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징계의 부당성 확인한 대법원 판결
이승만,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에 부정적 평가내용이라도 역사적 해석의 영역으로 공정성·객관성 위반 아니라고 판단
다양성을 억압하는 도구로 활용된 공정성·객관성 심의, 중단해야
공익법센터 변론 지원, 6년만에 대법원 승소 이끌어내
오늘(11/21) 대법원 전원합의체(대법원장 김명수)는 이승만,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담은 역사 다큐멘터리 을 방영한 시민방송(채널 RTV)에 중징계를 내린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 처분에 대해 “이 사건 각 방송이 방송의 객관성·공정성·균형성 유지의무와 사자(死者) 명예존중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제제가 정당하다는 원심을 파기했다. 박근혜 정권 시기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의 공정성, 객관성 기준을 위반했다며 중징계를 내린 시민방송의 사건은 방송의 공정성, 객관성 심의 기준이 정치적으로 악용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에 대하여는 후대에 의한 평가가 따르고, 이러한 평가는 각자의 가치관이나 역사관에 따라 다양하게 때로는 상반되게 나타”날 수 있다며, 보도 등과 달리 시청자 제작 다큐멘터리에 대해서는 방송심의 규정상의 공정성, 객관성 기준을 상대적으로 완화해서 적용해야 하고 제재가 부당하다고 본 이번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을 전문으로 방송하는 퍼블릭 액세스 전문 채널인 시민방송이 2013년 3월 민족문제연구소의 역사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이승만의 두 얼굴’, ‘백년전쟁-프레이저 보고서’ 두 편을 연이어 방영했다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공정성, 객관성 등의 심의규정을 위반했다며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당시 징계의 핵심은 이승만,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상당히 있는데, 프로그램들이 부정적으로만 평가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처분의 당사자인 시민방송이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참여연대 공익법센터가 변론을 지원하였다(양홍석 변호사, 정민영 변호사). 무려 6년 넘게 이어져 온 이번 소송의 쟁점은 역사다큐멘터리와 같은 비보도 프로그램에도 공정성 객관성 심의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방송법의 공정성, 객관성 심의는 보도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다만, 방송내용이 공정성과 공공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 등을 심의할 때에는 매체별, 채널별, 프로그램별 특성을 모두 고려하여야 함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시청자 제작 프로그램을 주로 대상으로 방영하는 시민방송의 특성상, 그리고 역사다큐멘터리라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공정성, 객관성 유지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통상의 프로그램에 비해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백년전쟁’은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증명 가능한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여야 한다’는 ‘객관성’ 기준을 위반한 것도,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에 대해’ 편향적으로 다루지 않아야 한다는 ‘공정성’ 규정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백년전쟁’은 다소 불편한 표현이 있긴 하지만, 사실에 기초했고, 사실상 주류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과 해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다양한 여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다양성을 억압하는 도구로 활용되어온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공정성·객관성 심의는 재검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