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경실련 2020년 1,2월호]

뮤지컬의 매력에 빠지다, <오페라의 유령>

 

글 효겸

[같이 연뮤 볼래요?]에서는 같이 이야기하고픈 연극과 뮤지컬을 소개해드립니다.
필자인 효겸님은 10년차 직장인이자, 연극과 뮤지컬를 사랑하는 11년차 연뮤덕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0년 3월 잠실역 샤롯데씨어터 옆 커다란 광고판에는 이러한 문구가 쓰여져 있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10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바로 필자가 뮤지컬에 입문(?)하게 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한국공연 당시 광고 문구입니다.

최근 버스정류장, 지하철 스크린광고, 그리고 옥외광고에서도 심심치 않게 흰 마스크와 장미꽃이 놓여져 있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의 포스터를 확인하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2012년 이후 무려 7년만의 오리지널 공연으로 작년 12월 부산에서 처음 개막하여 오는 3월이면 서울 블루스퀘어에서도 개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동명의 프랑스 소설을 원작으로 국내에서는 2004년에 영화로도 소개 되었으며, 캣츠, 레미제라블, 미스사이공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작품입니다. 1986년 앤드류 로이드 웨버라는 유명한 프로듀서에 의해 제작되어 영국의 브로드웨이라 불리는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이후 현재까지 30년이 넘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공연의 1막은 1911년, 퇴락한 프랑스 파리의 오페라하우스 경매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경매번호 666, 부서진 재앙의 샹들리에가 드러나고, 이 샹들리에에 다시 불이 켜지고 무대 위로 올라가며 30년 전으로 돌아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오페라하우스의 지하에 숨어사는 ‘팬텀’, 그는 흰 가면 뒤 흉측한 외모를 가리고 있지만 음악의 천사라 일컬을 만큼 천상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무명 무용수인 ‘크리스틴’을 사랑하여 비밀리에 그녀에게 노래를 가르쳐 왔고,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무대에 올라 아름다운 노래로 성공을 거두며 새로운 프리마돈나로 급부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소꿉친구이었던 귀족 청년 ‘라울’ 백작이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를 질투한 팬텀은 크리스틴을 오페라하우스 지하로 납치하기에 이릅니다.

얼핏 보기에는 치정극 같을 수 있겠지만,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엄청난 규모의 무대장치와 더불어 아름답고도 애절한 음악 (뮤지컬은 이를 ‘넘버’라 부릅니다), 탄탄한 이야기로 매번 수많은 관객들을 마법 같은 순간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다양한 무대장치는 관객들을 더욱 공연에 매료시키는데, 특히 1막의 시작부터 30년전으로 관객들을 이끌어가는 샹들리에는 공연 내내 객석 위에서 위용을 내뿜다 1막의 마지막 순간에 팬텀의 분노와 함께 무대로 추락합니다. 객석의 관객들은 샹들리에가 추락할 때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긴장감과 팬텀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팬텀이 크리스틴을 지하미궁으로 초대해 안개가 자욱한 지하 호수에서 281개의 촛불 사이로 나룻배가 미끄러져 내려가는 부분 역시 공연의 백미로 꼽습니다.

이 나룻배 위에서 팬텀과 크리스틴은 가장 유명한 넘버인 ‘The Phantom of the opera’를 열창합니다. 필자는 뮤지컬의 매력은 넘버와 무대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이 곡뿐 만 아니라 전 넘버가 놓칠 수 없는 명곡들로 가득합니다. 샹들리에가 무대 위로 올라가며 공연의 서막을 알리는 ‘Overture’, 크리스틴이 처음으로 공연의 주인공으로 나서 열창하는 ‘Think of me’, 지하미궁에서 팬텀이 크리스틴에게 불러주는 ‘The music of the night’ 등이 대표적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Final Lair’ 라는 곡인데, 지하로 크리스틴을 납치한 팬텀과 그를 쫓아온 라울, 그리고 크리스틴이 생사를 넘나드는 마지막 순간에 부르는 애절한 곡으로 세 배우의 폭발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이 넘버를 끝으로 팬텀은 결국 라울과 크리스틴을 놔주고, 자신의 마스크만 남겨둔 채 사라지게 됩니다.

필자는 글의 시작에서 언급했듯이 2010년 한국공연에서 처음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접했습니다. 이 당시 한국에서 세계 최연소 팬텀이 등장했는데 그가 바로 현재 걸출한 뮤지컬 배우인 홍광호입니다. 한국공연 초연부터 2010년 공연에서는 배우 김소현이 크리스틴을 연기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공연 역시 오리지널 공연에 뒤지지 않을 만큼 배우들의 열연과 훌륭한 넘버 소화력이 돋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공연을 본 이후 필자는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는데 이번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를 통해 필자가 느꼈던 몰입감과 감동을 독자들께서도 느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필자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애정은 5년 전 파리여행에서 ‘오페라 가르니에’를 방문했을 때 소위 ‘덕심이 폭발’하게 됩니다. ‘오페라 가르니에’는 파리 도심에 있는 19세기에 지어진 오페라하우스로 실제로 오페라의 유령 소설 작가인 가스통 루르는 이 극장에서 소설에 대한 영감을 많이 얻었다고 합니다. 오페라를 보지 않더라도 입장료를 내고 오페라하우스를 둘러볼 수 있는데, 다양한 대리석으로 제작된 나선형의 중앙 계단, 연회장으로 쓰이는 그랑 푸아이에라는 황금빛 공간(실제로 ‘베르사유 궁전 거울의 방’을 모방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극장의 아름다운 샹들리에와 이를 둘러싼 샤갈의 천장화를 보면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한 장면 한 장면을 떠올릴 수 있었는데요. 파리를 방문하시게 되면 꼭 한 번 들러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 프랑스 ‘오페라 가르니에’의 샹들리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는 지난 12월 부산 드림씨어터를 시작으로 올해 3월 서울 블루스퀘어, 마지막으로는 7월 대구 계명아트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됩니다. 최근 개막했던 뮤지컬 팬텀 역시 오페라의 유령 소설을 원작으로 한 다른 뮤지컬인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공연에 대해서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한국공연은 2010년 이후로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