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글

 

정형준 월간 복지동향 편집위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집권초 발표한 ‘문재인 케어’가 현 정부의 정책 중에 가장 인기가 높다고 한다. 직접의료비를 절감하는 다양한 항목과 건강권 확대에 대한 방향성이 있기 때문에 모두가 염원하는 복지 확대로 느낄 만하다. 의사들이 권유하는 MRI, 초음파 검사의 비용이 비싸 그동안 고통받았던 환자들의 경우는 더구나 그러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병원들 특히 대형병원의 검사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도 하고,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이 심해진다고도 한다.

 

미충족 의료이용이 자리 잡는 과정의 환자쏠림은 긍정적인 측면일 것이다. 또한 그동안 경제적 이유로 제한된 검사가 늘어나는 것도 당연히 환영해야 한다. 좀 더 나아가 경제적인 자원배분 문제로 복지를 접근하는 세력들에 의해 ‘환자쏠림 현상’이 비난받는 것도 불편하다. 하지만 복지 확대를 주장하는 세력들도 국민들은 비용이 절감되어 즐거울 수 있는 검사나 병원이용이 정말 필요한 것이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다름 아닌 과잉검사, 과잉진단 문제다. 환자 부담이 줄어들면 당연히 의료공급자가 더 쉽게 검사나 진단을 남발할 수 있다는 게 교과서적 상식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인한 검사 확대가 필요에 의한 것인지, 시장중심 의료로 인한 문제인지는 과학적으로 분석이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중요한 평가를 할 수 있는 기반과 수단이 한국에는 없다. 환자들이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존재하는 주치의나 의뢰, 회송 체계로 대형병원으로 가는 게 아니라, 상당수가 자발적으로 대형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가는 형국이라서 그렇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현재 한국에서 대형병원 진료를 받는 경우는 정말 중증환자라도 스스로 중증임을 자각하고 방문하는 경우나 응급환자의 경우, 여러 병의원에서 의뢰되는 경우가 섞여 있다. 여기에 단순히 걱정돼서, 막연한 대형병원에 대한 신뢰 때문에, 검사에 대한 위약효과 등등 사실상 경증환자들과 경과를 관찰해야 하는 환자군 다수가 방문한다.

 

결국 공적자원을 더 지출하고도 우리는 진짜 효과적인지, 정말 필요한 일인지 평가를 할 수가 없다. 일차의료의 부재 때문이다. 물론 평가문제 때문에만 일차의료 부재가 안타까운 건 아니다. 정부가 발표한 지역, 보건연계방안인 ‘커뮤니티케어’에서도 마땅히 연계해야 할 일차의료기관이 부재하다. 그리고 막상 동네의원에 가면 복지서비스와의 연계는 커녕, 그곳도 수액주사, 비급여 치료의 천국인 경우가 허다하다. 동네의원을 일차의료로 부르는 것도 민망하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그냥 대형병원으로 직행하는 국민들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국민들의 이해할 만한 상황을 두고 보는 것도 이젠 그만둬야 하지 않겠는가? 막연히 의료제도는 일제강점기부터 이랬다고 ‘경로의존성’만 이야기해서도 이젠 곤란하지 않을까? 지난 30여 년간 보건의료시민운동이 가져온 건강보험 강화 논리속에서 일차의료는 항상 외면당해왔다. 그 역사의 복수를 이제 막대한 건강보험재정 기반 속에서도 당하고 있다. 얼마전 발표된 OECD 보건통계에서 한국은 가장 외래내원일수가 많으면서도 가장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나라로 밝혀졌다. 병의원 가기 쉽지만, 가장 건강하지 않다는 인식을 가진 이유는 긴 노동시간, 노동강도, 경쟁강화 등의 이유도 있겠지만, 일차의료 부재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늦었지만 다시 초심에서 의료공급관련된 기반부터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반이 튼튼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의도로 탑을 쌓아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일차의료를 위한 논의에 이번 호 복지동향이 단초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