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탱크에 약 3천 리터의 물을 싣고 늘상 동해안에 상주하면서 출동할 수 있는 카모프 헬기를 250억 원을 들여서 꼭 이번에 구입해주십사하는 부탁을 드릴 예정입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지난 8일) 

국가 재난급 산불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8일,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국회를 찾아 화재 피해로 인한 주택 복구비 지원과 함께 헬기 구입 예산을 요청했습니다. 재난피해 복구비와 함께 '부탁 목록'에 넣을 정도로 '카모프 헬기'가 중요한 장비였다면, 왜 미리미리 사지 못한 걸까요?

 

지난해 11월 국회로 가보겠습니다. 당시 소방청의 2019년 예산안에는 '환동해 특수재난대응단 특수장비 확충' 예산으로 카모프 헬기 구입 예산 62억5천만 원을 '국비'로 지원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1년에 62억5천만 원씩 2년간 총 125억 원의 국비를 지원받고, 여기에 강원도 자체 예산을 더해 250억 원짜리 헬기를 사겠다는 계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예산 항목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까지 올라갔다가 전액 삭감됐습니다. 국가 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중요한 예산인데, 대체 누가 왜 삭감한 것일까요? 

“지차제 소방헬기는 소방안전교부세로”

당시 국회 예결위 회의록입니다.

"벌써 소방안전교부세를 만든 지가 한 5년가량 지났거든요. (중략) 소방안전교부세의 재원이 그런 곳(소방헬기 등)에도 더 여유있게 배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용진 당시 기획재정부 제2차관 발언 중)

주목해야 할 용어는 바로 '소방안전교부세'입니다. 소방안전교부세는 담배소비세를 세원으로 하는데, '지자체의 소방 및 안전시설을 확충하는 등'의 목적에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자체 소방장비인 강원도 소방 헬기를 사려면 소방안전교부세를 끌어다 사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입니다.
그런데 소방안전교부세는 기재부가 아니라 행안부가 관리합니다. 결국 강원도 소방헬기 사는 데 드는 돈을 대기 위해 행안부가 아닌 기획재정부 예산으로 증액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지자체 소방헬기 구입을 기재부 예산으로 지원하면 안 된다는 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기재부 입장에선 '예외'가 '관행'이 될 가능성을 우려했을 법합니다.

 

(중략)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말로 다시 돌아와 보겠습니다. 최 지사는 지난 8일 KBS뉴스9에 출연해 '강원도 예산으로 카모프 헬기 구입이 불가능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KBS 탐사보도부가 나라살림연구소와 함께 강원도의 예결산 내역을 살펴봤습니다. 2017회계연도의 결산을 기준으로 강원도청이 보유한 '순세계잉여금' 규모는 1천587억 원(일반회계 기준 1천194억 원) 정도 됩니다. 순세계잉여금이란 쉽게 말해 세입에서 세출을 뺀 차액, 즉 잉여금에서 국고 환수액과 사업성 이월금 등을 빼고 다음 회계연도 세입으로 잡히는 돈입니다. 일반 가정의 가계부에 비교하자면, 해가 바뀌었을 때 작년에 쓰고 남은 돈을 넘겨받아 수입으로 잡는 것과 비슷합니다.

지난해 강원도의 세출이 줄면서 올해 세입으로 넘어올 순세계잉여금의 규모는 최소 2천억 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게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예측입니다. 이 돈을 잘 쓰면 자체 예산으로 헬기를 사는 게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옵니다. 그런데 왜 강원도는 국비를 요청한 걸까요? 사업을 추진할 때, 중앙정부 예산인 국비와 자체 예산을 합쳐 비용을 충당하는 오랜 관행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반직(소방직이 아닌 공무원)에서 '국비를 따 온다면 나머지는 해 줄게' 이런 식의... 일반직의 도움 없이는 저희가 처리할 수 없는 구조죠. 시도 예산이 그렇습니다."
(소방청 관계자)

소방청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결국 지자체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지자체에서는 '교부금·국비 50, 지방비 50 매칭'이 일종의 원칙으로 자리잡히다 보니, 일반회계 예산을 소방분야에 가져다 쓰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강원도청 관계자는 "대형헬기는 사는데도 큰 예산이 들어가고, 유지·관리에도 예산이 들어가는 부분이이서 필요로 하지만 엄두를 못 내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국가에서 돈이 없어서 정말 (지원을) 못 한다고 하면 그때는 다시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형헬기를 100% 도비로 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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