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6월 1, 2015 - 11:02
“재구조화”란 위장막을 걸친 채 진행되는 철도 민영화
글 : 박흥수(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위원)
자고 일어나면 커다란 이슈들이 터져 나오는 한국 사회다. 시민들은 오락실의 두더지 게임기처럼 쉴 새 없이 고개를 내미는 사건들을 따라가는 것이 벅찰 지경이다. 세상이 이렇다 보니 정작 사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들이 진행되어도 포털 사이트의 헤드라인 급에 끼지 못하면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하고 지나간다. 또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부각되었던 사안이라도 반복적으로 제기되면 곧 여기저기서 피로를 호소하는 통에 합리적 정리과정을 갖지 못한다. 두루뭉술 봉합된 것들은 결국 나중에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우리 사회를 흔들게 된다. 세월호 사건도 비슷한 양상이다. 지금 서울 지하철 9호선은 당장 내일 아침 대형 압사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현실이다. 이미 예고된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가, 빛나는 전망을 밝히며 추진하는 일들을 보면 참담하기까지 하다.
정부, 철도에 경쟁도입과 사유화 추진
민영화 확대 정책은 중단돼야…
정부는 그동안 추진해왔던 철도 정책을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 지난 2013년 수서발 KTX로 촉발된 철도 민영화 문제도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효율적인 철도’를 만들기 위한 철도 정책이 가고자 하는 종착역은 경쟁도입과 사유화다. 민자 사업 실패로 코레일이 지분을 인수한 인천공항철도는 코레일의 자회사다. 이 인천공항철도를 코레일 이사회가 전격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매각대금으로 코레일 부채를 갚겠다는 것이었다. 부채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한 논의는 배제됐다. 수치상의 부채비율을 줄여 명목상의 경영성과를 이루어내는 게 정부와 코레일의 목적이다. 공항철도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이들은 민간금융자본들이다.
정부는 공기업 지분을 모두 민간에 넘기는 것임에도 민영화가 아니라고 한다. 매각사업 명칭도 인천공항철도 재구조화 사업이라는 아리송한 무색무취의 용어를 가져다 붙였다. 2013년 파업까지 돌입한 철도노조와 시민들은 수서발 KTX의 민간매각, 즉 민영화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러나 고속철도가 재벌기업이나 외국자본의 손아귀에 넘어갈 수 있다는 주장은 묵살되었다. 정부는 KTX 민영화가 아니며 앞으로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서발 KTX는 코레일의 자회사일 뿐이라는 것이고 이사회가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철도파업사태를 계기로 만들어진 국회의 철도발전소위는 정부와 집권당의 무성의로 결실 없이 종료되었다. KTX 민영화를 막기 위한 법률제정은 거부되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코레일의 자회사 인천공항철도 매각추진은 마치 수서발 KTX 매각의 예행연습처럼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사회체제가 민주공화국이라면 그 정신에 맞게 국가가 적절한 공공서비스를 시민들에게 제공해야한다. 그러나 현실은 국가의 의무를 시장에 던져놓고는 그게 더 효율적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자본의 입장에서는 공공부문의 시장화만큼 좋은 일이 없다. 공공부문은 그 특성상 사회구성원 다수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이다. 기업들은 새로운 수익창출의 블루오션을 거저 얻게 된다. 자본의 입장에서는 이런 면에서 민영화가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 효율화가 달성된 이후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위험과 불편, 높은 이용료는 모두 시민들의 몫이다. 정부가 나서 시민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민영화 확대 정책은 중단되어야 한다.
현직 기관사이자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 위원이다. 철도노조 정책국장 출신 으로, 철도 민영화의 문제점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철도의 눈물》이 있다.
3년 전 일과건강이 철도노조와 안전보건사업을 하면서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현재는 일과건강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팟캐스트 <나는 무방비다> 2회 ‘철도기관사가 말하는 목숨과 바꾸려는 KTX 민영화’의 게스트로 활약하기도 했다. 팟캐스트는 http://www.podbbang.com/ch/8460?e=21576763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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