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게임을 처벌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안번호 2007327)이 2018년 12월 24일 공포되어 2019년 6월 25일 시행되었다(이하 ‘대리게임 처벌법’). 대리게임 처벌법은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승인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게임물의 점수∙성과 등을 대신 획득하여 주는 용역의 알선 또는 제공을 업으로 함으로써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여 이를 위반한 것으로 적발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다.
대리게임 처벌법은 계약이라는 사적 영역에 국가가 형벌권으로 개입하는 위험한 선례를 제공하고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실효성 없는 과잉입법으로 폐지되어야 한다.
약관 위반을 이유로 형사제재를 가하는 것은 국가 형벌권의 위험한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
대리게임 처벌법은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승인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대리게임을 하는 자를 처벌한다. 이는 결국 게임물 사업자가 정한 이용 약관을 위반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사업자와 이용자 간의 사적 계약에 대한 이용자 측의 위반에 대하여 국가가 직접 개입을, 그것도 형벌권 행사라는 침익적 수단을 통해 이를 달성하는 것은 과도하고 불필요한 권력 행사로서 지양되어야 한다.
현대인의 일상생활은 약관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이르렀다. 게임 사용뿐 아니라 온라인 회원가입, 휴대폰 어플 다운로드, 모바일 결제 등 무수한 약관에 대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스크롤을 내리고 동의를 누른다. 이를 전부 읽고 적극적으로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 고객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한 준수 의무를 어길 경우 민사적 제재가 아닌 형사적 제재가 따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고객은 더더욱 적을 것이다.
페이스북의 서비스 약관에는 이용자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이름을 사용해야 합니다”라거나 회원님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라고 되어 있는데 약관 위반을 이유로 형사처벌이 가능해지는 선례가 생긴다면, 페이스북에서 별명을 사용하는 자, 결혼/연애 상태를 신속하게 업데이트 하지 않는 자 모두 약관을 위반하였다는 것으로 형사처벌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
대리게임 처벌법은 대리게임을 의뢰하는 자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대리게임을 의뢰받아 수행하는 자의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가한다.
오늘날 온라인 게임은 게임 이용자들이 상호작용을 하며 자신의 정신작용을 외부로 표출하는 중요한 매개체이며, 우리 헌법재판소 역시 게임물은 예술표현의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헌법 제21조 제1항의 보호를 받는다고 판시하였다(99헌바117). 의사표현의 매개체에 제한이 없다(2008헌마324)는 헌법재판소의 의견에 따르면, 게임을 하는 행위는 도서, 영화를 향유할 자유와 같이 표현의 자유의 행사로 보호받는다. 미국 대법원 역시 “보호받는 도서, 연극, 영화처럼, 게임은 익숙한 문학적 장치와 그 매체 특유의 기능을 통해 의사를 전달한다”고 판시하였다(Brown v. Entertainment Merchants Association, 564 U.S. 786 (2011)).
대리게임 처벌법은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는데, 표현은 물리적 행위와 달리 그로 인하여 초래되는 해악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없는 이상 규제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은 그 기준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어떤 표현이 이에 해당하는지를 쉽게 판단할 수 없으며, 사회적 해악이 분명하지 않은 게임행위마저 규제하게 될 위험이 높다.
대리게임을 의뢰받아 수행하는 자의 익명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보호를 받는 자유에 해당한다. 헌법재판소는 “의사의 ‘자유로운’ 표명과 전파의 자유에는 자신의 신원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아니한 채 익명 또는 가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표현의 자유도 포함된다(2008헌마324)”고 판시하여, 익명표현의 자유 역시 표현의 자유의 보호범위에 속해있음을 확인하였다. 표현의 내용에 타인의 신원을 결부시킨다 할지라도 그와 같은 표현이 특별한 해악을 발생시키지 않는 한 익명표현과 마찬가지로 보호되어야 한다.
온라인 게임을 통하여 다른 이용자들과의 상호작용이 실명으로 표현되는 경우에만 보장된다면, 이는 익명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게임 이용자의 표현방식의 선택을 제한하는 것이다. 익명표현의 자유도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으나(2012다105482), 대리게임으로 인하여 게임물의 유통질서가 저해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제공되지 않은 이상, 대리게임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익명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직업의 자유에 대한 실효성 없는 과도한 제한에 해당한다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게임 이용자들은 국내에만 분포해 있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전 세계에 존재한다. 가까운 중국의 대리게임 시장을 예로 들면,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 대리게임을 제공하는 업계 1위에서 4위 업체들이 올해 3월 1일부터 19일까지 한 개의 인기 게임에 대한 대리게임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 약 670만 위안(약 약 11억 5천만원)에 해당한다고 한다. 국내 대리게임을 처벌하는 대리게임 처벌법은 국내 시장을 소멸시키는 동시에 이미 활발한 해외 시장으로의 이동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국내 대리게임업자들을 처벌하는 것이 대리게임의 근절을 가져온다는 발상은 온라인 게임의 특수성을 처벌이유로 삼으면서 동시에 온라인 게임의 특수성을 망각하는 것에 해당한다.
또한, 게임능력도 엄연히 개인의 능력에 해당한다. 게임을 직업으로 삼는 프로게이머들이 존재하고, 게임을 하는 모습을 온라인에 공개하여 수익을 얻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유튜버들이 존재한다. 대가를 지불받아 다른 이의 계정으로 게임을 하는 것, 대가를 지불받아 게임을 교습하는 것을 모두 처벌하는 대리게임 처벌법은, 자신의 게임능력을 활용하여 업으로 삼고자 하는 자들의 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게다가 대리게임을 처벌하는 이유가 온라인 게임 환경에서는 게임 내에서 획득한 결과물이 다른 게임 이용자와의 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 것과 달리, 개정입법에서는 온라인 게임과 오프라인 게임에 차등을 두지 않고 일괄적으로 이를 금지하고 있다. 다른 게임 이용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을 상정하기 어려운 오프라인 게임의 경우에서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리게임 문제에 대한 게임물 관련사업자의 자체적 정화 능력이 충분하다
대리게임 처벌법은 게임행위라는 사적 영역의 행위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공권력을 동원하여 해결하고자 한다. 그러나 게임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게임 규칙을 위반한 이용자들을 발견하고, 이들에게 횟수에 따른 계정 정지 기간을 부과하는 등의 방법 등으로 대리게임을 규제하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수익 부분 업계 1위 회사인 텐센트(Tencent)를 예로 들면, 매주 금요일 대리게임으로 적발된 LOL 유저들을 회사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계정 정지를 하고 있다. 이는 이미 게임 회사들이 대리게임 문제를 시정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개정입법의 취지가 말하는 바와 같이, 대리게임이 게임 관련 사업자들에게 가하는 손해가 실존한다면 이를 민사적으로 해결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손해액수를 수치화 할 노력을 들이지 않고 바로 이용자들을 형사처벌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게임 사업자들에게 막강한 힘을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대리게임을 통해 이루어지는 게임시장의 왜곡은 일시적인 것에 비해 이로 인한 처벌은 매우 과중하다. 돈을 지불하여 높은 능력치의 게임 캐릭터를 얻은 이용자는 결국 높은 레벨에서 낮은 실력으로 승부하여야 할 것이고, 이 수치는 곧바로 캐릭터에 반영되어 대리게임을 통해 왜곡된 게임시장은 곧 자정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대리게임을 통해 게임물 이용자 및 게임물 관련 사업자에게 어떠한 피해가 발생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반면, 대리게임 행위가 ‘게임의 정상적인 운영’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방해한다고 보아 이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은 게임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그 법익 침해가 구체적이고 과중하다. 약관 위반을 이유로 형사제재를 가하는 것은 국가 형벌권의 위험한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게임 사업자들의 자체 모니터링 및 게임 내 규제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를 민사적 수단이 아닌 형사 처벌로 해결하려고 하는 접근방식은 과도한 공권력 행사로서 바람직하지 않다. 국회는 대리게임 처벌법을 조속히 폐지해야 할 것이다.
2019년 8월 26일
사단법인 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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