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의 힘은 국민 신뢰에서 나온다.
-공권력 유착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공권력을 대표하는 조직인 경찰과 검찰에 대한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주된 내용은 2009년 ‘고(故) 장자연씨 사건’, 2013년 ‘김학의 성폭력 사건’, 그리고 작년 말에서부터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버닝썬 스캔들’까지 공권력과 권력층 사이의 유착 의혹과 그로 인해 오랫동안 정의가 실현되지 못했던 사건들에 대한 재조명 등이다. 기사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사람들의 반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줄 알았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응이야 말로 경찰과 검찰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가 높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작년 10월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국민들이 가장 신뢰하는 국가사회기관에 대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경찰은 2.7%, 검찰은 2.0%로 국회(1.8%)와 함께 최하위에 머물렀다. 순위도 순위지만 수치를 보면 과연 이 정도 밖에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기관이 공권력을 수행하는 것이 정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렇게까지 경찰과 검찰이 국민의 불신을 받게 된 데에는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 자초한 바가 크다.
최근 검찰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의 재조사로 언론의 재조명을 받고 있는 ‘고(故) 장자연씨 사건’의 경우 사건 발생 당시에도 수사기관이 의도적으로 부실하게 대응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실제 2009년 조사에서도 장자연씨가 작성한 문건에 언급된 사람들은 하나도 기소되지 않고, 소속사 사장과 매니저만 유죄 처벌을 받았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조사는 이번 대검 진상조사단의 조사까지 무려 세 번째이고, 공정성 시비문제로 담당팀이 바뀐 것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다섯 번째이다. ‘버닝썬 스캔들’에서는 가수 정준영의 휴대전화에서 나온 자료를 대리 제보한 변호사가 경찰을 포함한 공권력과 연예인을 비롯한 재력가들 사이의 유착관계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고, 그 때문에 경찰이 아닌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를 했다고 언론에 밝힌바 있다.
비단 이 사건들뿐만이 아니다. 가난하고, 배운 것 없고, 정신 장애를 앓고 있다는 이유로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에 대해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사람들, 자신들의 요구를 알리기 위해 집회에 나갔다가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을 경험했던 사람들, 국가가 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오랜 시간 동안 통해 약자에게는 무한정 강하고, 강자 앞에서는 한없이 약했던 공권력의 모습을 경험해왔다.
그렇기에 2017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추진했던 공권력 기구 개혁에 대해 국민들은 많은 기대를 걸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권력을 위한 공권력이 아닌 진정 국민을 위한 기구로 환골탈퇴 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과거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고 개혁하기 위한 모습을 보여주기 이전에 기간 관 사이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는 갈등만을 보여주었다. 이로 인해 개혁은 추진력을 잃었고, 제대로 된 공권력 기구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 또한 사라지고 있다.
이제 경찰과 검찰에게 기회는 얼마 남지 않았다. 사건자체에 대한 수사와 더불어 과거에 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수사하여 잘못을 저지른 이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직을 철저하게 개혁해야 할 것이다. 또 다시 조직보위의 논리로 은근슬쩍 이 상황을 넘어가려 한다면 얼마 남지 않은 국민의 신뢰조차 잃게 될 것이다. 공권력은 국민의 신뢰가 바탕이 되었을 때 힘을 가진다. 부패하고 편파적인 공권력을 국민들은 신뢰하지 못한다. 바로 이것이 경찰과 검찰이 조직의 명운을 걸고 이 사건들을 국민이 납득할 정도로 철저히 조사하고, 개혁과제를 성실히 수행해야 하는 이유이다.
2019년 3월 25일
다산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