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운 나날'은 다산의 자원활동가 별님이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 코너입니다. '영화로운 나날'을 꾸며줄 첫 번째 영화는 숀 베이커 감독의 2017년 작 '플로리다 프로젝트'입니다.
동화의 탈을 쓴 현실, 유쾌함과 불쾌함 사이_ 플로리다 프로젝트>
김별 (자원활동가)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플로리다 디즈니랜드 맞은편 매직 캐슬이라는 모텔에 사는 무니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영화이다. 국내 개봉 전 현지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고 찬사와 호평이 끊이질 않은 영화였기에 오랜 시간 국내 개봉을 손꼽아 기다렸던 영화였다. 나는 사실 처음엔 줄거리는 잘 모른채로 제목부터 시작해서 포스터며 예고편에서 느낄 수 있는 색감에 마음을 뺏겼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서 국내 개봉이 확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그 누구보다 좋아했었다. 그런데 역시나 상영관은 많지 않았고 상영 일자는 짧았기에 개봉 당일 학교가 끝나자마자 친구하고 극장으로 달려가 보았던 기억이 난다.
영화는 충격 그 자체였다. 나와 내 친구가 그 무엇을 상상했든 분명 이런 내용은 아니었음은 분명했다. 영화 마지막에 나는 이유 모를 울음이 터져버렸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도록 한참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친구는 그런 나와 엔딩크레딧을 번갈아 보며 벙찐 표정을 지었었다.
친구는 극장에서 나오자마자 이런 영화였어? 라며 어이없어했고 나는 여전히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친구와 나는 이 영화에 대해 길게 얘기 나누지 않았다. 친구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와 내가 왜 울었는지 생각하며 영화표를 꺼내 한참을 보다 달력 사이에 꽂아놓았었다. 나는 하루 이틀이 지나도 이 영화에 대한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왜 그럴까 하며 천천히 이 영화를 곱씹을 그때 문득 어릴 적 우리 집 골목 끝에 있던 아파트 간이 문이 기억났다. 무니와 비슷한 나이일 때 나는 아파트가 아닌 아래는 식당, 위에는 주거시설이 있는 주택단지에 살았었다. 우리 집골목 끝에는 내 친구들이 가장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의 후문이 있었는데 매주 수요일이었나 목요일 아파트 단지 내 장이 열릴 때 들어가곤 했었다. 아파트들에 둘러싸여 있던 우리 동네, 나의 집골목 끝, 그 끝의 아파트 후문, 그곳이 괜히 무니와 친구들이 꿈꾸던 디즈니랜드와 겹쳐졌음을 깨달았다. 뮌도 나도 나름대로 행복하게 즐겁게 잘 지내고 있지만 세상이라는 곳이 나누어 버리는 그 경계. 너무나 가깝지만 동시에 너무나 다르고도 먼 그런 곳. 내가 울었던 이유가, 한참 동안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던 이유가 오래된 기억 속에 있었다,
사실 이 영화는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굉장히 유쾌하고 예쁘게 표현한 영화이다. 사회적 위치가 다양한 이들, 그중에서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 많은 이들의 이야기다. 우리의 사회는 무니와 같은 이들을 언제나 밀쳐내기 급했고 무언가를 포기함을 알게 모르게 강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니는 그런 이들에게 대항하는 자신만의 무례한 방법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누군가는 영화 배경과는 상반되는 극 중 인물들의 태도가 굉장히 불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고 그만큼 비슷한 아픔을 겪은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지나친 혹은 여전히 지나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알게 모르게 어떤 선을 긋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 대한 코멘트 중에 굉장히 인상 깊었던 코멘트와 함께 글을 마친다.
‘짧은 엔딩이 유일한 영화였다. 나머지는 우리의 현실이었다’
11월부터 다산인권센터 자원활동을 하게 된 탈학교 4개월 차 김별입니다.
저는 좋아하는 것도 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무진장 많은 사람입니다.
소외되는 이들 없이 언제나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