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집값 안정화를 위해 끝도 없이 대책을 내놓겠다는 말에 기자는 검찰의 조국 수사가 먼저 떠올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의 끝도 없는 수사를 두고 ‘인디언 기우제’라고 빗댄다. 인디언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니 이 기우제는 반드시 성공한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이 안정될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면, 언젠가 집값은 안정될지 모른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 본부장을 만나기로 한 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집값 안정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에게 문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발언에 대한 평가부터 들어봐야겠다.

 

–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과 관련된 발언을 하셨다. 어떻게 평가하나.

“대통령께서는 지난해 11월 19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집값을 매우 안정적으로 관리해왔다고 했다. 오히려 전국적으로 집값이 떨어진 곳도 있다고 했다. 전혀 현실 인식을 못하고 있던 대통령께서 12월 26일에는 아무 예고 없이 정책을 발표했다. 며칠 전 신년사에서는 투기와 전쟁을 하겠다고 했다. 오늘도 여러 가지 말씀을 하셨는데 내용이 하나도 없다.”

 

– 부동산 투기 세력과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고 선언도 하셨다.

“전쟁을 하겠다는 대통령이 핵무기와 원자폭탄을 가진 투기세력의 무기를 빼앗지 않고 있다. 그런데 무슨 전쟁을 하겠다는 것인가. 전쟁을 누구와 할 것인지, 무엇과 전쟁을 할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투기세력이 누리고 있는 특혜를 싹 없애고 기존에 줬던 특혜까지 제거시키는 게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다. 적에게 무기를 잔뜩 대줬는데 무기를 그대로 놔두고 전쟁을 하면 이길 수 있나. 무기를 회수해야 한다.”

 

– 이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인가.

지금 당장 분양가 상한제 전면 실시해야

“내가 만약 대통령이나 정책 책임자라면 첫번째, 당장 분양가 상한제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 이는 법 개정도 필요 없다. 대통령이 그냥 시행하라고 하면 된다. 두 번째는 공시지가의 시세반영률 43%인 것을 두 배로 올리는 것이다. 오랫동안 (공시지가를) 왜곡 조작한 사람들이 누군지, 1년에 1500억원이라는 돈을 써서 제대로 가격조사조차 안 한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이다. 세 번째 그동안 18번의 대책, 아무 실효성 없는 대책을 내놓은 청와대 참모와 관료를 교체하겠다. 대통령과 국민을 속인 책임자들 홍남기 부총리,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국토부 장관, 이런 사람들을 경질하고 국민께 고통을 드려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한다. 이런 얘기가 나와야 한다.”

 

–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값이 안정화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 국민이 위화감이 들 정도로 가격 상승이 있었다고 집값 상승을 인정하는 발언도 하셨다. 집값이 올랐다고 인정하면서도 안정됐다고 발언했다.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 상황인식을 제대로 하고 계신 것인가.

“아직도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국민을 속이는 사람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간신배 같은 사람들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그 사람들이 있는 한 대통령의 생각이 달라질 게 없고 발언이 달라질 게 없다. 12월 16일 대책을 내놨는데 일시적으로 안정됐다고 했다. 안정된 거라는 건 집값이 문재인 정부 집권 이전으로 가는 것이 안정이다. 그러면 (집값이) 얼마가 올랐냐. 서울 집값이 평균 2억5천에서 3억, 강남은 6억 올랐다. 청와대 참모 정책실장들은 10억씩 올랐는데 그 사람들의 아파트값이 10억 내려가고, 평균 6억이 내려가야 한다. 오른 거 만큼 거품이 빠져야 그게 겨우 국민이 볼 때 안정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수준으로 갈 것 같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도 않고 더 올라가면 또 부작용이 생기면 그때 대책을 내놓겠다 정도밖에 안 들린다.”

 

 

– 모든 대책이 임시방편으로 가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우선 공시지가 현실화한다고 해놓고 이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는데 지금 우리(경실련)는 공시지가가 43%라고 하고 국토부는 65%라고 한다. 정부는 향후 65%를 70%로 만드는데 앞으로 7년 동안 단계적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집값이) 임기 2년 반 동안 35~40%가 뛰었는데 공시지가 15%만 올려놓아 이로 인해 ‘갭’이 더 커졌다. 그 ‘갭’을 줄일 생각을 안 하고 1년에 1% 올린다는 것은 안 올리겠다는 것이다.”

“12월 24일 정부가 표준지 공시지가를 발표했다. 경실련이 그것을 검증하고 있다. 검증하니까 2017년에 39%였던 게 33%로 더 떨어졌다. 땅값은 20%~25% 올랐는데 정부가 올린 공시지가는 10%밖에 안 올렸으니 갭이 더 커졌다. 그런 일을 하는 관료를 그대로 놔두고 무슨 효과가 나오겠나.”

 

– 관료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국토부 관료나 재경부 관료는 바뀌지 않았다. 지난 정부에서 현 정부까지 그 관료들이 그대로 있는데 유독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많이 오른 것을 지적했다. 친재벌 정부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집값이 떨어지고 친서민 정부인 문재인 정부는 집값이 크게 올랐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사람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오히려 집값을 올렸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명박 5년, 박근혜 4년 동안은 집이 안 팔렸다. 미분양이 50만 채, 100만 채 이렇게 되고, 집값이 오르지도 않았다. 박근혜 정부 말기에는 돈을 빌려줄 테니 집 좀 사라는 정책까지 썼다. 이명박은 세금을 깎아줬다. 보유세 부담을 낮춰줬는데도 집값이 안 올랐다. 세금만 가지고 집값 잡을 수 있는 게 아니고, 돈을 빌려준다고 집을 사는 게 아니다. 집값이 이렇게 계속 오른다면 불안해서 혹은 더 올라가서 이익을 얻기 위해 집을 사는 거다. 그런데 집값이 내려가는데 누가 돈을 빌려다가 집을 사겠나.”

 

– 그러면 반대로 노무현 정부 때는 왜 이렇게 집값이 올랐나.

“(노무현 대통령은) 세금을 계속 올렸다. 세금을 올렸더니 집값이 내려갔냐. 아니다. 집을 사지 않으면 손해를 보고 집을 사면 프리미엄이 붙어 몇억씩 공돈이 생겼다. 그러니 한두 채 사는 게 아니라 여러 채를 사재기했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니 집값이 뛰었다.”

 

– 어쨌든 관료는 바뀌지 않았다.

“똑같은 관료가 있었는데 왜 그러냐. 이 관료가 이명박은 속일 수 없었다. 이명박은 건설회사 회장을 했다. 다른 대통령은 속았지만 (이명박은) 속지 않았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특징은 주택 정책을 다루는 사람이 한 사람이었다. 김수현이라는 사람이 이 안에 숨어 있다. 박근혜 후반기에도 박원순 서울시장 밑에서 (김수현이) 일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을 누굴 쓰느냐, 관료에게 속지 않을 사람을 쓰면 된다. 대통령이 정확하게 알거나 대통령이 잘 모르면 관료에게 속지 않을 참모를 앉혀놓고 정책을 맡기면 속지 않는 것이다.”

 

–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노무현과 이명박 사이에는 숨어 있는 사람이 오세훈이 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노무현 정부 때 이명박은 서울시장을 했다. 2003년 상암동 아파트를 1,100만원에 분양했는데 실제 원가는 700만원이었고 400만원을 남겼다. 많이 남겼다. 이명박은 그 돈으로 장학기금과 임대주택을 만드는데 쓰겠다고 2008년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공약했던 분양원가 공개를 ‘나는 반대다. 공기업도 기업인데 장사를 해서 좀 남기면 어떠냐’고 반대했다. 공기업이 장사를 하면, 그럼 민간기업은 열 배가 아니라 백배를 남겨도 괜찮은 거 아닌가. 분양가를 제멋대로 받아 (집값이) 폭등을 했다. 2006년 9월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다. 그 사람이 경실련 후보초청 토론회에서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까지 다 하겠다고 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오세훈 시장이 9월 25일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분양가 상한제 한다니까 3일 있다가 9월 28일 (노무현) 대통령도 그동안 반대하던 분양원가 공개를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2007년에 법이 만들어졌다. 그 법 시행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된 뒤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됐다.”

 

 

– 분양가 상한제 이후 아파트 값이 떨어졌나.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파주 교하 1500만원, 용인 1700만원에 분양하고. 인천송도는 1800만원에 분양을 했다. 그런데 2010년 오세훈과 이명박은 강남 세곡동 LH힐스테이트에 유럽 네델란드 왕립 건축 양식처럼, 유럽 성처럼 아파트를 지었다. 그린벨트에 택지를 조성해서 이런 아파트를 지었다. 당시 아파트 분양가가 970만원이었다. 30평 아파트가 3억이 안 됐다. 산이나 논밭에 지으니 저렴할 거 아닌가. 970만원, 천만원도 안되는 값에 아파트를 분양하니 (당시) 강남에 평당 3천만원이었던 10억 넘는 아파트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용인에 1700만원에 분양받은 사람들이 입주도 하기 전에 800만원으로 떨어졌다. 미분양 아파트가 이명박 때 1백만 채가 넘었다. 어디에 지어도 아파트가 안 팔린다. 아무도 아파트를 안 산다. 아파트값이 안 오르는 것이다.”

 

– 친재벌인 이명박 정부가 왜 이런 정책을 시행했는지 의문이다. 난리가 났을 것 같다.

“난리가 났다. 이명박 때 분양가 상한제 없애려고 엄청난 노력을 했다. 이명박은 아니까. 이렇게 해도 돈이 남는데, 이렇게 해도 LH가 큰돈을 번다. 이런 아파트만 있는 게 아니다. 홍준표가 얘기해서 이 아파트에 옆에 (지은 아파트는) 건물만 분양했다. 30평대 아파트를 1억7천 만원에 분양했다. 그것도 강남 서초에!”

 

-지금으로 보면 상상할 수 없는 일 같다.

“지금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도 강남에 가면 수서 희망타운이 지난주(1월 첫째주)에 2300만원에 분양했다. 이 아파트 바로 길 건너다. 땅값이 똑같다. 똑같은 땅을 사서 똑같은 아파트를 지었는데 한 사람은 970만원을 받고 다른 사람은 2300만원을 받았다. 그러니 집값이 떨어질 리가 없다. 그러면 이렇게 건물만 파는 정책이 한나라당, 이때 당시 한나라당의 당론이었다. 홍준표 의원이 건물만 분양하자고 했다. 토지는 어렵게 수용한 거니 팔지 말고, 가지고 있으면 올라가니까. 팔려면 국민연금 같은 공적기관에 팔고.”

 

– 본부장이 줄곧 주장하는 내용과 일치한다.

“건물만 팔면 된다. 박원순 시장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LH도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다 할 수 있는 정책이다. 이런 정책을 한다고 정부가 발표했나. 지금도 이런 정책을 한다고 발표하면, 분양원가 공개하고 분양가 상한제 실시하고 건물만 분양하고, 그래서 새 아파트가 헌 아파트 값의 절반도 안 되는 값에 공급을 하겠다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나. 집값이 떨어진다.”

 

– 현실적으로 이렇게 진행할 수 있나.

“똑같은 값의 땅을 사서 이명박과 오세훈은 했는데 문재인과 박원순은 왜 못하나.”

 

 

*기사원문

“부동산 정책, 문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간신배들부터 쳐내야”

“반값 아파트, 이명박-오세훈도 하는데 문재인-박원순 왜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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