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는 세계인권선언일을 하루 앞둔 9일,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에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법률의견서를 제출하였다.
본 의견서는 올해 2월 사형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된 이후, 헌법재판소가 사형제도의 위헌여부를 결정하는데 기여하고자 마련되었다. 지난 2009년 헌법재판소에 사형제도 관련 의견서를 제출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국제앰네스티는 사형제도폐지를 결정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과테말라, 베냉 헌법재판소의 사례와 미국 코네티컷주 및 워싱턴주 대법원의 판결문을 인용하며 각국의 사법기관이 내리고 있는 전향적인 결정에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도 동참할 것을 촉구하였다.
국제앰네스티는 본 의견서를 통해 사형제도가 그 자체로 생명권을 침해하며, 고문과 기타 부당대우를 철저히 금지한 국제법을 위반한 제도라는 국제적 인식의 확산을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전세계적으로 무고하게 처형된 사람의 통계, 취약계층에게 불균형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각 국의 사례, 증명되지 못한 범죄 억제력 등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사형제도가 본질적으로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처벌임을 강조하였다.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된 지 71년이 되는 올해, 국제사회는 사형제도 폐지를 향한 압도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앰네스티가 사형폐지캠페인을 시작했던 1977년 당시 사형폐지국은 16개국에 불과했으나 40년이 지난 현재 전 세계 3분의 2가 넘는 142개국이 사형제도를 법적으로 폐지했거나 실제로 집행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1997년 12월 31일을 끝으로 지금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앰네스티가 분류하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에 속한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경은 사무처장은 “국제사회에서 사형제도는 이미 형사사법의 문제가 아닌 인권의 문제로 인식된다”며 “한국은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지 22년이 다 되어가지만, 정부는 늘 여론을 이유로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경은 사무처장은 또한 “압도적 숫자의 폐지국과 고립된 소수의 존치국 사이에서 한국이 어디에 위치할 지는 이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달렸다. 이번 결정을 통해 국가가 자행하는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처벌의 관행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