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과 ‘선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3월 30일 소득 하위 70% 가구에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하자,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복지로' 홈페이지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이튿날인 31일까진 이 홈페이지에 들어가기 위한 예상 대기시간이 10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복지로가 관심을 받은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들이 '나도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복지로는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인 소득 하위 70% 계층에 자신이 해당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3월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소득하위 70% 선정

정부는 4월 3일 긴급재난지원급 기준을 올해 3월 건강보험료 기준 소득하위 7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4인가족 기준으로 직장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이 23만7652원 이하라면 100만원을 지원받는다. 

정부가 재난 지원금을 발표한 뒤에 이를 비판적으로 다룬 보도들을 보면 크게 다섯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재정건전성이 우려된다는 보도들이고, 둘째는 가계에 지급하는 현금의 소비 효과가 크지 않아 경제 대책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셋째는 지자체가 지급하는 재난수당과 중복되고, 이 수당의 금액 수준에 차이가 있어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점이고, 넷째는 못 받는 사람들이 역차별을 느낀다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누구에게 줄지도 명확히 정하지 않아 혼란을 자초했다는 점이다.(선거를 의식한 매표 행위란 비판은 제외했다)

이 중 첫째부터 넷째까지는 선별적인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정했으면 감수해야 하는 비판이고, 또 나름의 논리로 반박할 수 있는 주장들이다. 하지만 지급 기준을 정하지 못해 야기한 혼란은 사전에 준비만 잘 했어도 피할 수 있는 비판이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사전에 지급 기준을 명확히 하지 못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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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인정액과 건강보험료 납부액이 일반적 선별 기준

그렇다면 기존에 정부가 복지 수혜자를 선별할 때 사용하는 수단은 무엇이었을까. 주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초생활보장대상자, 기초연금 등 대표적 선별 복지에 사용되는 '소득인정액'이고, 다른 하나는 청년수당 등 지자체가 주도하는 수당 지급시에 활용되는 '건강보험료 납부액'이다. 정부가 하위 70% 소득계층에게 지급한다고 발표한 직후엔 주로 이 지급 기준이 건강보험료가 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상당수 언론들도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이 금액이 얼마가 될지를 보도했다. 편리성, 신속성 등을 고려하면 소득인정액보다 건강보험료가 더 나은 방안이라 많은 지자체들이 이를 기준으로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건강보험료 납부액은 가입 유형에 따라 산정 기준이 다르다. 직장가입자는 월 소득의 3.335%가 납부액이 된다.(같은 금액을 사업주가 함께 부담해 전체 건강보험료율은 소득의 6.67%임) 따라서 만일 월소득이 580만원이라면 이 금액의 3.335%인 19만5천원 가량이 건강보험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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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기준으로 선택하진 않았지만 소득인정액의 경우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3월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회보장 제도에선 재산과 소득을 모두 감안한 '소득인정액'의 개념이 더욱 포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재산과 소득을 다 합해서 볼 때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분들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사회적 형평에 맞게 기준을 설정하고 대상자를 가려갈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가 사용하는 '소득인정액'은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서 산정 방식을 안내하고 있고, 접속자가 폭증한 ‘복지로’는 소득인정액을 모의 계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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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자료인 건강보험료가 기준으로 채택

선별 기준이 되는 소득 시점이 과거라는 점도 문제다. 국세청이 보유한 소득자료는 작년 혹은 재작년 기준이다. 근로소득자의 경우엔 지난해 연말 기준의 소득자료를 국세청이 가지고 있고, 5월말까지 납부하는 종합소득세 신고자의 경우 재작년 소득통계 밖에 없다. 그나마 최근의 자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건강보험료 납부액이다.  정부가 건강보험료를 선택한 이유도 역시 최근 자료여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건강보험료는 재산 등을 따지기엔 한계가 있는 자료다.

이처럼 재난 지원금은 선별 기준을 정하기 어렵고, 일선 공무원들에게 막대한 업무 부담을 주는데다 지원 기준에 살짝 못 미쳐 탈락하는 이들의 총소득이 지원 대상자의 소득보다 적어지는 '소득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과거 소득을 기준으로 지원해 코로나 19로 인한 최근의 소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이른바 '선별의 수렁'에 빠진 것이다.

이런 선별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은 이미 여러 차례 제시됐고, 구체적인 대안들마저 모색되고 있다. 해결책은 바로 선별환수다. 구체적인 방법론은 나라살림연구소가 3월 17일에 발표한 '재정개혁형 재난기본소득'(인적 공제 등을 폐지해 소득세수를 늘리는 방안),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이 3월 30일에 프레시안에 기고한 '특별부가세 방안'(기존 소득세 체계에서 한시적으로 소득계층별로 다른 세율을 더하는 방안), MBC 라디오 방송 '손에 잡히는 경제'의 진행자인 이진우 기자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홍순탁 회계사가 제안한 재난지원금 환수 방안(재난지원금의 2배 혹은 2.5배를 과세하는 소득으로 계산해 기존보다 높은 세율로 환수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필자는 한시적 방안으론 유종일 교수, 홍순탁 회계사, 이진우 기자의 아이디어 모두 타당하다는 입장이고, 재난지원금을 넘어 재분배를 조정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나아가려면 기존의 공제 항목들을 단순화하는 세법 개정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보편지급 선별환수가 가장 강력한 대안...법개정 필요

이 세 가지 방안으로 재난 지원금을 모두에게 지급하되, 고소득층에게 지원금을 과세의 형식으로 환수하면 앞서 제기한 '단점'의 요소들이 모두 사라진다. 정부가 연말에 환수하기 전까지 일부 부채를 안고 모두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보편 지급, 선별 환수’ 방식이 ‘선별 지급’보다  총수요를 진작시켜 침체기 경기 대응의 효과도 있다. 그렇다면 왜 선별환수를 적극 고려하지 않은걸까. 선별환수도 나름의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단점은 선별환수는 '법 개정' 사항이라는 점이다. 국회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 중에 하나가 '쟁점 법안'이다. 비쟁점 법안들은 대부분 회기 중에 수십 건이 쉽게 통과되지만, 쟁점 법안은 하나 통과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특정한 계층, 직종, 기업 등의 이해관계를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법안일수록 통과가 쉽지 않다. 고소득층에게 더 과세하는 법안이 바로 그런 경우다. 정부가 고소득층이 받은 재난지원금을 환수하겠다고 발표해도, 세법 개정은 정부가 아닌 국회 권한이고, 정부의 뜻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선별환수의 두 번째 단점은 '줬다 뺏는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선별환수가 각 개인에겐 선별지원과 동일한 효과가 있음에도 ‘애시당초 받지 못하는 것’과 ‘받았다가 다시 내야 하는 것’을 다르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조삼모사보다 조사모삼를 반기는 심리와 비슷하다. 특히 정부는 자산 증가액에 비하면 세부담이 적은 종합부동산세가 세금 폭탄이란 여론몰이에 크게 비판 받았던 기억이 있고, 최근에도 지급액에 비하면 환수액이 적은 아동 세액공제 제외에도 '줬다 뺏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중의 지지를 받아야 법 개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선별환수의 두 가지 단점은 서로 관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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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선별환수는 이번 재난 지원금에서 새롭게 등장한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경제의 활력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전문가들 뿐 아니라, 사회 안전망을 중시하는 진보적인 전문가들조차 상당수 기본소득에 반대했고, 이들 중 일부는 최근 "기본소득에 반대했지만 선별환수엔 찬성한다"는 언급을 하고 있다. 이 발언들은 '기본소득에 대한 오해'를 드러내고 있다. 기본소득에 원래 '보편 지급과 선별 환수'의 개념과 원리, 지급 방식 등이 담겨 있고, 전세계의 여러 기본소득 연구자들이 이를 여러 차례 제시한 바 있다. 선별환수의 방식을 구체화한 기본소득 재정 모형도 여러 차례 발표된 적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LAB2050이 발표한 ‘국민기본소득제 제안’도 구체적인 ‘보편 지급, 선별 환수’ 방안이었다.

게다가 선별환수는 단순히 지급한 금액만 환수하는 것을 넘어 복지의 수준을 증진시키는 증세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다음 글에서는 기본소득이 담고 있는 선별환수의 개념과 재분배 수단으로서 선별환수의 가능성을 제시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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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의 수렁'에 빠진 재난지원금, '선별환수'에 답이 있다 - 뉴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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