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오픈넷은 2019. 5. 10.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안(정부안, 의안번호 : 2019416)에 대한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서
1. 의견요지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정부, 의안번호: 2019416, 이하 ‘본 개정안’)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최소한으로 이행하는 선에서만 당사자에 대한 통지의무 및 통신정보 취득 요건을 강화하고 있는 바, 이는 헌법과 통신비밀보호법의 근본적 정신과 체계에 맞지 않는 새로운 모순을 창설하고 있다고 보임. 따라서 헌재 결정의 근본적 취지를 반영하여 국민의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보다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내용으로 개정안을 수정, 추보할 필요가 있음.
특히, 본 개정안 중 ① 위치정보 추적자료 및 기지국에 대한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요청시에만 보충성 요건을 추가한 부분(안 제13조 제2항, 제3항), ②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을 받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기소중지결정이나 참고인중지결정의 처분을 한 날부터 1년(국가안보 관련 범죄 등의 수사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3년)이 경과한 때 또는 수사가 진행 중인 경우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을 받은 날부터 1년(국가안보 관련 범죄 등의 수사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3년)이 경과한 때에는 그 기간이 경과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을 받은 사실, 제공요청기관 및 그 기간 등을 정보주체인 전기통신가입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하는 부분(안 제13조의3제1항, 안 제13조의3제2항부터 제4항까지 신설)에 대한 의견은 다음과 같음.
2. ‘기지국 수사’나 ‘위치정보 추적자료’ 뿐만 아니라, 모든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요청의 경우 더 강화된 요건이 적용되도록 개정하여야 함.
본 개정안은 ‘위치정보 추적자료’ 및 ‘기지국에 대한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요청시에만 보충성 요건을 추가하고 있음.
헌법재판소는 (1) 기지국수사의 경우, 수사 편의를 위해 “범죄에 아무 관련이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정보”를 일괄적으로 알아내는 방식은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며, (2) 위치추적의 경우, 혐의가 있는 사람에 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위치정보는 통신의 내용만큼이나 “사적 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현행법과 같이 ‘수사의 필요성’만을 이유로 국가기관이 위의 두 가지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하였음.
즉, 헌법재판소는 사건과의 관련성 때문에 ‘위치정보 추적자료’ 및 ‘기지국 수사’에만 구체적으로 판단한 것일 뿐,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통신의 내용과 더불어 통신의 자유를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지적하였고,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비내용적 정보이기는 하나 여러 정보의 결합과 분석을 통하여 정보주체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유추해내는 것이 가능하므로 통신내용과 거의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강력한 보호가 필요한 민감한 정보”라고 판시(2012헌마538)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모든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대해서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
비교법적으로도 모든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엄격한 요건 하에 취득하도록 규정되어 있음. 미국의 경우 ‘관련성을 보여주는 구체적이고 명시가능한 사실의 증명’을 요건으로 하고 있고, 독일의 경우 ‘통신데이터의 수집이 사건의 죄질에 비추어 적절한 관련성이 있는 때에 한하여’ 등을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음.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수사의 필요성’은 터무니없이 낮은 요건임.
결론적으로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정보주체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지국수사, 위치추적을 포함한 모든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요청의 요건을 ‘수사의 필요성’보다 더 강화시켜야 함. 본 개정안과 같이 기지국 수사와 위치정보 추적자료만 떼내어 따로 강화된 요건을 규정하는 것은 헌재 결정 취지에도 맞지 않으며 통신비밀보호법의 체계만 난잡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임.
3.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뿐만 아니라, 통신제한조치 통지 절차도 개정하여야 함.
헌법재판소는 “사전에 정보주체인 피의자 등에게 이를 통지하는 것은 수사의 밀행성 확보를 위하여 허용될 수 없다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위치정보 추적자료를 제공받은 다음에는 수사에 지장이 되지 아니하는 한 그 제공사실 등을 정보주체인 피의자 등에게 통지해야 한다. 이와 같이 수사기관이 피의자 등에게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사실을 통지함으로써, 피의자 등은 위치정보 추적자료의 제공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위치정보 추적자료가 제공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되었는지 또는 제공된 위치정보 추적자료가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규정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폐기되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정보주체인 피의자 등은 이를 통하여 수사기관의 불법 또는 부당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에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그 시정을 요구하는 등으로 실효성 있게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하여, 현행법이 기소나 불기소결정이 내려지기 전에는 피감시자에게 위치추적 여부가 통지되지 않도록 한 것은 적법절차 위반이라고 판시함.
본 개정안은 피감시자에 대한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이후 1년이 지난 기간부터 30일 이후 통지를 의무화하여 기소/불기소결정에 관계없이 특정 기간이 지나면 원칙적으로 통지가 이루어지게 함. 그런데 통신사실 확인자료보다 통신의 ‘내용’을 감청하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더 크게 침해할 수 있는 ‘통신제한조치’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통지의무 조항을 만들지 않아, 감청의 경우엔 기소/불기소결정이 내려지지 않는 한 피감시자는 자신이 감청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할 수 없게 됨. 일본의 경우, 감청행위 종료 후 30일 이내에, 미국의 경우, 감청행위 종료 후 90일 이내에 대상자에게 통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음. 감청은 사생활의 비밀을 가장 심대하게 침해하는 강제처분이기 때문에 피감시자에 대한 통지의무가 개선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함에도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경우에만 통지의무를 개선하는 것은 법체계와도 모순됨. 따라서 통신제한조치의 경우에도 기소/불기소결정에 관계없이 통신제한조치 종료 이후 1년이 지난 기간부터 30일 이후 통지를 의무화하는 등의 규정을 신설하여야 함.
[관련 글]
[논평] 정부는 헌재 결정 취지에 충실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새로 마련하라 (2019.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