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선량규제 현황과 문제점
지난 5월 30일과 31일 양일간 있었던 ‘비핵평화를 위한 한일 국제포럼’ 중 ▲핵의 반인도적, 반환경적 영향 세션에서 ‘한국의 핵발전소 노동자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발표하셨던 박찬호 운영위원의 발제 관련 내용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지난 소식지(6-7월호)에서는 방사선업무관련 직업병암 인정기준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기구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ICRP)의 역사와 한계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번호에서는 우리나라의 선량규제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의 선량규제 현황과 문제점
지난달에는 ICRP(국제방사선방호협회)의 핵심철학과, 주요 권고 내용의 변경과정에 대해 확인하였다.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대개의 국가들은 ICRP 권고내용을 대체로 수용하고 있기 때문에 각국 핵정책의 독자성이랄까 특수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최근에는 유럽의 경우 ECRR(European Committee on Radiation Risk ; 방사선리스크 유럽위원회)이 ICRP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독자노선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전 세계적인 영향력은 ICRP가 훨씬 큰 것이 사실이다. ICRP는 각국 핵정책, 특히 핵발전소의 운영에 대한 각종 내용을 ‘권고’의 형태로 발표하지만, 각국 정부는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때문에 사실상 ICRP의 권고 = 공식적인 핵발전소 운영지침이 성립한다. 그러나 실제 각국 정부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엽적인 영역에서 일부 예외적인 내용을 채택한다. 예를 들어 방사선으로 인한 직업병 인정기준이나 절차, 혹은 방사선 선량규제 등에 각국의 여러 상황을 반영한 내용들이 있기는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우리나라의 선량규제 정책을 살펴보도록 하자.
우리나라는 ICRP의 권고를 수용하여 다음과 같은 선량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단 일반적으로 위의 표에서 표현한 “연간”이라는 단어는 그해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를 지칭한다. 모든 선량 측정의 시간조건은 해당 연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이기 때문에 해가 바뀌면 다시 적용된다. 지난달에 이미 밝힌 바 있듯이 12개월이라는 개념을 연간으로 바꾼 것은 ICRP의 1977년 권고부터이다.
위 표를 유심히 바라보면 가로 구분은 유효선량한도와 등가선량한도 두 가지가 있고, 세로구분은 사람을 3개의 범주로 나누고 있다. 결국 위 표는 세 범주의 사람에게 두 가지 선량한도를 적용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대개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 생각하지만 확인한다는 의미에서 유효선량과 등가선량을 논의해보자.
지난달에 서술했다시피, 유효선량과 등가선량(=선량당량, dose equivalent)은 ICRP의 1977년 권고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다. 유효선량은 방사선피폭으로 인한 전신영향을 의미한다. 인체의 장기와 조직의 등가선량에 조직가중인수를 곱해 산출하나 직접 측정할 수는 없다. 결국 피폭관리를 위해서는 유효선량 대신 실제로 측정할 수 있는 등가선량을 사용한다. 등가선량은 주변선량당량(=공간선량)과 개인선량당량으로 구분한다. 방사선을 측정할 때는 바로 선량당량을 의미하는데, 이렇게 산출한 선량당량에 인체가중 값을 곱하면 유효선량인 것이다. 따라서 유효선량과 공간선량(주변선량당량)의 비율은 핵종의 차이(방출되는 감마선 에너지의 차이)나 쪼임 조건(혹은 조사조건照射条件, 한 방향인가 모든 방향인가)에 따라 다르지만, 성인의 경우 유효선량은 대체로 공간선량의 55%~85%수준이다. ECRR 2010년 권고에서는 유효선량과 선량당량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등가선량에 가중치를 부여하면 유효선량이 된다. 유효선량은 신체의 모든 조직과 장기에 대하여 가중치가 부여된 등가선량의 합계인 것이다. 유효선량은 또한 신체의 모든 조직과 장기에서 2배의 가중치가 부여된 흡수선량의 총합으로 표현될 수 있다.”(ECRR 2010년 권고문 106쪽)
ICRP가 유효선량당량으로 변경한 이유는 딱 한가지이다. 방사선 피폭을 완화하기 위함인 것이다. 유효선량에 대해 나카가와 야쓰오는 다음과 같이 비판하고 있다.
“이것은 새로운 과학모델을 통해 계산상의 피폭선량을 설정하기 때문에 ‘과학적 조작’을 복잡하게 실행할 뿐, 쉽게 실제 피폭량과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것 자체로 속임수 행위인 것이다. 유효선량당량은 피폭의 기준 완화를 질적으로 다른 형태로 진행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예를 들어, 핵발전소 건물 안 등 공기 중에 떠도는 방사능 농도 기준은, 유효선량당량으로 계산하면 기존보다 대폭 완화된다. 망간(Mn)54의 경우, 1,000베크렐을 흡입하면 기존의 피폭량은 1.95밀리렘(19.5μSv)이었으나, 유효선량당량으로 계산하면 불과 0.147밀리렘(1.47μSv)에 불과해져, 실제로 13배나 과소평가된다. 방사능 수중(水中) 농도 기준도 똑같이 대폭 완화했다. 스트론튬(Sr)90의 경우 1,000베크렐(Bq)을 체내로 섭취했을 때의 피폭량은, 자금까지라면 44.4밀리렘(444μSv)이었지만, 유효선량당량으로는 겨우 3.85밀리렘(38.5μSv)에 불과해져, 이것 또한 11.5배 과소평가되는 완화효과를 갖는다.”([増補〉放射線被曝の歴史――アメリカ原爆開発から福島原発事故まで], 中川保雄, 明石書店, 156페이지)
이제는 세로 구분, 즉 사람의 세 가지 범주에 대해 확인해보도록 하자. 특이한 점은 방사선 작업에서 일반노동자라 할 수 있는 “방사선작업종사자”의 선량한도가 이른바 ‘투 트랙’이라는 점이다. 연간 50밀리시버트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5년간 100밀리시버트이다. 즉 “5년간 100밀리시버트”라고 할 경우에는 1년에 평균 20밀리시버트가 선량한도로서 적용되어야 하지만, 특정 연도만 놓고 봤을 때 50밀리시버트까지는 상관없다는 점에 있다. 특정연도에는 50밀리시버트까지 허용하는 것, 만일 실제로 특정연도에 50밀리를 피폭했다면, “5년간 100밀리시버트”라는 규정으로 인해 나머지 4년은 합계 50밀리시버트, 연간평균 12.5밀리시버트로 낮추어야만 가능하다. 여기에 핵발전소의 운영의 비밀이 있다. 이런 사람은 그냥 해고해야만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방사선의 연간 최대한도를 사실상 규정하는 것은 50밀리시버트이다. 이런 식의 선량한도를 규정한 것은 ICRP 90년 권고이다. 1977년 권고에서 방사선작업종사자의 선량한도는 단순하게 그냥 연간 50밀리시버트였다. 77년과 90년도 선량한도를 표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77년 권고와 90년 권고사이에는 방사선작업종사자의 경우 에는 연간 50밀리시버트라는 본질적인 규정은 변화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반면 일반인은 상당히 큰 폭의 감소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왜 노동자의 선량한도는 변화가 거의 없었는 데 비하여 일반인은 대폭 감소했는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77년도와 90년 권고 사이에 발생했던 가장 큰 변화의 계기였던 “히로시마 • 나가사키 선량 재평가”를 비롯해 몇가지 사건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핵추진 세력들이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히로시마 • 나가사키 피폭자 조사”에서는 여러 문제점들을 포함한 채 리스크 평가를 완결했다. 방사선 리스크 평가라는 것은 단순하게 말한다면 3가지 변수를 계산한다. 즉 방사선으로 인한 리스크를 알기 위해서는 피폭 집단의 암 • 백혈병 사망률①에서 피폭 경험이 없는 집단의 암 • 백혈병 사망률②를 뺀 숫자에 평균 피폭 선량③으로 나눠야 한다.(즉 (①-②)÷③) 이 공식에서 중요한 것은 ③이다. 핵추진 세력은 ③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조사에서 확정한 다음(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를 ‘T65D’로 명명했다. 그런데 미국이 중성자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T65D’가 실제 방사선의 영향을 과소평가한 것으로 확인했던 것이다. “절대 틀릴 수 없는 계산”이었던 ’T65D‘는 실제보다 선량을 과소평가했다. 선량의 평가 오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어쨌든 선량 과소평가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새로운 정보를 반영한, 말하자면 인체영향이 더 증가한 새로운 방사선 선량을 ’DS86‘으로 명명했다. ICRP 1977년 권고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했던 방사선 피폭 리스크가 핵폭탄 선량 재검토만으로도 일정한 과소평가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선량재검토 과정에서는 또 다른 사실이 드러났다. 방사선의 선량-영향 관계가 기존의 ICRP주장과는 달리 직선임이 드러난 것이다. 소위 문턱 값이 있었을 때는 직선-곡선으로 변하던 것이 사실상 문턱 값이 없는 직선관계임을 구체적으로(그리고 과학적으로)확인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은 세계의 과학자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아울러 때마침 발생한 1979년 스리마일 섬 핵발전소 사고, 1980년대 중반 영국 세라필드 핵재처리 공장 주변의 소아 백혈병 급증 문제, 결정적으로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등 도 발생하여 세계적으로 방사선 피폭 문제가 집중적으로 부각되었다.
이리하여 가장 먼저 영국의 방사선방호청(NRPB)은 1987년 말 기존의 방사선 피폭 선량한도를 노동자는 연간 15밀리시버트, 일반인은 연간 0.5밀리 시버트로 인하하는 ’선량한도 잠정지침‘을 권고했다. 아울러 1988년 스웨덴은 방사선 관련 노동자의 피폭 선량한도를 평생 동안 700밀리시버트, 30세까지는 180밀리시버트, 임산부는 해당 기간 동안 5밀리시버트로 하는 새로운 피폭기준을 결정했다. 이런 조치들은 기존의 한도 보다 방사선의 영향을 3~4배 수준 낮추기 위한 것이다. ICRP도 처음엔 노동자의 경우 연간 50밀리시버트에서 15밀리시버트로 선량한도를 변경하려고 했다. 그러자 미국의 핵발전 업체들이 크게 반발했다. 핵발전소 운영 비용이 너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노동자에 대한 선량한도는 사실상 인하하지 않은 효과를 거두면서도 선량을 인하했다는 생색내기용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실제 권고내용과 발표내용을 틀리게 하는 속임수를 사용한다. 말하자면 실제 발표내용에서는 일반인의 연간 1밀리시버트를 대대적으로 부각하고, 노동자의 경우에는 위에서 언급한 투 트랙 운용방침(5년간 100밀리시버트, 특정연도 50밀리시버트)을 숨기고 발표문에는 1년에 20밀리시버트로 인하했다고 속였던 것이다. 이런 방침을 한국정부는 아직도 사용 중에 있다. 독자여러분도 아시는 바와 같이, 2010년에 ECRR이 ICRP의 권고내용은 파탄났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노동자의 선량한도를 얼마로 제한했는지를 상기하자. 바로 연간 2밀리시버트였다.
그런데 노동자에 대한 이런 내용도 문제지만 우리가 또다시 신경써야 하는 점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다 같은 사람인데 왜 선량한도가 다른가?(노동자와 일반인의 선량한도 차이) 둘째, 노동자들 중에서도 왜 선량한도가 다른가?(일반작업자와 수시출입자의 선량차이) 첫째 문제는 ICRP의 권고내용 중에 들어가 있으나, 둘째 문제는 ICRP의 권고내용 중에 없다. 말하자면 첫째 문제는 ICRP의 권고사항이지만, 둘째 문제는 ICRP가 권고하지 않은 내용이다.
첫째 민간인과 작업자의 선량차이에 대해서는 일단 민간인의 선량이 연간 1밀리시버트라는 점이 중요하다. 위에서 밝힌 바와같이 ICRP 등 핵추진 세력들이 방사선의 인체영향의 결정적 근거로서 제시하는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연구조사 결과가 잘못된 것을 알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나온 수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1밀리시버트라는 선량은 안전한 선량인가? 방사선에 안전기준은 없다. 인공방사선은 항상 자연방사선이라는 소위 배경선량에 더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 또한 인간에게 질병을 야기한다. 문턱값없는 직선 모델(LNT 모델)이라는 것은 방사선량이 0이 아니면 선량에 비례하여 병이 발생한다는 개념임을 다 시 한번 상기하자. ICRP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방사선 리스크 값은 가장 최근 것이 2007년 권고문에 5.5×10‐²/Sv로 제안하고 있다. 이것은 1시버트의 선량으로 1만명 당 550명의 치명적인 암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즉 1시버트의 선량으로 5.5%가 암에 걸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ICRP는 저선량(100mSv 이하)에서는 자신들이 고안한 소위 선량 선량률효과인자(DDREF) ‘2’를 적용하기 때문에, 1mSv라면 0.0028%, 즉 만 명당 0.3명(10만명당 2.8명)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것은 ICRP논리를 그대로 인정했을 때 발생하는 수치다. 예컨대 ECRR은 DDREF의 ‘2’라는 수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저선량이나 고선량이나 그냥 똑같다고 보고 1을 적용한다. 이럴 경우엔 1mSv에 쪼일 경우 10만명당 5.5명의 암환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즉 인공방사선 1mSv는 결코 안전한 수치가 아니다. 최소한의 수치일 뿐이다.
이제 두 번째 문제점인 수시출입자와 일반노동자의 차이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이야기를 진행하기 전에 개념들을 확인해야 한다. 수시출입자란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제2조 8호에 의거하여 “방사선 관리구역에 청소, 시설관리 등의 업무상 출입하는 사람(방문, 견학 등을 위하여 일시적으로 출입하는 사람은 제외한다)으로서 방사선작업종사자 외의 사람을 말한다.”로 규정한다. 아울러 방사선 관리구역이란 원자력안전법 제2조 16항에 따라 “외부의 방사선량율(放射線量率), 공기 중의 방사성물질의 농도 또는 방사성물질에 따라 오염된 물질의 표면의 오염도가 원자력안전위원회규칙으로 정하는 값을 초과할 우려가 있는 곳“으로 규정한다. 원안위가 정하는 값이란 주당 400마이크로시버트로서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400×52주=20,800마이크로시버트) 약 20밀리시버트를 말한다. 독자여러분들은 이미 우리나라의 방사선관리구역은 20밀리시버트가 초과할 우려가 있는 곳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이는 외국과 비교하여 지나치게 높은 기준이다.
그런데 독자들이 염두에 둬야 하는 사실이 있다. 원래 수시출입자의 선량한도는 연간 12밀리시버트였으나, 2017년에 연간 6밀리시버트로 무려 50%를 인하한 것이다. 우리나라 원안위가 이렇게 인하한 이유는 표면상 불분명하다. 일반 노동자는 연간평균 20밀리시버트에 특정연도에는 50밀리시버트까지 괜찮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특별한 사정도 없었는 데, 수시출입자의 연간 선량 한도를 50%나 인하한 것이다. “원안위가 갑자기 미쳤나봐.”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선량한도를 50%나 인하한 것은 환영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문제는 똑같은 노동자인 일반노동자의 연간 선량한도는 전혀 변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방사선 관리구역에 대한 선량한도를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 방사선도 가끔 쪼이는 사람에게만 선량한도를 50%나 인하했다는 사실을 독자여러분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
기본적으로 ICRP는 이런 식의 구분을 권고하지 않는다. 즉 모든 선량한도는 작업장을 중심으로 구분해야지 사람을 중심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일반 노동자이건, 수시출입자이건 같은 작업구역이라면 선량한도는 똑같아야 하는 것이다. 물론 선량은 낮을수록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원안위가 ICRP의 권고를 무시하면서 까지 똑같은 관리구역에 출입을 하는 특정인에게만 훨씬 낮은 선량한도를 적용하고자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솟는다.
2015년 2월에 원안위에 제출된 [수시출입자 제도개선을 위한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연구]라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보고서가 수시출입자 제도에 대한 정책제안의 성격을 띠는 문서라고 볼 수 있다. 문서를 꼼꼼히 읽어보면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우선 위 보고서는 유럽연합의 사례를 거론하면서 유럽연합의 방사선 관리구역 선량한도는 연간 6밀리시버트이기 때문에 방사선작업종사자나 수시출입자 모두에게 6밀리시버트라는 선량한도를 부여하고 있다고 서술하였다. 그런데 위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방사선 관리구역의 선량 한도는 주당 400마이크로시버트(=연간 20밀리시버트)이기 때문에 유럽연합과 비교할 때 너무 높다. 이럴 때 외국의 기술자가 우리나라 핵발전소의 원자로를 점검하려 할 경우 유럽연합과는 다른 기준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위 보고서에서는 IAEA 사찰관의 사례를 거론한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예컨대 월성발전소의 경우 중수로 관련해서 정비작업을 할 때에는 캐나다의 기술자들이 현장을 방문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이 전형적인 수시출입자인 바, 이들의 경우 자국에서 적용받는 기준과 한국의 기준이 달라 방사선 피폭의 우려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외국의 관련 전문가들이 방문할 경우에는 반드시 원안위나 한수원의 전문가들이 동행한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통해 적어도 핵발전소의 경우에 수시출입자의 범위에는 외국의 전문가, 한국의 전문가(정규직)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다른 사업장보다는 핵발전소로 국한할 경우 수시출입자 = 전문가 그룹 = 정규직 관리자로 볼 수 있으며, 그렇다면 수시출입자의 선량한도는 바로 외국과 한국의 정규직을 위한 선량한도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선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ICRP의 권고를 내세우는 한국의 원안위가 방사선관리구역의 높은 선량 한도를 그대로 놔둔 채 “수시출입자‘에게만 더 낮은 선량한도를 적용하는 것은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방사선 관리구역의 선량한도 값을 다시 규정해야 한다.
이제 마지막으로 수정체와 피부에 적용하는 선량한도 연간 150밀리시버트와 500밀리시버트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해 둔다. 이는 1986년 체르노빌 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상황을 사실상 인정한 것에 불과하다. ICRP는 수정체와 피부, 손 발의 경우에는 문턱값이 인정된다고 판단한다. 반면 내부피폭의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1990년 권고 이전에는 다른 조직도 있었으나, 수정체, 피부, 손발로 국한하여 확정적 영향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설정한 것이다. 1977년 권고에서 전신(全身) 피폭 한도는 100밀리시버트였지만, 1990년 권고에서는 500밀리시버트로 인상했다. 방사선이 피부나 손발에만 접촉할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사실상 고선량의 피폭을 용납하는 조치로서 ICRP나 한국의 원안위가 사람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것의 반증인 것이다.
<한국의 선량규제 현황과 문제점 – 박찬호 선생님. 2019.9.2.> 원문 내려받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