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의 주요 정세
1. 하노이 정상회담과 트럼프의 선택: 선핵 폐기와 노딜
○ 워싱턴 정치에 좌우된 하노이 회담
–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북한 문제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으며, 동맹의 중요성을 폄훼하고 독단적으로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결정하는 트럼프의 ‘새롭고 과감한 외교’는 공화당 내에서조차 비판을 받는 상황.
– 김연호 한미경제연구소(KEI)(“하노이 회담에 대한 미국 내 반응:공통성과 다양성” JPI PeaceNet, 제주 평화연구원, 2019년 3월12일)에 따르면 하노이 회담 날짜가 다가올수록 미국 주류 언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스탠퍼드대학 연설을 통해 협상 타결의 문턱을 상당히 낮추겠다는 신호를 확실히 보내자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양보할 것인가에만 초점을 뒀다는 것.
–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낮은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북한으로부터 받고 큰 규모의 제재를 완화 혹은 해제해 줌으로써 결과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요원하게 만들고 북한이 실질적으로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상황으로 갈 수 있는 나쁜 합의(bad deal)를 하리라는 것이었음.
–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고, 자신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하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폭탄 발언을 하는 상황에서 국내 여론의 관심을 돌릴 만한 이벤트에 집착할 것이라는 분석이 뒷받침됐음.
– 이에 따라 민주당은 하원 외교•군사•정보위원장의 공동명의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의 투명성 결여를 지적하고 회담 직후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결과 보고를 요구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통 큰 양보’에 대한 비판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
– 따라서 하노이 회담 결렬되자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협상팀은 워싱턴에서 초당적인 지지와 찬사를 받았음.
– 트럼프의 대북 정책(‘김정은은 내 친구’)은 다른 대외정책과 마찬가지로 이처럼 일관되게 국내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핵없는 북한의 장밋빛 미래에 대한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적인 발언에 근거해 북한의 선핵 폐기를 요구하는 일방적인 요구로 전개돼 왔다고 할 수 있음.
– 결국 하노이 회담 결렬 뒤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부 고위 당국자들이 한 목소리로 “북한의 모든 대량 살상무기의 폐기가 이뤄지기 전까지 대북제재 해제도 없다”(선핵 폐기 후 제재 해제, 트럼프식 ‘일방적 빅딜’)는 방침을 거듭 확인하면서 과연 문재인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됨.
2. 하노이 회담과 비슷한 양상의 미중 무역협상
– No deal is better than Bad deal
진퇴양난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승부수를 던지며 미국 경제의 재건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시한부 협상을 내건 휴전에 이어 무역협상을 벌여왔으며, 미국 경제 실물경기 한파와 2020년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두고 협상 타결이 절박한 상황임에도 종전에 이르지 못한 채 중국에 끌려갈 수 있는 상황에 빠짐.
–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에서 ‘적절한 타협’을 통해 성과를 과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하노이 북핵 협상과 마찬가지로 합의 내용을 둘러싸고 민주당을 필두로 공화당 등 워싱턴 정치권의 매파들이 적극 공세에 나서면서 중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요구하게 되고 이로 인해 어떤 합의도 못하는 상황.
○ 3월 14일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 칼럼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지만 이제는 스스로 종료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
– 미국내 공화당 매파들을 비롯해 정치권은 졸속 합의를 배제한 근본적 해결을 요구하며 트럼프를 압박하고 있음.
– 리처드 닐 하원 세입위원장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중 협상대표의 청문회에서 “미국 경제의 앞날이 이번 협상에 달렸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구조적인 개혁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 케빈 브래디(텍사스, 공화) 하원의원도 미국산 콩을 중국에 더 많이 수출하는 것보다 장기간에 걸쳐 미국을 기만한 중국의 통상 시스템을 바로잡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
– 척 그래슬리 상원 재무위원장 역시 매파이며, 하원 세출위 소속의 로이드 도게트(텍사스, 민주) 의원도 중국쪽 관세 완화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정치권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졸속 합의안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
–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팟캐스트 <프릭코노믹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 딜을 절박하게 원하지만 중국의 구조 개혁을 이끌어낼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고 폄하.
○ 무역전쟁에 종지를 찍기 위해 준비된 미중 정상회담은 2월 말에서 3월말 이제는 4월 중순 그리고 다시 6월로 미뤄지고 있음.
– 미중은 2월 말에서 3월 말로 한차례 미뤄 플로리다의 마러라고 정상회담을 추진했으나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3월 14일 상원 청문회중 기자들에게 3월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
– 뒤이어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월 16일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월스트리트저널(WSJ)>등 미국 언론들은 테리 브랜스테드 주중 미국 대사가 미중 정상회담이 4월로 연기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양국이 약속 이행 강제 여부에 큰 이견을 보여 그것도 불투명하다면서, 올해 중반에 가야 양측이 타결을 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고 밝혀.
– 이는 오는 6월 하순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선진 20개국(G-20) 정상회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인데, 2018년 11월3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미중은 관세 부과를 90일 동안 유예하고 무역협상을 하기로 한바 있음. 그러나 마감 시한(3월1일)이 다가왔음에도 합의를 못하자 이제는 6월 정상회담이 마지노선이 아니겠냐는 관측을 하고 있는 것임.
○ 미중 무역협상의 핵심쟁점은 ‘약속 이행 강제조항’임.
– 대중 강경파로 알려진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이 한 약속을 실행케 하는 강제 조항이 없으면 무역협상문은 종잇조각에 불과하다며 중국의 약속 이행을 강제하는 조항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그는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합의문에 중국이 무역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을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신설하거나 인상한다는 내용을 명시함으로써 잠재 리스크를 통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바 있음.
– 이에 대해 중국쪽은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일정 기간마다 중국의 합의안 이행 여부를 검토한 뒤 대응책을 마련하는 형태의 ‘일방적인’ 검증 시스템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며, 세계무역기구(WTO)를 모델로 ‘양자적인’ 협의체를 구성, 이견이나 마찰이 발생할 경우 양측이 동등한 위치에서 중재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음.
○ 트럼프, 북핵 및 무역전쟁 두 개의 전선에서 한계에 직면
– 미중 보복관세를 무기로 한 무역전쟁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북 협상에서 중국을 지렛대로 북한을 합의의 틀로 끌어들이려던 트럼프의 전략은 결과적으로 두 개의 전선 모두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결과를 보여줌.
– 2018년 12월 3일 부에노스아이레스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는 “시진핑 주석, 북한 문제 100% 협력하기로 약속” 했다고 밝힘. 이는 무역전쟁의 ‘90일 휴전’에 합의한 것을 계기로 대북 정책 공조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인데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이익을 지키려면 북핵 문제에서 트럼프가 요구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압박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트럼프는 이를 바탕으로 계속 미뤄웠던 북한과의 2차 정상회담을 추진했다는 분석이 가능함.
–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대화가 교착에 빠졌을 때마다 ‘중국 배후론’을 제기하며 불만을 표시한 바 있으며, 중국이 제재에서 이탈하면 ‘최대 압박’ 캠페인이 무력화된다며 북한과의 선박 간 환적에 연루된 중국 기업 등에 제재를 가해왔음.
– 이런 미국의 압박을 의식해 중국은 지난해 6월 북중 정상회담에서 약속했던 시진핑 주석의 9월 북한 방문을 취소하고, 9월 9일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 정권수립 70주년(9·9절)에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을 특사로 보냄,
–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2월초부터 김 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 시기에 대해 “1월, 2월로 생각한다”면서 장소는 “세 곳을 검토하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밝혔으며, 2월말 하노이 회담을 무역협상 시한인 90일 휴전이 종료되는 시점 앞에 두고 시진핑 주석과의 무역전쟁 타결(종전)을 위한 정상회담을 동시에 추진했음.
–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지금까지 중국의 공조가 컸다”면서도 “하지만 김정은 정권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더 큰 힘을 보탤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중국에 대한 불만을 표시함과 동시에 “미국과 중국이 조만간 무역 협상 타결에 이를 여지가 높지만 이번 하노이 회담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다”고 언급해 중국에 경고를 보냄.
–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3월 21일(현지시간) 극우성향 매체 브레이트바트와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동일한 시각으로 중국을 압박함. “중국은 올해 북한을 충분히 거세게 압박하는 문제에서 정말로 열쇠를 쥘 수 있다”면서 “우리는 중국과 지금 무역협상 중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불균형과 중국이 우리의 지식재산권을 훔치는 불공정함에 대해 뭔가를 하려고 단단히 결심한 상태”라고 강조.
–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대북제재 강화를 미·중 무역협상에 직접 연계하지는 않았으나, 미·중 무역협상을 중국에 대해 대북제재 공조 전선에서 이탈하지 말 것과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은 분명함.
○ 시간은 트럼프의 편이 아님
–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트럼프가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적절히 타협 또는 절충을 하지 않는다면 미중의 합의가 어렵게 됐으며, 이런 합의를 할 경우 미국 내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을 포함해 공화당내 반발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시진핑 지도부는 제대로 이행되지 못할 합의를 하는데 적극 나설 이유가 없게 됨.
– 트럼프가 제재가 유지 강화되는 한 북한과의 협상에서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핵심 핵시설 폐기를 요구한 것은 미국내 정치권의 반발에 직면할 합의 보다는 결렬이 바람직하다고 봤듯이, 마찬가지의 의미에서 시진핑의 중국은 미국 내 경제상황이 트럼프가 무역 전쟁이라는 카드를 다시 꺼내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 동등한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게 넘기는 쪽으로 나갈 가능성이 있음.
○ ‘트럼피즘(Trumpism)’의 본질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 국제관계의 본질은 ‘글로벌 공동체(global community)’가 아니라 국가와 비정부 행위자들 그리고 기업들이 이익을 위해 서로 관여하고 경쟁하는 무대일 뿐이며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들은 미국을 든든한 우방으로 갖게 될 것이고, 반대로 미국의 이익을 거스르는 국가들은 강력한 저항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기본 입장(이른바 ‘보상과 처벌’의 일방주의).
–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동맹중시의 전통적인 안보관을 해체하면서까지 이러한 약육강식의 경제적 관점에 입각한 미국 국익 중심주의로 동맹의 가치를 판단함으로써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약화, ‘(민주주의적 인권적)가치 외교’의 퇴조를 초래하고 있는데, 나토 유럽연합 등 전통적인 민주주의 동맹국들과의 갈등과 분열 등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공동전선에서 미국의 지도력 상실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음.
○ 2017년 말 발간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드러난 미 행정부의 기본 인식은 현재의 국제질서를 ‘경쟁적(competitive)’이라고 보고 있으며, 역사의 변치 않는 연속성은 ‘힘의 추구(contest for power)’라는 것. 그러나 트럼프의 일방주의는 이러한 전통적인 안보관과 배치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으며, 이는 허버트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의 경질,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정보수장들과의 불화 등 내부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음.
– 보고서는 미국이 첫째 중국, 러시아 등 현상타파 세력, 둘째는 이란, 북한 같은 불량국가들, 셋째는 지하드 테러조직 같은 초국가적 위협 등 세가지 세력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들과의 대결은 인간 존엄성 및 자유를 중시하는 측과 개인을 억압하고 획일성을 강요하는 측과의 대결이라는 가치관을 드러냄.
– 이들 미국의 경쟁자들은 정치적 선동과 기타 수단을 통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으며 반서구적 시각을 확산하고 있으며, 과거의 역사에서 미국이 얻은 교훈은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으면 조만간 적대세력이 그 공백을 차지해서 결국 미국의 불이익을 초래하게 된다는 사실이라고 강조.
– 그러나 트럼프는 당장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독재자들과의 교분이나 미국적 가치에 반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는데 무자비한 마약 단속으로 취임 이후 9,000명 가까운 인명을 살상한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을 칭찬하는가 하면, 쿠데타를 빌미로 10만명을 구금한 에르도안 터키 총리의 선거 승리도 축하하는 통화를 했음.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서는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칭찬하기도 했음.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런 관계들은 언제든 손바닥 뒤집듯이 바뀔 수 있다는 데 있음.
○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와 미 행정부의 이러한 전통적인 국가안보전략은 국제정세는 물론 기존 미 동맹국들에게 동맹을 둘러싼 혼란과 불안의 요인이 되고 있음.
– 사드 배치 문제에서의 절충 타협으로 한중관계의 악화를 피했지만, 여전히 미 행정부의 기본인식은 중국, 러시아를 경쟁자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미 시작된 미중간의 무역전쟁, 제재강화와 핵 군비경쟁 등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 등 한국이 미·중, 미러간 갈등에서 동맹의 편에 서도록 요구하고 있으나(사드 배치 공식화), 다른 한편에서는 트럼프의 미국 일방주의로 인해 동맹의 안전보장은 훼손되는 상황(전략자산의 전개 및 사드 배치비용 등의 분담, 방위비 분담금의 무리한 증액 요구)에 직면하게 됨.
3. 트럼프의 험난한 재선가도와 민주당 주도의 정치국면
○ 트럼프 행정부의 ‘새롭고 과감한 외교’는 초라한 결말을 예고
–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의 성과로서 북핵과 미중 무역협상에서의 합의를 이끌어 냄으로써 러시아 게이트 및 섹스 스캔들,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가족의 세금과 회계 처리 문제 등 정치적 생명을 위협하는 온갖 추잡한 사건에 관여돼 있는 사실들이 폭로되는 국내정치의 위기상황(탄핵)을 돌파하고, 현직 대통령의 재선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올 여름부터 본격화할 공화당 재선 후보로 가는 국면을 주도하려 했으나 한계에 부닥침.
○ 교도소냐 백악관이냐의 사활을 건 2020 대선
–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미셸 골드버그의 칼럼(2018년 12월 10일자 ‘대통령직이냐 교도소냐’)은 2020 재선이 트럼프에게는 백악관과 교도소의 갈림길이 된다는 점에서 미국이 극단적인 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정치상황을 예고함.
– 트럼프는 현재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뮐러 특검의 수사를 대통령의 탈법적 권한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막고 있지만,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에 그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있으며, 결정적으로는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성 추문을 막기 위해 2명의 여성에게 대신 돈을 전달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범죄사실’ 또한 공식 확인된 상황.
– 뉴역 연방검찰은 마이클 코언을 기소하면서 범죄사실을 언급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을 지칭하는 ‘1번 개인’의 지시가 있었다고 적시했으며 트럼프 휘하 법무부 법률가들도 트럼프가 이 과정에서 중죄를 범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음.
– 사법당국이 트럼프의 범죄성을 사실상 인정한 만큼 트럼프는 충분한 탄핵 사유가 되나 탄핵 표결을 위해서는 최소한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20명이 민주당에 동조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함. 현재로서 민주당도 공화당 측의 가시적인 동조가 없는 한 섣부른 탄핵발의를 꺼리는 분위기.
–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골드버그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은 기소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현 임기 중 형사 기소를 면한 후 재선에 나설 것이며 재선에 성공할 경우 마찬가지로 기소면제 혜택을 받아 결국은 선거법 공소시효(5년)를 넘기면서 처벌을 면하려 하리라는 것.
– 골드버그는 미국 헌법 제정 당시 이러한 문제점이 예견됐는데, 당시 제헌 회의 대표였던 조지 메이슨이 첫 임기 중 부정행위를 저지른 대통령이 재선에 나서도록 허용돼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고 지적함.
– 따라서 2020년 재선은 대통령이냐 교도소냐를 선택하는 갈림길에서 트럼프에게는 ‘사생결단의 선거전'(death match)이 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교도소가 아닌 백악관을 택하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기 때문에 사상 최악의 혼탁한 대선전이 될 가능성을 우려함. 평소 스타일로 볼 때 ‘대안이 없는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
– 2020년 대선이 ‘트럼프의 범죄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선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앞으로의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될 수 있음. 골드버그는 ‘1번 개인’이 2020 선거 리스트에 올라있는 한 ‘2020 대선은 바나나 공화국과 같은 막장 선거전이 될 것’이며 트럼프는 지지자들을 동원해 경쟁자를 범죄자로 만들려 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경고.
○ 탄핵 추진 배제한 민주당의 전략은 트럼프의 재선 저지
– 미 경제매체 <CNBC>의 2018년 12월23일 ‘백만장자 조사'(Millionaire Survey) 결과에 따르면 ‘오늘 선거가 치러진다면 트럼프 대통령 재선에 찬성표를 던지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4%만 “그렇다”라고 답변함. <CNN>은 이는 이변이 없는한 현직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여당 대선후보로 지명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쟁자가 나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 공화당이 트럼프를 차기 대선 후보로 지명할 것인가 역시 의문이 될 수 있다는 것.
– 조사는 2018년 11월 7~19일 백만장자 7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응답자 가운데 40%는 공화당, 32%는 무당파, 26%는 민주당 성향이며, 이들은 막대한 정치 후원금을 통해 선거 지형에 영향을 미치는 그룹임.
– 응답자 가운데 38%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명될 것이라고 전망했고,이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10%),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7%),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및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각 6%) 순
–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코언 청문회에서 트럼프의 범죄사실이 공개적으로 보도됐음에도 3월 11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탄핵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탄핵은 당을 초월하는 무언가가 있지 않은 한 나라를 너무 분열시킨다”고 강조. 공화당의 동조를내건 조건부 방침이기는 하지만 탄핵 배제 방침을 밝힘.
– 민주당은 공화당쪽에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될 경우 범죄자를 대선 후보로 내세웠다는 비판과 함께 트럼프 후보로는 대선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으로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을 분열로 이끌 수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내의 반트럼프 정서를 결집해 트럼프가 재선에 승리할 수 없다는 전망을 바탕으로 트럼프를 압박해 사법적 면책을 전제로 사임을 요구하는 정치적 공세도 가능함.
○ 미 대통령 후보 경선과 트럼프 행정부의 ‘레임덕’ 가능성
– 이에 따라서 올 여름부터 2020 대선 후보 지명전의 정치국면에 들어갈 경우 공화당은 범죄자이자 공화당의 전통적 노선을 부정해 온 트럼프를 재선후보로 지명할 경우 재집권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복잡한 이합집산의 정치판이 전개될 수밖에 없으며, 이런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트럼프는 조기 레임덕 상태에 빠지거나 뉴욕타임스의 골드버그가 우려했듯이 예측불허의 극단적인 마키야벨리적 정책결정을 할 가능성이 큼.
– 공화당에서 대선 후보로 나서려는 공화당 내의 반 트럼프 주자들이 세를 규합해 민주당의 탄핵방침에 동조할 수도 있으나, 이 경우 민주당과 야합했다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반발 등을 고려하면 대선에서 민주당에 들러리를 서게되는 결과가 될 수 있어 가능성은 크지 않음. 그러나 공화당 내에도 반트럼프 진영이 존재하고 차차기 대선을 겨냥한 주자들 등 다양한 보수진영의 정치인들이 가담한 보수세력이 결집해 트럼프를 공격할 가능성은 큼.
– 앞서 <뉴욕타임스> 골드버그는 트럼프의 너무나 노골적인 무법성을 고려하면 그리고 미국의 정치가 후진국의 상징인 바나나 공화국의 타락한 선거를 경험하지 않기 위해서는 트럼프를 쫓아내야 하겠지만, 그가 스스로 사임하고 나서지 않는 한 그에 대한 사면이나 면책을 거론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
– 민주당은 현직 대통령이 재선을 노리는 2020년 대선이 그 어느 때보다도 민주당에게 유리한 대선이 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 2020년 대선 국면으로 가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공세적 정치적 주도권을 강화할 가능성이 큼.
– 현직 대통령이 재선 도전에 실패한 경우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조지 H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이었으며, 닉슨의 잔여 임기를 채운 제럴드 포드 대통령도 재선에 도전하지 않았고, 월남전 패배에 책임을 진 린든 B 존슨 대통령은 불출마를 선언함. 트럼프 대통령이 처한 현 정치적 입지를 고려하면 2020년 대선에서 실패할 가능성은 상존.
– 역사저술가인 로버트 댈릭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재선에 실패한 현직 대통령 5명(윌리엄 태프트, 허버트 후버,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조지 H W 부시)는 모두 공통적으로 경제 사회정책에 성공적이지 못했으며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됨.
– 이미 하노이 회담과 동시에 진행된 미 하원 코언 청문회의 생중계로 트럼프의 온갖 비행이 적나라하게 미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듯이, 북핵 문제의 후속 협상은 문재인 정부의 관심사는 될지언정, 미국 정치의 관심권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 중간선거 이후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정치 공세 속에서 미국내 정치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한 미-멕시코 장벽 건설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연방정부 부분 폐쇄 등 극단적인 대결 양상이 미중 무역전쟁 및 협상을 둘러싼 분열, 트럼프 비리 및 권한 남용(러시아 및 섹스스캔들) 등 경제 및 국내 정치 현안을 둘러싸고 증폭될 것이며, 대선 후보 경선 국면에 들어갈수록 더욱 더 북핵 협상의 가능성은 사라질 것임.
○ 트럼프를 곤경에 빠트릴 또 하나의 뇌관 뮬러 특검 보고서와 공화당의 이탈
– 2017년 5월 임명된 뮬러 특검은 2년 가까운 러시아 스캔들 조사를 마치고 조만간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비밀로 돼 있는 보고서를 제출하고, 바 법무장관은 이를 토대로 다시 요약본을 만들어 의회에 보내게 됨.
– 트럼프는 뮬러 특검의 임명부터 잘못됐고, 뮬러 특검의 수사가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짜맞추기식으로 이뤄졌다는 이유로 이 보고서가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지만, 3월14일 미 하원은 뮬러 특검의 수사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음.
– 하원의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핵심은 이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에 민주, 공화 양당이 모두 압도적으로 찬성했다는 것임.
– 또한 이날 미국 상원은 멕시코 국경장벽을 건설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포한 국가비상사태를 무력화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상원은 하루 전 3월 13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개입한 예멘 내전에 미군 개입을 중단시키는 결의안을 가결함.
– 불과 이틀 만에 상·하원에서 무려 세 건의 결의안이 제멋대로 행보를 보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통과되자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은 큰 타격을 입었으며, 공화당내의 트럼프 반대가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줌.
– 뉴욕타임스(NYT)는 3월14일 사설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반(半)독립 선언”이라고 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여당에서 국경 장벽 축소 예산안 때보다 반란표가 더 많이 나왔다”며 “의회가 통과시켰던 예산안을 무력화하는 트럼프의 비상사태 선포가 헌법상 ‘3권 분립’을 위협했다는 반감이 컸다”고 분석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통제권을 잃고 있다. 그는 침몰하는 배의 선장일 뿐”이라고 지적.
▣ 무엇이 변화를 만들어 냈고 왜 한계에 이르렀나?
○ 새로운 접근-정상회담의 탑다운 방식
–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북핵문제와 관련한 핵심적인 합의들(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공동커뮤니케)을, 2018년 들어 이뤄진 판문점(2차례), 평양의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싱가포르의 첫 북미 정상회담과 비교해서 본다면 남북, 북미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
– 그동안 했던 방식내지 합의(제네바 합의, 6.15 공동선언, 북미 공동커뮤니케, 10.4 정상선언, 9.19 공동성명 등)가 한계를 드러냈기에 남북 정상회담도 판문점에 이은 평양 그리고 서울 답방 등 셔틀 정상회담이라는 방식으로, 그것도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연계시키면서 6자회담의 한계를 뛰어넘는 방식으로 접근. 북미는 정상회담의 탑다운 방식과 폼페이오 국무-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통한 담판으로 진화.
○ 북핵 문제를 접근하는 프레임(남북, 북미, 남북미 3자 틀)의 문제점
– 북핵 문제는 북미간 적대관계의 해소를 통해 해결될 수밖에 없지만, 트럼프 행정부와의 합의를 미국이 과연 이행할 수 있을 지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북미간 합의는 매우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것이 될 것임. 이는 하노이 회담에서 확인됐는데 빅딜을 합의한 뒤 이를 미국이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데 근본적인 회의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북도 회담 결렬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음.
– 트럼프의 선택 결단에 의해 북미관계가 바뀔 수 있으리라는 전망은 여전히 존재하고, 반트럼프 여론에 의해 오히려 더 심화된 북한에 대한 불신, 미국 내의 적대적인 여론 등등을 본다면 현실적 근거가 없음.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러 관계를 중국에 대한 견제 전략에 입각해 변화시키려는 정책(이른바 역 닉슨 전략)이 러시아 스캔들(미국 대선의 러시아 개입 문제)과 미국내 반러시아 정치세력들의 공세, 트럼프 자신의 모순된 정책(러시아와 핵무기 경쟁, 중거리핵전력제한조약 탈퇴 등)과 말 뒤집기에 의해 사실상 폐기되고 있음.
○ 합의 지속을 위협하는 요인들
– 트럼프의 변덕스러움에다가 트럼프가 과연 미국을 대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 짧게는 2년이라는 트럼프의 임기와 재선의 불확실성 그리고 극단적인 대결구도에 빠져 있는 미국의 양당 정치체제가 안고 있는 불신과 배척.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우리는 천안문 사태(1989년) 이후 가장 불확실한 상황에 처해 있다”(2017년 2월 7일 미국의 저명한 중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초당적 태스크포스가 발표한 미중관계에 관한 보고서).
–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중국 전문가인 오빌 셸 아시아소사이어티 센터 소장은 “트럼프는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실제로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우려하면서 이렇게 비유했다. “이것은 미국의 문화대혁명이며, 마오쩌둥이 홍위병들을 내세운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포퓰리즘을 촉발시키고 있다”.
▣ 동맹의 프레임(지정학)을 넘어서
○ 한반도의 지정학적 구도-동아시아의 3중 패러독스
–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지정학적 구도: 3가지 층위
우선, 사회주의 체제의 내부 붕괴와 북한의 고립 등 80년대 말부터 진행해 온 냉전에서 탈냉전으로의 이행이 북한과 미국, 북한과 일본의 관계정상화가 배제된 채 반쪽의 불완전한 형태로, 동시에 북한의 사회주의 시스템의 붕괴와 고립 등 체제위기와 군사 대결적인 양상을 드러내며 지속돼 왔다는 것임.
두 번째로, 2008년 이래 미국의 패권이 본격적으로 퇴조하고 중국의 패권적 지위의 상승이 두드러지면서 한미동맹의 역할이 한반도 내지 남북의 대결구도라는 제한적인 영역에 머물지 않고 중국을 포함해 동북아라는 지역 나아가 글로벌한 차원에서 미국의 이익을 수호(이라크 파병, 아시아 재균형전략에서의 한미일 군사협력 사드 배치 등)하는 차원까지 확대됨으로써 한국이 미 중 갈등의 한가운데 있는 상황에 직면함
세 번째로, 2차 대전의 종식 뒤 제국-식민체제의 해체와 새로운 질서의 수립(민족해방 식민지로부터의 독립)이 이른바 샌프란시스코 체제라는 미국 주도의 불완전한 합의(미완의 전쟁 종결)구조에 의해 왜곡됨으로써 한일, 중일, 러일간의 영유권 과거사 문제 등 이 지역의 역사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양자간 협력(미국의 divide and rule)을 가로막고 있음.
**김재관 교수(전남대)에 따르면 ①오키나와와 ‘두개의 일본’(Okinawa and the “two Japans”) ②미해결된 동아시아 주변국가들 간의 영토 분쟁 ③주일 미군 ④일본의 재무장 ⑤ ‘역사 문제들’ ⑥ 미국의 ‘핵우산’(the “nuclear umbrella”) ⑦중국 봉쇄와 일본의 아시아로부터의 이탈 ⑧일본의 예속적 독립(subordinate independence) 등은 모두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유제’
○ 탈냉전의 시각- 동맹과 북핵 문제에 대한 재인식
– 모든 현안의 블랙홀 ‘북핵’에서 벗어나야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자 한반도 평화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며 그로 인해 동아시아의 협력의 최대 장애가 되고 있으나 이를 북한의 문제로만 봄으로써 결국 북한이 체제 생존을 내건 핵 무장이라는 선택을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함.
– 제국의 이익 수호로서의 한미동맹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냉전의 산물이자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의 한 축을 담당해 온 한미동맹이 탈냉전의 현실과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가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 위기를 명분으로 쇠퇴하고 있는 제국의 이익을 수호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임.
○ 북핵 문제에 대한 새로운 세 가지 관점
– 우선, 북한의 문제임과 동시에 불완전한 탈냉전의 결과이자, 탈냉전의 과제를 온전히 이행하는 관점에서 해결될 수 있다는 것.
– 두 번째, 북핵 문제를 군사 안보적 관점에서 본다면 남북관계에 한정해서 보더라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남북한의 군사력 비대칭 불균형에 의해 초래된 결과라는 인식이 요구됨. 군사적 측면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통한 생존전략은 한미동맹(한미일 안보협력)과 함께 남한이 그동안 압도적 우위의 경제력에 바탕해 추진해 온 군비증강으로 빚어진 심각한 군사력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의 측면도 존재.
– 세 번째, 그런 점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과정과 동시 병행적으로 진행될 한반도 평화체제는 남북한간의 군사적 균형, 재래식 군사력의 심각한 불균형을 해소하는 군축을 수반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남한 일본의 핵무장 및 핵 개발 경쟁의 군사적 동기를 제거한다는 의미가 있음.
○ 낡은 한미동맹을 넘어서는 새로운 지정학적 관점
– 트럼프는 이미 우리(남한)가 지켜온 동맹의 프레임을 완전히 붕괴시켜버렸음에도 우리(남한)는 그걸 붙잡고, 그 틀에서 북핵 문제와 북미관계를 보고 있음
– ‘트럼프가 안고 있는 불확실성 내지 한계’를 극복하면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그에 바탕한 협력의 구도를 만들어 가기 위해선 미국의 어떤 대통령도 어떤 행정부도 거스를 수 없는 큰 평화의 흐름을 만들어가야 함.
– 과거에 미국이 가지고 있는 한반도에서 영향력 역할, 비중 등을 새롭게 평가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합의의 과정이 이미 중국하고 러시아가 쌍중단 쌍궤의 방향과 일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으며, 이런 흐름을 강화해나가야 함.
– 하노이 회담의 결렬은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시작된 이른바 ‘평창 프로세스의 한계와 실종’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제 남북미의 3자구도에 매몰되지 말고 중, 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프레임을 만들어 가는데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야 함.
강태호
전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