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승객 300여 명이 사망, 실종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후 정부는 보다 체계적인 재난안전관리체계의 비전과 발전 방향을 제시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3월 30일 중앙안전관리위원회를 통해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심의·확정했다.
이에 일과건강에서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안전보건 분야 ‘안전혁신 마스터플랜’과 올초 발표한 ‘제4차 산재예방 5개년계획(2015~2019)’를 점검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 첫 순서로 후퇴한 하도급 노동자 보호 정책을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왜 하도급 노동자 보호가 중요한지 알아보고, 다음 시간에는 올바른 방향의 하도급 노동자 보호 정책을 제안하기로 한다.
<편집자주>
필요성 증가하는 하도급 노동자 보호 정책, 오히려 후퇴?!
글 :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세월호 이전보다도 후퇴하고 있는 하도급 노동자 보호 정책
2015년 초 발표된 ‘제4차 산재예방 5개년계획(2015~2019)’에서 하도급 노동자 보호정책은 2010년의 ‘제3차 산재예방 5개년계획’보다도 후퇴된 정책이다. 3차 계획에서는 원청의 안전보건 책임강화와 관련해 “위험생산자가 위험을 부담하도록 실질적인 작업지시·통제권을 가진 원청사업주·발주자 등의 근로자 보호의무를 확대하고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도급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실질적인 작업지시·통제권을 가진 원청사업주 뿐만 아니라 발주자까지 책임을 지우는 정책이다. 또한 “근로자 범위를 사업주와 고용종속관계에 있는 자에서 사업주 지배·관리 하에 있는 자로 확대한다”고 밝히면서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제4차 산재예방 5개년계획에는 원청사업주, 발주자의 책임을 강화는 조치는 사라졌다. 유해위험작업 도급시 하청 노동자의 안전보건이 확보되도록 도급인가제도를 강화하겠다는 정도의 내용만 있을 뿐이다. 우리는 하청 노동자의 안전보건이 확보되기 위해서는 유해위험작업에 대한 도급금지 정책이 필요하다. 유해위험작업의 도급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한 것은 결코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하도급 노동자의 산재사망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제3차 산재예방 계획에서 시작된 원청사업주의 책임성 강화를 발전시키는 정책은 찾으려야 찾을 수 없었다.
공식 통계조차 없는 하도급 노동자의 산업재해, 규모 엄청날 것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자의 산재사망 사고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으며, 화학물질 유출사고, 폭발사고 또한 줄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는 노동자의 생명뿐만 아니라 시민의 안전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사고들은 주로 대기업에서 발생했고 제조업, 건설업이 다수를 이루고 있었고 주된 피해자는 하도급업체 노동자들이었다.
▲ 2012년 이후 발생한 화학물질 유출사고. 사망자 발생 사고를 중심으로
그러나 우리는 이들이 얼마나 일하고 있고, 얼마나 사망하는지, 어떻게 사망하는지, 무엇 때문에 사망하는지 알 수 없다. 노동부의 공식통계에서는 하도급업체 노동자의 산업재해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2014년 8월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는 약 608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하도급 노동자의 상당수는 간접고용의 형태로 일하게 되며, 간접고용 노동자의 수는 약 20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니 하도급업체 노동자의 수는 이 중간쯤 존재할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하도급업체 노동자의 산업재해 통계 역시 추정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의 사내하도급 노동자에게 중대재해가 빈발하는 사고유형은, 하도급업체 노동자 사용비율이 가장 높은 건설업에서 가장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10년간(’03년~’12년) 우리나라 건설업 산업재해 발생현황을 보면 하루 평균 재해자 57명, 이 중 2명은 사망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요 국가별 건설업 산업재해 중 사망재해를 비교해 보면 한국의 건설업 사망은 미국의 2.6배, 영국의 7.7배에 해당한다. 12년 건설업 사고성 사망재해의 발생형태를 보면 떨어짐, 부딪힘, 맞음, 무너짐, 교통사고 등 후진적 재해가 전체 건설 사망재해(592명)의 72%(429명)을 차지하고 있다. 건설업만큼 산업재해에 취약한 조선, 제철 등 제조업과 서비스업 하도급업체 노동자를 포함하면, 하도급업체 노동자의 산업재해 규모는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하도급 노동자 보호 정책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 13년 건설업 사고성 사망재해의 발생형태. 떨어짐, 물체에 맞음, 부딪힘, 무너짐, 교통사고 등 후진적 재해 발생률이 74,4%에 달한다.
| 관련 기사 : 하도급 노동자 보호를 위한 노동부의 정책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