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5월 31일과 6월 1일 양일간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는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열립니다. 다산인권센터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더하기의 일원으로 공동행진단에 함께 합니다. 공동행진단을 선포하며 발표한 성명서를 공유합니다. 

[성명서] 

                                           모든 차별에 반대하는 행진에 참여하자!                                                         서로의 삶을 지지하는 우리의 투쟁은 변화를 만드는 축제가 될 것이다! 
                     -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서울퀴어퍼레이드 공동행진단을 선포하며

서울퀴어퍼레이드가 20주년을 맞았다. 이는 단순히 수치상의 시간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20년은 성소수자들이 거리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온 역사를 의미하며 행진을 태동케 했던 50년 전 스톤월 항쟁을, 훨씬 전부터 자신들의 터전에서 비정상으로 낙인찍혀온 몸에 이름 붙이고 삶의 양식을 만들며 정상성 규범에 저항해온 생존의 지층을 가리킨다. 더불어 20년은 지배규범과 차별로부터 고통 받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위로를 얻는데 나아가 신뢰를 쌓고 관계를 만들며 서로의 삶을 지지하고 힘을 얻는 자리를 만들어온 집단의 노력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이 시간은 성소수자 뿐 아니라 이 땅에 차별 받아온 많은 이들이 고립의 굴레를 깨고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고 애도하며 착취와 혐오에 단호하게 반대해온 투쟁의 성좌를, 어쩌면 그 속에서 발견했을 희망의 가능성을, 변화의 열망을 의미한다.

그렇게 우리는 매년 거리에 나와 불평등과 차별, 빈곤과 불의에 맞서는 행진을 만들어왔다. 성소수자 운동 너머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과 연대를 실천하며 저변의 인권의제들과 생존을 위한 투쟁을 대중에게 알리고 행진에 동참할 것을 요청해왔다.

행진은 불온한 이들의 함성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행진을 통해 정상성 규범에 저항해온 이상한 몸들을 드러낼 뿐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를 배우며 평등을 실천한다. 이분법 속에서도 어떤 것이 차별이고 혐오인지 토론하고 논쟁도 불사하며 언어와 삶의 태도를 세공한다. 그렇기에 행진은 일시적 이벤트로 그치지 않는다. 행진은 삶의 존엄을 위한 안전을 요구하고 서로를 지지하는 공동체를 만들며 이를 항시적인 삶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결의의 자리이다.

시민사회는 국가를 향해 누구도 삭제되지 않을 평등의 가치를 세울 것을 요구했고, 변화의 바로미터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쳤다. 차별금지법은 그 자체로 투쟁의 목적이지만 동시에 누적된 적폐와 차별, 폭력의 카르텔을 부수고 모두의 삶을 지지하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 필수요건이며, 한국사회에 산재한 수많은 인권의제들에 연결된 키포인트다. 더불어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국가의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자 국민과 비국민을 나누고 삶을 통제하는 것에 반대하며 경계의 기준을 묻고 의심함으로써 밖으로 밀려나는 이들의 존재를 살피는 노력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인권을 다시 묻고 정상성 규범과 착취의 구조를 의심하고 흔들며 변화시키기 위한 성찰의 연장선상에 차별금지법 제정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은 오랜 시간 미뤄져 왔다. 촛불로 정권을 바꾼 지금까지도 정부와 국회는 시기상조라는 이유를 들어 합의가 필요하다며 나중으로 미루고 있다.

인권은 합의의 문제가 아니다. 온갖 핑계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루는 것은 인권을 정치공학의 도구로 사용해왔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으며,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의지를 갖지 않는다고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차별금지법이 밀려난 상황은 사회의 인권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시민사회의 요청에 침묵하고 혐오에 자리를 내어준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곧 혐오가 사회에 뿌리내린 데에는 차별적 제도와 사회구조를 방치하고 방관해온 국가에 그 책임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여 우리는 2019년 서울퀴어퍼레이드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기치 삼아 공동행진단을 선포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성소수자를 비롯한 배제당하고 차별 받아온 이들, 통제의 대상이 되고 가십과 범죄로 낙인찍혀온 모든 이들이 자신의 존엄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변화의 토대이다.

우리의 결의는 50년 전 스톤월 인에서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단속되고 진압당하는 와중에 강제로 연행되는 동료를 보며 경찰을 향해 바닥에 돌뿌리라도 집어던져야 했던 저항과 연대의 갈급한 행동에 연결되어 있다. 나아가 어떤 자원도 지원받지 못한 채 혐오 속에 사랑하는 이들을 무고하게 떠나보내며 ‘침묵은 죽음, 행동은 삶’을 부르짖던 고통의 함성 위에, 피와 눈물로 국가의 침묵을 부수고 목숨보다 이윤에 집착했던 기업의 탐욕을 규탄하며 혐오와 배제보다 서로의 삶을 지탱하자 호소했던 HIV/AIDS 인권운동에 연결되어 있다.

더불어 우리의 결의는 혐오를 조장하고 차별과 폭력을 바탕으로 작동하는 제도와 권력에 저항해온 모든 행동에 공명한다. 내년이면 40돌을 맞을 광주의 5·18 민중항쟁에, 한국사회의 근간이 되어온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에, 정상성 규범을 끊임없이 물으며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세상을 요구하는 장애운동과 이주민운동에, 위계의 구조를 근본부터 비판하며 젠더폭력을 박살내고 성적 착취와 낙인에 저항하는 페미니즘운동에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행진은 이들 운동이 지나온 궤적 위에 함께 했던 수많은 이들과 함께 한다. 우리는 고통의 삶으로부터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고 거리로 나와 서로가 직면한 문제를 이야기 나누며 차별로부터 부당한 희생을 당해야 했던 이름들을 기억하고 변화를 촉구해왔다. 서로의 삶에 스며들어 인권의 의미를 거듭 적어나가는 과정은 차별을 불식시키기 위한 수많은 행동들에, 10여 년의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에 연결되어 있다. 이는 곧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행진이 한국사회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투쟁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동시대 생존을 취약하게 만드는 착취와 차별, 혐오와 배제의 제도와 구조에 저항하는 현장 위에 있음을 시사한다.

공동행진단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함께한다. 시민사회운동단체들과 노조가, 나아가 변화의 요구 속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꿈꾸는 이들과 함께 한다. 우리는 성소수자로서, 여성으로서, 청소년으로서, 장애인으로서, 이주노동자로서, 난민으로서,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홈리스로서, 혹은 이름을 갖지 못하거나 이름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거리를 행진하며 우리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고 목소리 냄으로써 지금과 다른 세상을 꿈꾸고 새로운 정치를 상상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내는 방식이자 생존하기 위한 행동임을 몸소 실천할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행진은 동시에 현장에서 평등을 지향하고 성찰하는 자리이다. 행진은 결기넘치지만 동시에 즐겁고 이상한 몸들과 얼굴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6월 1일, 행렬 속에서 수만의 색을 내며 광장을 가득 채우자. 우리의 행진은 도처에 차별받는 이들, 혐오의 표적이 되는 이들, 기억되는 것조차 불가능해진 수많은 이름들과 함께 한다. 이상하고 불온한 이들의 함성이 차별금지법 제정의 한 목소리를 내는 자리에 함께하자!

2019년 5월 24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서울퀴어퍼레이드 공동행진단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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