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오픈넷은 2019. 7. 24. 형법 일부개정법률안(김병기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 21146)에 대한 반대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추상적인 판단이나 감정 표현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 현행 모욕죄 역시 헌법원칙과 국제기준에 위반하는 폐해를 가진 조항이다. 그런데 그 대상을 ‘사자(死者)’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본 법안은 위헌성이 더욱 크며, 사실상 친일파, 독재자 등 역사적 인물에 대한 대중들의 비판적 표현을 크게 위축시키는 등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할 우려가 높은 법안으로써 철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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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일부개정법률안 의견서
1. 법안 요지
본 개정안은 사자(死者)에 대한 모욕행위를 현행 모욕죄의 법정형과 마찬가지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음.
2. ‘모욕죄’의 위헌성
모욕죄는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없더라도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인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형사처벌하고 있음. 그러나 이러한 형사범죄의 구성요건으로서 ‘모욕’은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판단자의 주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개념으로써 일반인, 심지어 법전문가조차도 어떤 표현이 모욕 개념에 해당하는지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움. 몇 개의 모욕죄 판례들을 보더라도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의사표시에 대해 모욕죄 성부를 결정할 분명한 기준이나 일관성을 찾기 어려움. 이에 모욕죄에 대하여는 여러 차례 헌법소원이 제기되었고 폐지법안들도 다수 발의되어 있는 상태임.[1]
이러한 불명확한 ‘모욕’ 개념을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는 모욕죄는 죄형법정주의 및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할 위험이 높음. 또한 개인의 감정 표명에 지나지 않아 일상적이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도 없는 표현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수사력 등 국가 자원의 낭비이면서 일반 국민에게 평생의 전과기록을 남길 수 있는 것으로 비례의 원칙에도 위반할 소지가 높음. 또한 모욕죄는 명예훼손죄와 달리 공익적 목적에 따른 위법성조각사유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공인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차단하는 데에 남용되기도 함.
위와 같은 이유로 현행 형법상 모욕죄는 위헌의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법제임. UN 인권위원회는 사실적 주장이 아닌 단순한 견해나 감정 표현에 대하여 형사처벌이 이루어져서는 안 됨을 선언하였고[2],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역시 한국 정부에 이를 지적한 바 있는데[3], 모욕죄는 이러한 국제기준과 권고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음.
3. 사자(死者)에 대한 모욕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을 넓히는 것은 더욱 위헌적이며 역사적 인물에 대한 비판적 표현행위를 위축시킴.
본 개정안의 제안이유는 “역사 또는 사건의 사실관계를 왜곡시킬 우려가 높”다는 것임. 그러나 위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모욕’이란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없는 추상적 판단이나 감정의 표현이며, 사자와 관련한 사실관계의 왜곡은 형법 제308조 사자 명예훼손죄로 규율되고 있음.
또한 위와 같이 현행 모욕죄 역시 위헌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현재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지 않은 사자의 사회적 평가를 보호하기 위해, 구체적인 사실의 왜곡 없이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을 표명하거나 욕설을 하였다고 하여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더욱 위헌적임.
대중 사이에서 비판적으로 회자되는 사자는 제안이유에서 들고 있는 일반인들보다 공적 인물 중 친일인사, 독재자 등 역사적 죄인들인 경우가 더욱 많음. 사자 모욕죄가 신설되는 경우, 이들의 유족이 망인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차단하는 데에 본 조항을 남용할 위험이 높으며, 이들에 대한 국민의 비판적 표현행위가 크게 위축될 것임.
4. 결론
헌법상 비례의 원칙과 국제기준을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할 소지가 높은 본 개정안은 철회되어야 함.
[1]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유승희의원 대표발의, 2001558 / 금태섭의원 대표발의, 2002343)
[2] General Comment 34, para. 47, “[P]enal defamation laws. . . should not be applied with regard to those forms of expressions that are not, of their nature, subject to verification.”
[3] 라 뤼 한국보고서, para 27. “With regard to opinions, it should be clear that only patently unreasonable views may qualify as defama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