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1월 29, 2020 - 02:52
국제심포지엄에 해외 석학 초청해놓고 보도자료도 안올려
오마이뉴스는 올해 이라는 제목으로 27차에 걸쳐 4대강사업과 관련하여 기획기사를 연속으로 내보낸 적이 있다. 그 14번째 기사는 “황당한 한국당, 비겁한 민주당...문 대통령이 결단하라”라는 헤드라인으로 시작되는데, 아래 보도내용은 올 3월 27일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단 전문위원회가 개최한 ‘자연성 회복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인 이상돈 의원이 축사를 통해 4대강 문제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를 비판한 부분을 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가 인용 보도한 내용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인 그는 "4대강 사업처럼 잘못한 사업이 없다"면서도 "많은 전문가가 뜻을 같이 해서 중간 결과를 냈는데(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의 '금강-영산강 보처리 방안') 정부와 여당은 전문가들에게만 이 문제를 맡겨두고 전면에 나와 있지 않다"
그는 또 "지난 대통령 선거 때 5명의 후보 중 3명이 4대강 재자연화 공약을 내세워서 국민들의 70% 표를 얻었다"면서 "이 문제가 지나치게 정치화되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데, 4대강사업은 처음부터 정치적으로 시작된 일이기에 정치적 결단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번처럼(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의 방안 제시) 4대강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계량화와 공학적인 검토도 중요하지만 정부 여당, 특히 청와대가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라면서 "촛불 대통령의 의지를 읽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이 보도는 " [이상한 심포지엄] 해외 석학 초청해 놓고 보도자료도 안 돌려" 라는 기사 중간 헤드라인 밑으로 4대강사업과 관련한 환경부와 정부 여당의 이상한 태도를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최근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내놓은 뒤 자유한국당은 '4대강 보(洑) 파괴 저지 특별위원회'를 결성했다. 일부 보수 언론도 한 달여 동안 비판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4대강 재자연화 방안에 대한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청와대는 지금까지 잠잠하다. 어찌 된 일인지 여당 의원들도 입을 닫고 있다.
심지어 환경부는 이날 국제 심포지엄 등의 진행 비용으로 5000여만 원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출입기자단에 행사 소식조차 알리지 않았다. 전날 마티야스 콘돌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 환경계획학과 교수, 제프리 듀다 미국 지질조사국 박사 등 해외 초청 인사들이 4대강 현장을 둘러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심포지엄 플로어 질문을 통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환경부는 기자들에게 이번 행사의 보도자료 하나 배포하지 않았습니다. 비공개인 듯 아닌 듯한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환경부가 어떤 판단에서 이렇게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도통 이해가 안 됩니다."
늘 보도자료를 내는 환경부가 문재인 정부의 중요 국정과제인 4대강 자연성 회복과 관련해서 5천만원을 들여 해외 석학을 초빙해 고견을 듣고자 자리를 마련했으면서 왜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을까?
4대강사업의 핵심사업이라고 표현했던 22조 중 1조원의 영주댐 사업
같은 4대강사업이면서도 4대강조사평가단의 평가대상에서 빠져
영주댐은 4대강사업의 일환으로 지어진 댐으로 22조원의 4대강사업비 중 약 1조원이 들어갔다. 게다가 2016년 완공을 밝혔지만 아직 준공허가가 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자연성회복을 주요 국정과제에 포함하였고, 대통령 훈령 제388조로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고, 조사·평가단을 구성하였는데, 이 평가단의 업무에서 영주댐은 제외했다. 어차피 차려진 밥상, 숟가락 하나만 얹으면 되는 일로, 뒤늦게라도 훈령에 ‘영주댐 사업’ 몇 글자만 더 넣어 개정하면 되는 일인데, 결국 4대강사업 문제를 처리한다면서 만들어놓은 틀(이 방식이 최선의 방법이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에 영주댐을 포함하지 않았다. 16개 보와 영주댐은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길래 영주댐은 뺀 채 16개 보만 조사평가단에 포함하였을까?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환경부가 영주댐 시험담수에 담은 내용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환경부가 시험담수 보도자료에 담은 것은 크게 “하자보수기간 만료 전 시험담수를 통해 댐 안전성 평가 시행”과 “내성천 생태·환경 종합진단을 통해 영주댐 처리방안 마련을 위한 정보 확보”이다. “시험담수 과정에서는 수질, 수생태, 모래 상태 등 내성천 생태·환경 상태 전반을 종합 진단하여 향후 댐의 철거·존치 등에 대한 처리방안 마련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시험담수 과정 중 “지역·시민단체·전문가가 참여하는 ‘(가칭) 시험담수 감시(모니터링)단’을 구성하여 시험담수 결과의 객관성 및 공정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하나하나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4대강 16개보는 보를 열어서 모니터링(자연성 회복 방향)
영주댐은 댐을 닫아서 모니터링(자연성 회복에 역행)
우선, 4대강조사평가단의 보 모니터링과 영주댐 시험담수 모니터링은 둘 다 모니터링이지만 내용적으로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보 모니터링은 자연성 회복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그 방향에서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모니터링을 한다. 보를 철거할 경우의 효과를 보기 위해 개방해보는 것이다. 그런데 영주댐 모니터링은 댐 수문을 닫아 물을 채우면서 한다. 그런데 이 모니터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16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해보았던 내용이다. 그 결과는 녹조창궐과 그 녹조가 죽어 바닥에 가라앉아 썩으면서 검게 된 물을 흘려보냈을 때 낙동강 합수부까지 도달한 것을 눈으로 확인한 것이고 그래서 시험담수를 중단했다. 그런데 시험담수를 그때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다시 하는 것이다. 시험담수의 원래 목적은 본 담수에 앞서 댐의 이상유무를 확인하는 것이다. 즉 댐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하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다.
시험담수 기간 중인 2017년 6월~9월 약 석 달간
댐 내 유해남조류는 5,000cells/mL 아래로 떨어진 적 없어
녹조로 오염된 물이 좋은 물일 수는 없다. 낙동강은 고사하고 댐 하류로 보내서도 안된다. 내성천 본류는 유역주민들의 상수원이다. 트랙터나 경운기 등이 강 쪽으로 내려가지 못하게 바리케이트가 설치되거나 제내지 제방에 취수시설이 있기도 하다.
내성천 중류(예천) 2011년 9월 / ⓒ박용훈
시험담수 후 댐 내 저수지를 넓게 뒤덮은 녹조 2017년 7월 / ⓒ박용훈
시험담수 기간 중 녹조 사체가 가라앉아 검게 변한 영주댐 저수지 2017년 1월 / ⓒ박용훈
댐 시험방류가 낙동강 합수부일대까지 영향을 끼치는 모습 2017년 1월 / ⓒ박용훈
2017년 6월 28일부터 9월 25일까지 거의 석 달 동안 댐 내 취수탑 부근 수질은 유해 남조류가 한번도 5,000cells/mL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이 5,780~205,985cells/mL를 유지했다고 위에서 소개한 오마이뉴스 기사가 보도하였다. 남조류 세포수 5,000cells/mL는 4대강사업이후 녹조문제가 심각해지고 나서 환경부가 조류경보제 발령기준을 상수원 구간과 친수용 구간으로 나누기 이전인 2015년 이전 시행하던 조류경보 발령기준이다. 이 기준을 따르면 석 달 내내 조류경보 발령 기준 아래로 내려가 본 적이 없는 것이다. 낙동강에 좋은 물을 공급하겠다는 영주댐 목적이 참으로 무색해진 것을 넘어 백해무익한 댐임을 입증한 심각한 사안이다.
환경부가 시험담수 보도자료에서 밝힌 대로 “시험담수를 통해 발전기 부하시험 등 영주댐 시설의 안전성을 평가” 하려면 정격수위(154.7m) 까지 수위를 올려야 한다. 가을에 태풍이 여러 차례 지나가면서 담수 속도가 빨라지긴 하겠지만, 내년 여름에 녹조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 미치는 영향으로 볼 때 환경부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결정해놓고 모니터링도 같이 한다고 하면 그것이 어떻게 강의 자연성회복을 궁극의 목적으로 하는 보 모니터링과 같을 수가 있는가? 게다가 수질조사 자료는 수공 자체 조사에서 나온 결과이다. 더 무슨 조사가 필요할까?
영주댐 착공 후 10년, 흰수마자는 멸종 직전인데
어떤 생태계 조사가 더 필요?
한국 최고의 모래강인 내성천 생태계의 가장 대표적인 동물은 흰수마자와 흰목물떼새이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흰수마자는 영주댐 사후환경영향조사에서 2014년 이후 내내 180여 개체씩 확인되다가 2018년 1년 동안 10개 지점을 4회에 걸쳐 조사한 결과 9개체로 급감했는데, 이보다 더 분명하게 댐 공사 후 내성천 생태계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사안은 없을 것이다. 수공이 해온 방식인 미소서식지 모래입도 조사(미소서식지는 흰수마자가 그 안에 있을만한 또는 발견되는 지점의 고운 모래가 모여 있는 강바닥을 말한다. 또 다른 입도조사로는 지점별 격자별 전수조사 방식이 있다. 이 방식은 미소서식지 비중이 조사 지점 전체에서 시기별로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지 그 추세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조사방법으로 2015년 국감지시로 대구환경청과 수공이 입도조사를 해야 했을 때 시민사회쪽 어류전문가가 주장했지만, 환경부와 수공은 한 번도 이 조사방법을 택해본 적이 없다)에서도 고운 모래는 급격하게 감소했다. 어떤 생태계 조사가 더 필요할까?
흰수마자 9개체 발견 후 다시 실시하는 치어 증식 방류 계획
서식처 복원계획은 여전히 병행하지 않아
2014년 이후 3차례에 걸쳐 10,000마리의 인공증식 치어를 방류했던 수공은 2019년 10월에 다시 치어 5,000마리를 방류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환경부와 협의하여 내린 결정이다. 이번의 치어방류도 내성천 서식처의 복원 계획을 수반하지 않는 인공증식 방류이다. 내성천에서 처음 치어를 방류했을 때에 서식처 복원 없는 치어방류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전문가의 지적을 한겨레신문이 전면 기획기사로 다룬 바 있다.
흰수마자 치어들은 고운 모래에 숨어 천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면서 먹이를 취해야 하는데(전문가들은 흰수마자의 생태적 특성이 10% 정도밖에 알려져 있지 않다고 말한다) 정밀조사가 아닌 맨눈으로 보아도 강바닥에 예전처럼 고운 모래가 확연히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는 정도로 모래입도가 거칠어졌다. 영주댐 공사 후 생긴 현상이다. 고운 모래가 있는 서식지가 확보되지 않는 한 치어를 방류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
(내성천에 서식하는 주요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에게도 그리 멀지않은 시기에 이와 비슷한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지난 4년간 (사)생태지평을 중심으로 시민조사단이 내성천에서 흰목물떼새 서식조사를 한 결과, 한 모래톱에 2개 이상의 둥지가 확인된 경우는 극히 적었다. 흰목물떼새 둥지는 어른 손바닥만 하지만 수리부엉이, 황조롱이, 너구리 등 여러 천적으로부터 들키지 않고 생존하려면 넓은 모래톱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모래톱이 식생확산으로 점점 줄어들면 천적으로부터 발견될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결국 흰목물떼새가 내성천에서 살지 못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정부의 하천기본계획으로 분석된 영주댐 유사량 영향
새삼 모래상태 등 조사를 하려는 배경은?
환경부가 조사하겠다는 수생태, 모래 상태, 수질 등은 모두 모래와 관련이 있다. 모래가 댐 공사 전에 비해서 얼마나 감소했는지가 우선 중요한 척도가 될 텐데, 이 부분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토부 하천기본계획에 의해서 영주댐으로 인해 회룡포 일대의 경우 연 유사량 33% 감소가 분석된다. 영향력의 정도는 상류로 갈수록 심해진다. 이를테면 무섬마을의 경우 공사 전에 비해서 약 55%의 연 유사량 감소가 분석된다.
게다가 수질, 흰수마자 등 수생태, 유사량 등 조사대상이 되는 것들은 이미 현실에서 가시적으로 그 영향이 드러난 것들이다. 영향분석은 미래에 발생할 문제점을 예측하여 계획에 반영하여 이를 피해가기 위함이지 분석 없이 일을 저지른 후 나타난, 이미 예견된 현상을 갖고 그것이 계획 때문에 그런 것인지를 시시비비하기 위함은 아닌 것이다. 앞서 이상돈 의원 지적대로, 결과는 이미 나와 있으니 새삼 어떤 진단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때이다. 이런 때 환경부는 조치가 아닌 담수를 강행하였고, 종합 진단을 하겠다고 하니 수공의 입장이라면 모를까 환경부가 취할 태도는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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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한강생명포럼 '흘러야 강이다"(2019년)에 박용훈 회원님이 기고한 글을 옮겨 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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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초록사진가이자 생태지평 운영위원인 박용훈 님이 사진과 글로 강이 전하는 이야기를 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