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넷은 지난 9월부터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부터 모욕죄로 고소당한 네티즌들에게 법률상담 등의 법률지원 활동을 진행해왔다. 그 중 변호인으로 지원한 한 사건에 대해 지난 11월 21일 검찰로부터 죄가안됨의 불기소 처분을 받아냈다. 해당 네티즌은 2018년 12월경, 나경원이 한국당 원내대표로 선출되었다는 내용의 기사에 “국X 등장”, “자유한국당의 삽질”의 표현이 포함된 댓글을 게시하였다는 이유로 나경원 의원으로부터 모욕죄로 고소당했다.
오픈넷은 검찰에 ‘해당 네티즌은 나경원 의원의 기존의 친일 행보 및 막말 행태 등에 비판적이었고, 표현행위의 주된 의도가 단순히 나경원 개인을 모욕하거나 비방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자를 원내대표로 선출한 자유한국당의 선택이 자충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하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이 사용된 것에 불과하므로, 모욕으로 볼 수 없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도의 행위’라는 취지로 의견을 제출했으며, 검찰이 이를 받아들여 모욕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오픈넷이 법률지원한 다른 유사한 사례 ─ 나경원의 한국당 원내대표 선출 기사에 “국X, XX녀가 원내대표라니ㅋㅋㅋㅋ, 자유당 폭망각”이라는 내용의 댓글을 게시한 사례 ─ 에서도, 검찰은 ‘다소 무례하고 저속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해도, 이 표현들은 피해자(나경원)의 정치적 행태를 비판하는 용어로 상투적으로 쓰여왔던 표현’이고, ‘피의자가 정치, 사회적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비판에 수반되는 표현을 사용한 것’, ‘피해자의 개인이 아닌 공인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 것’, ‘피해자 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혐의없음으로 결정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이나 정당에 대한 비판적 표현의 자유는 넓게 보장되어야 한다. 일반 국민이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한 지위에 있는 정치인을 정제되지 않은 다소 저속한 표현을 사용하며 비난했다는 이유만으로 모욕죄 기소 및 형사처벌이 이루어진다면,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크게 위축될 것이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은 본 사건의 이러한 헌법적, 사회적 의미를 고려한 올바른 판단이라 할 것이며, 진행 중인 다른 사건에서도 이같은 선진적인 판단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한편, 경찰이 유죄 의견으로 즉결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는 모욕죄 벌금 5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이 나왔다. 이는 가장 가벼운 유죄 판결 유형으로써 사실상 무죄 판결에 가깝지만, 평범한 국민이 정치인에 대해 “명불허전 국X, 1급 발암물질”이라는 수준의 댓글을 달았다가 형사수사를 받고 ‘죄인’이 되는 현실은 매우 불합리한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지난 10월에는 대검찰청이 나경원 모욕죄 고소 사건에 대한 처분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일선청에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처리된 사건들이 벌금형부터 불구속기소에 이르기까지 처분 내역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에서 처분결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하여 이를 재고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판단주체에 따라 같은 사례에서도 다른 결과가 나오는 상황은, 모욕죄가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 원칙에 반하는 위헌적 법제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11년 UN 인권위원회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일반논평 34호에서 ‘사실적 주장이 아닌 단순한 견해나 감정표현에 대한 형사처벌은 폐지할 것’을 규약 당사국들에게 권고한 바 있다. 모욕적, 비하적 표현이 비록 올바른 표현 행태는 아니지만, 견해나 감정표현만으로는 국가 형벌권이 개입할만한 중대한 해악이나 권리 침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경원 의원 외에도 정치인과 공인들이 모욕죄 고소를 남발하여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위축시키는 행태가 유행처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폐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모욕죄의 폐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019년 12월 11일
사단법인 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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