에 번지는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급격히 위축되는 국내수요와 싸워야만 하지만, 이러한 외부적 압력을 감당해낼 역량이 매우 제한되어 있어, 경제적 사회적으로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IMF는 80여 국가들로부터 긴급구제금융 요청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부유한 국가들이 전염병을 차단하고 경제를 되살려내면 취약한 국가들도 혜택을 받게 될 것이지만, 단기적인 측면에서는 사정이 매우 급하다. 개발국가들은 즉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이러한 선순환적인 지원은 모든 국가들의 경제회복에 도움이 된다. 바이러스와 동시에 지구적 규모의 불경기는 모두에게 닥친(공유된) 도전이다 보편적 지원이라는 연대가 필요하고 정당한 실제적인 이유이다.

유럽연합의 경우에도 같은 이야기가 적용된다. 현재의 연합을 규정하는 핵심은 지역집단적 대의를 위하여 개별국가 단위로 이루어지는 재정회계와 주권적 통화를 포기한 것이다. 지난 금융위기 시절에 적지 않은 국가들의 실책이 있었고 당시에는 각자의 실책에 대한 윤리적 비판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팬데믹의 경우에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며, 이를 대응하는 과정에 함께 연대하지 못하면, 실책이 있을 경우, 양해와 용서가 있을 수 없다. 이로 인한 상처는 깊고 치명적일 수 있다. 누구의 실책도 아닌 위기에 직면하여 함께 연대하여 대처하지 못하면 유럽연합이라는 거대한 기획은 윤리적으로도 실제적으로도 사망선고를 받게 될 것이다. 국경을 넘어서는 연대와 지원은 단순히 재정적인 것에 국한되어서도 아니 되며, 의료적 지원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의료의 공급체계를 파괴할 수 있는 수출제한 조치가 시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 이번 유행하는 전염병은 우리의 선조들이 겪은 치명적인 질병에 비하면 치사율이 매우 낮지만, 다른 한편 현존하는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실제적 위기이다. 따라서 종합적인 정보에 근거하여 결정을 내려야 하는 현실적 도전이며, 동시에 인류의 윤리적 수준에 대한 도전이다.

우리는 현실과 윤리라는 두 측면을 모두 살펴가면서 판단을 내려야만 한다.

지도자들이 평정을 유지하며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면서 유행병을 퇴치할 수 있을까? 가장 취약한 계층과 가난한 국가들을 우선적으로 보호한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갈등과 대립을 넘어선 연대 그리고 폐쇄적인 자국이기주의를 대신하는 지구적 연대를 선택할 수 있을까? 팬데믹이 지난 이후 열악해진 세상 대신 개선된 세상을 다음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

이에 대하여 바이러스는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인류인 우리는 가지고 있다, 현명한 것으로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2020-03-24

마틴 울프

파이낸스타임지 수석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