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환경운동연합

초봄을 연상케 하는 쌀쌀한 날이었습니다. 바람이 꽤나 많이 불던 지난 13일, 그간 일몰 대상지를 위주로 방문하며 발걸음이 뜸했던 백사실계곡을 방문하여 계곡의 곳곳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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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다양한 시민, 회원들과 기후 위기를 주제로 멸종 위기에 처한 다양한 동식물을 모니터링하는 활동을 계획하고 있었건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하여 집단적인 행동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모니터링단 모집은 고사하고 혼자서라도 조사를 하기 위해 외로운 길에 나섰습니다. ​

백사실계곡에 진입하며 바라본 인왕산의 전경이 참 멋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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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현통사 하단에 위치한 연못부터 확인하러 왔습니다. 간혹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름기나 거품 등이 떠있었던 적도 있는데, 다행히 괜찮더군요! 연못 바닥 낙엽 사이사이를 살피다 반가운 소식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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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계곡산개구리와 도롱뇽의 산란 소식을 확인한 것입니다! 백사실계곡의 경우 자연발생 서식지여서인지 그동안은 다른 도시공원 내에 자리한 서식지에 비해 산란이 보통 늦는 것을 확인해 왔습니다. 통상적인 추위가 초봄까지 이어지는 경우 3월 말 경에 나 첫 산란을 확인한 적도 있을 정도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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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2020년의 1, 2월이 얼마나 따듯했습니까.. 아무래도 백사실계곡의 산란시기도 평소보다는 당겨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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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반가운 소식을 뒤로 한 채, 본격적으로 계곡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하단부는 물이 고여있는 부분도 많지만 낙차가 꽤나 있어 물살이 강한 부분도 많습니다. 고여있는 부분들을 위주로 산란했는지를 살피며 위를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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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본격적으로 계곡에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란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알들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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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한지 3일 정도 된 것 같은 알도 있고, 족히 1주일은 넘긴 것 같은 상태의 알도 있습니다. 한데 몇몇 알들이 자리한 곳은 수위가 꽤나 낮아 가뭄이 찾아올 경우 위험할 수도 있다는 판단 아래 조금은 더 깊은 곳으로 알들을 옮겨주었습니다. 너무 먼 곳으로 알을 옮기면 성체들이 포식자의 짓이라고 판단하고 그 자리에 다시는 산란하지 않기에.. 한 5cm..? 정도 옮긴 것 같습니다.


© 경남양서류네트워크

경남양서류네트워크에서는 이런 캠페인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양서류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기후변화로 인해 멸종할 확률이 가장 높은 종이자 도시생태계에서 연결고리처럼 역할하는 존재들이지만 무분별한 서식처의 난개발과 훼손 등으로 몸살을 앓는 것이 실정입니다. 특히 기후의 이상으로 가뭄이 잦아지자 산란 지역에 물이 빠져 말라죽는 경우도 흔치 않아졌다고 합니다. 함께 건강히 살아갈 수 있는 도시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양서류들이 건강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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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실계곡은 생태경관보전지역입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양서류인 도롱뇽과 개구리들의 서식처이자 수려한 자연경관을 보전하고 있기에 생태계보호구역으로서 보호되고 있는 지역이지요. 이에 계곡 안에 출입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는 행위입니다. 다만 서울환경연합은 백사실계곡을 종합적으로 보전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고 이를 위해 종로구청과 백사실지킴이들과 이야기하며 협의를 마쳐놓은 상태입니다. 물론 계곡 안의 환경을 파괴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이런 설명을 드린 이유는 백사실계곡이 사람의 출입이 거의 없는 공간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가시 달린 나뭇가지들이 계곡 곳곳에 우거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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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마찬가지로 산란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계곡산개구리 알입니다. 다만 난괴가 조금 해쳐져 있는 것을 볼 때 1주일 이상은 되지 않았을지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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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환경연합이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범위는 생각만큼 넓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조심하며 동정을 진행하다 보니 좁은 범위를 모니터링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모니터링을 시작한 지 30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뒤를 보면 현통사가 보인다는 것이 그 증거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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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실계곡에서 자주 목격되는 계곡산개구리들은 물의 흐름이 느린 계곡가에서 낙엽이나 돌에 있는 모래를 치운 후 끈적이는 알 덩이를 낳습니다. 이 끈적한 알덩이들은 낙엽이나 돌에 붙어 물이 흘러도 떠내려가지 않죠. 이런 알들은 물을 머금으면서 점점 커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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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나 돌 등지에 붙여 산란을 하는 것은 도롱뇽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롱뇽도 본디는 고인 웅덩이나 논뿐만 아니라 계곡 등지에도 서식하는 양서류입니다. 다만 최근 서울에서 도롱뇽을 목격할 수 있는 경우는 방사 사업이 진행되며 형성된 인공 서식지가 대부분이기에 이런 풍경을 관찰하기가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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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산란이 너무 많이 발견되어 정신없이 계곡을 오르다 보니 어느덧 별서터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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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서터에는 한자리 잡고서 휴식 중인 시민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도롱뇽의 산란시기인 요즘 같은 때에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양서류의 산란에 지대한 영향이 미칩니다. 양서류들은 주변의 소음과 환경 변화에 굉장히 민감한 종이기 때문이지요. 아무래도 백사실계곡을 방문하는 것은 많은 양서류들이 성장을 마치는 여름 이후에 방문하는 것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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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이후 다시 계곡을 올랐습니다. 계곡산개구리의 난괴가 곳곳에서 발견되었지만 도롱뇽의 경우 그 흔적을 쉽사리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백사실계곡도 아직 완전히 봄을 맞지는 못했다는 뜻이겠지요.. 다가오는 4월에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어느 정도 정리되고 본격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