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라는 게임이 있다. 인재를 모아 상대와 겨루는 전략 게임이다. 그런데 좋은 인재는 비싸다. 그리고 비싼 인재라고 하더라도 무력이 세면 지력이나 정치력이 낮다. 충성도는 물론 상성(相性)❶까지 고려해야 한다. 상대편도 나를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여러 상반되는 변수를 고려해서 게임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최근 주세 관련 복잡한 논쟁을 보니 불현듯 이 게임이 떠올랐다. “수입맥주만 4캔 만 원”이 주세법 개정 논쟁의 시작이다. 수입맥주 4캔 만 원이 없어진다는 우려와 국산맥주도 4캔 만 원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섞여 있다. 그러나 논쟁의 핵심은 소주다. 여기에 조세원칙과 WTO 규약까지 가세한다.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중략)

 

지난 2월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소주와 맥주 가격을 유지하면서 전 주종의 종량세 전환을 검토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마치 삼국지 게임에서 체력 100%를 지닌 제갈량을 싼값에 등용해 보겠다는 것과 같다. 그러한 제갈량을 찾느라 올해 3월에 발표하기로 한 주세 개편안을 5월 초로 연기하더니, 5월엔 다시 잠정 연기를 발표하였다. 이렇게 복잡한 고차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쉽지 않은 문제다. 

 

다만 복잡할수록 원칙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원칙은 종량세 전환이다. 주세는 사실상 죄악세(sin tax)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를 제한하고자 고高세율을 부과한다는 의미다. 마치 휘발유나 경유가 종량세인 것과도 같다. 실제로 맥시코, 칠레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OECD국가의 주세는 종량세다. 

 

현재는 우선 맥주만 종량세를 도입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가능한 방안이다. 다만, 주세 체계가 조악해지는 단점과 내가 좋아하는 생맥주 가격이 오른다는 문제가 있다. 삼국지 게임의 핵심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것이다. 망하지 않고 잘 버티면서 국민적 합의를 단계적으로 이루어 내기를 기대해 본다.

 

차근차근 짚어보자. 왜 수입맥주만 4캔 만 원이 가능한가. 이는 현재 주세 구조에 따라 국산맥주가 역차별 받기 때문이다. 현행 주세는 주종별로 종가세(從價稅)다. 종가세는 가격에 비례하는 세금이라는 뜻이다. 즉, 맥주, 소주, 위스키 같은 증류주는 가격의 72%가 주세다. 반면, 포도주는 가격의 30%, 막걸리는 가격의 5%가 주세다. 여기서 다양한 변수가 발생한다. 

 

>>> 기사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