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경실련 2019년 3,4월호 – 우리들 이야기3]

“우리 엄마, 아빠들이 포기 안 하면 끝나지 않는 거니까
진실은 꼭 밝혀질 거예요!”

–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前집행위원장(예은 아버님) 인터뷰 –

 

회원미디어국 윤은주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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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1일 416연대 회의실에서 유경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前집행위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년이 됩니다. 2014년 4월 16일을 기억합니다. 많은 시민이 광장에 나가 촛불을 들고 함께 아픔을 나누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마치 세월호의 끝인 것처럼 생각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때문에 탄핵당한 것이 아니고, 세월호의 진실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그동안 이전 정권의 방해로 시작도 하지 못했던 진상규명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前집행위원장(예은 아버님)과 만나 그간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보았습니다.

 

Q. 세월호 2기 특조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A. 2기 특조위 정식명칭은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요. 1기 특조위가 2016년 6월 30일자로 강제해산 당하고, 두 번째 특조위를 만들려는 것도 당시 새누리당이 이 집요하게 계속 방해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2기 특조위를 위한 특별법을 준비하면서 가습기를 같이 다룰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드는 거였죠. 가습기 사건도 진상규명이 필요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문제는 최대 120명이라는 한정적 인원, 한정적 예산, 최대 2년밖에 안 되는 이런 조건 속에서 대규모 대형 참사 2개를 같이 다룬다는 게 현실적으로 힘든 문제라는 거죠.

그렇게 본회의 통과하고 준비 기간 거쳐 2018년 12월 11일 조사 개시선언을 했고, 이제 조사 시작한 지는 만 4개월 정도 넘어가는 시점입니다. 실질적으로 1기 특조위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거나 대폭 조사가 진전되거나 한 게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내용상으로 보면 거의 처음 시작을 하는 거라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에요.

 

Q. 1기 특조위는 강제해산 당해서 성과를 낼 수 없었다고 하셨는데, 그럼 선체조사위원회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A. 10개월 동안 활동을 했는데, 성과를 뚜렷하게 남기진 못 했어요. 본격적으로 선체 들어가서 조사할 수 있었던 것도 후반부 한두 달밖에 없기도 했고요.

보고서를 냈는데 ‘내인설’과 ‘열린안’ 두 가지를 내놓았어요. 세월호 침몰의 원인이 세월호 자체의 문제 때문이라고 보는 ‘내인설’로 결론 내린 파트가 하나 있고, ‘열린안’은 세월호 자체의 문제만으로 침몰을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고 또 다른 침몰의 원인이 있는지도 열어 놓고 봐야 된다는 건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채택했어요. 결론이 없는 거죠.

선체조사위원회는 실패한 조사위원회라고 규정을 내릴 수밖에 없지만 매우 의미있는 실패를 했다고 저는 평가해요. 왜냐면 이전까지는 ‘열린안’에서 주장하는 또 다른 제 3의 힘이 세월호에 가해졌다는 것을 이전 정권에서는 모두 음모론으로 치부했어요.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을 탄압했고 검찰은 내인설, 기계고장, 과적, 선원실수로만 세월호 침몰을 설명하고 기소했었어요. 그런데 선체조사위원회가 공식적으로 그게 무엇이라고 단정 짓지는 않았지만 어떤 힘이나 조건이 세월호에 가해졌을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죠.

 

▲ 유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핵심은 왜 당연히 살아야 할 사람들이 죽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런 측면에서는 아직 밝혀진 게 없다고 말했다.

 

Q. 지금까지 밝혀진 의혹은 무엇이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의혹은 무엇입니까?

A. 어떤 시각에서 보면 다 밝혀졌고, 어떤 시각에서 보면 하나도 안 밝혀졌습니다. 구조와 관련해서는 해경이 탈출 방송 안 했고, 탈출시키기 위한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는 게 이미 증명됐어요. 해경은 정확하게 선원들이 있는 곳에 정확하게 가서 그 사람들만 데리고 나왔고 일반 승객들을 적극적으로 구조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어요. 그저 한 것이라고는 스스로 탈출해서 물 위에 떠 있거나 배 위에 기어오른 사람을 옮겨 태우는 것만 했어요. 해경 대원들이나 비행기 타고 왔던 항공대원들이 배 안으로 단 한명도 진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미 다 밝혀지지 않았습니까.

침몰 원인도 모두가 저 배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고 예상했었어요. 기울어진 상태에서 계속 방송을 봤잖아요. 저 상태로 열 몇 시간 스무 몇 시간 떠 있을 거라고 했어요. 근데 그게 불과 한 시간 반 만에 완전 침몰 됐어요. 모두 이해할 수 없다고 했어요. 근데 왜 그랬나 조사해보니 선체조사위원회에서 드러난 거지만 배 안에 수많은 문이 있잖아요. 특히 배 하부에 기관실이라든가 사람들이 드나들기 위한 수많은 문이 있어요. 이 문들은 항상 닫아놔야 하거든요. 근데 그 수밀문의 대부분이 열려 있었어요. 왜 이렇게 빨리 침몰했냐도 밝혀진 거죠.

그런데 안 밝혀진 것은 뭐냐? 해경이 구조 안 한 거는 다 드러났는데, 그럼 왜 그랬냐? 충분히 구조할 수 있는 상황에서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는 안 밝혀진 거죠.

배가 급변침하고 침몰을 시작한 이후에도 살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됐었어요. 바다로 나오기면 해도 건져 올릴 배들이 참고 넘쳤었구요. 기울어진 그 상태에서 최소 1시간 이상의 시간이 있었어요. 사람들에게 갑판으로 나가라고 탈출하라고 바다로 뛰어내리라고 방송하고 명령하고 나서 모든 사람이 빠져나오는 시간을 시뮬레이션으로 돌려보니까 공통적 의견이 짧으면 6분, 길어야 8분, 6-7분이면 모든 승객이 바다로 탈출 가능한 조건이었다고 드러났어요. 최소 1시간이 있었어요. 여유있게 잡으면 1시간 20분까지 탈출할 수 있는 조건이었어요. 그 시간동안 해경이 한 일은 선수에 가서 조타실 선원들 빼오고 배 중앙에 가서 기관실 선원들 빼 온 거밖에 한 게 없었어요.

세월호 참사가 세월호 사고가 아니고 참사인 이유는 살 수 있는 304명, 당연히 살아야 하는 304명이 죽었기 때문이에요. 대부분이 살아 돌아왔더라면 세월호 사고라고 부르겠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핵심은 왜 당연히 살아야 할 사람들이 죽었냐? 그 과정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이걸 밝히는 거예요. 이 측면에서는 전혀 밝혀진 게 없죠.

 

Q.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새 정권 이후 달라진 게 있는지, 지금 정부에 바라는 점은 어떤 것들이 있으신가요?

A. 박근혜 정권 시절 진상규명이 안 된 것은 99%가 정권에서 방해했기 때문이에요. 강제해산 시키고 온갖 패악질을 다 했습니다. 새 정권은 많이 다르죠.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도 다르고, 기대부터 다르긴 합니다.

문재인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꾸 해상교통사고, 안전사고로 보려고 하는데, 이건 사람을 죽인 살인 범죄에요. 특조위가 범죄 수사를 할 수는 없거든요. 특조위가 무엇을 밝혀야 하는지 과제와 방향을 제시하고 검찰이 수사해야 할 것들을 수사해서 조사와 수사가 어우러져서 진상규명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검찰 특별수사단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 유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박근혜 탄핵하려고 광화문 나가서 단식 한 게 아니고,

세월호 참사의 이유와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Q. 5주기를 맞아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A. 박근혜 탄핵이 우리한테는 플러스이기도 하지만 마이너스도 됐어요. 많은 사람이 박근혜를 탄핵하고 감옥에 보낸 것이 세월호 아이들 때문에, 엄마아빠들 때문에 시작이 될 수 있었다, 광화문에서 버텨주셔서 촛불 들 수 있었다고 얘기해주셨어요.

근데 정작 박근혜는 세월호 때문에 탄핵당한 게 아니에요. 정권이 바뀌고 나서 소위 함께했던 분들이 박근혜 감옥 갔으니까 됐잖아요, 벌줬으니까 된 거 아니에요? 라고 하는 데 힘이 쫙 빠지더라고요.

우리는 박근혜 탄핵하려고 광화문 나가서 단식한 거 아니에요. 세월호 참사의 이유와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싸우고 있는 거예요. 이제 진짜 진상규명해야 하는데 그 정도면 되지 않냐며 동력이 빠지고 진상규명 명분을 갉아먹는 전혀 예상치 않은 상황이 된 거죠.

5주기 맞아 추모문화제, 시민행사도 중요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제대로 교정해야 하는 것이 5주기 앞둔 피해자들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에요. 박근혜 감옥 보냈다고 해결된 문제가 아니고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세월호는 안전사고가 아니다. 범죄로 규정하고 범죄 수사를 제대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시민들과 다시 힘을 모아야 합니다.

놀러 가서 우연히 일어난 안전사고 프레임으로 끊임없이 몰고 가지만 우리 엄마, 아빠들이 포기 안 하면 끝나지 않는 거니까 진실은 밝혀질 겁니다.

 

하루라도 빨리 진상규명이 돼야
생명안전공원에서 나눌 교훈을 찾을 수 있다

 

Q. 4.16 생명안전공원 설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생명안전공원은 기본계획 부지 결정 났고 실제로 건립을 위한 단계에 돌입했습니다. 용역 실시 중인데, 올 6-7월쯤 용역 결과 나오면 설계 공모가 들어갈 거예요.

생명안전공원은 세월호 참사의 의미와 교훈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공간이 아니라 대부분의 희생자가 청소년들이었잖아요. 대한민국 청소년, 젊은이들 또는 부모들이 자기 아이들 데리고 부담 없이 찾아와서 도시락 먹고 잔디에서 뛰어놀며 이미 오래전에 그곳에서 뛰어놀았던 250명 언니 오빠들의 숨결을 함께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그 교훈을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장소여야 해요.

문제는 무슨 교훈을 나눌 것이냐 했을 때도 진상규명이 빨리 되는 게 중요한 거예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말자고 자꾸 얘기하는데 거꾸로 되묻는 거죠?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이 뭔데요? 어떤 사람들은 단순 교통사고라고 생각해요. 그럼 교훈운 구명조끼를 빨리 입어야 하고, 생존 수영을 가르쳐야 하고 해경 구조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가는 거예요. 근데 해경이 구조훈련 못 받아서 구조 못 한 게 아니잖아요. 전혀 상관없는 얘기거든요. 진상규명이 안 된 채 자꾸 교훈을 얘기하면 이렇게 가는 거예요. 하루라도 빨리 진상규명이 돼야 생명안전공원에서 나눌 교훈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추모공원 떼어 버리고 생명안전공원이라고 굳이 부르는 이유도 추모공원 만들고 봉안시설 만들고 추모비 만들면 이제 그 일은 끝났구나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정부에서도 돈으로 배상해주고 추모비 하나 세워주고 가족들이 받아들이면 모든 게 끝나는 식으로 추모사업이 악용돼 왔단 말이에요. 우리는 그것을 거부하는 거예요.

 

Q.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생명안전공원은 세월호 참사의 끝이 아니고 진상규명의 시작이고 이유이고 동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이 생명안전공원 설계 공모에 참여해주시면 좋겠어요. 이 일은 유명한 건축가나 디자이너 같은 전문가들만의 일이 아니고 5년 동안 저희와 함께 공감하고 눈물 흘렸던 시민들이 그들보다 세월호 참사의 의미를 더 잘 아실 거 아니에요. 외국의 유명한 전문가들이 와서 한다고 해도 5년 동안 거리에서 싸우고 진상규명 외쳤던 시민들이랑 누가 더 많이 알겠어요? 누가 더 마음이 진심이겠어요? 시민들이 직접 팀을 만들고 대학생들 관련 공부하는 학생들 교수님이나 조교들 같이 모아서 하든지 동네마다 세월호 때문에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온 엄마 아빠들도 많거든요. 같이 모여서 논의하고 토론해서 아이디어 내주시고, 그걸 모아서 함께 설계할 수 있는 분들은 설계도 해서 실제 공모도 참여해주시고 이런 게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그것 자체가 진상규명을 위한 또 하나의 큰 동력이 되잖아요.

 

인터뷰를 마치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 걸 느꼈습니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이합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고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지도 진상규명이 돼야 찾을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2기 특조위에서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주셨는데, 하루빨리 진상규명이 이뤄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