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재판민원, 결코 ‘관행’으로 넘어갈 일 아니다
국회의원과 사법부간 재판 민원 실태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 내놓아야
국회는 적폐법관 탄핵과 법원개혁 더이상 지체해서는 안돼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파견된 판사를 통해 재판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무마되고 있는 듯하다. 국회의원들의 재판 민원은 실제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재판 청탁과 다름 없다. 국회의원이라는 고위 공직자로서 해서는 안 될 매우 부적절한 행위이다. 특히 법원을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법사위 의원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러한 재판 민원을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들이 해왔고, 사법부가 이를 고려해왔다는 사실에 국민들이 깊은 분노와 허탈감을 표출하고 있지만, 정작 국회는 문제를 덮고 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의원들의 재판민원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아무 일 없듯이 무마하려는 국회를 강하게 규탄한다. 또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게 재판의 독립성을 해치는 국회와 사법부 간의 재판 청탁 실태를 명명백백 밝혀내 응당한 조치를 취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
양승태 대법원과 서영교, 전병헌, 노철래, 이군현 등 당시 19대 국회의원들 사이의 재판청탁,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된 이후 현 국회의원인 서영교 의원만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상임위 간사직에서 사임하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듯 하다. 미온적인 조치로 일관하거나 동정론마저 나오는 국회 상황을 보면 이 사안에 대해 얼마나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직권남용죄나 청탁금지법 등 법망의 허점을 피한다고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공익이 아닌 사익을 취하기 위해 스스럼 없이 법관의 독립성을 훼손한 행위에 대해 이해할 국민은 없다. 관행이라는 핑계로 재판청탁이 얼마나 공공연하게 이뤄졌는지 철저한 조사와 책임규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재판에 대한 신뢰는 회복될 수 없을 것이다.
국회의 안일한 인식과 태도는 온 국민이 분노하는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그 동안 국회가 왜 방관하고 있었는지를 설명해준다. 사법농단 해결책으로 특별재판부 설치, 사법농단 관여 법관 탄핵, 피해자들에 구제 방안 등이 시민사회와 학계로부터 제안되었지만, 국회는 지금까지 그 어느 것 하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 결과 이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기소됨으로써 특별재판부 설치의 적기를 놓쳤다. 무엇보다 미미한 수준의 징계만 받은 법관들은 이미 재판 업무에 복귀했고, 2월말 법관 정기 인사를 앞두고 사법농단에 관여한 법관들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은 채 법관을 그만두게 되었다. 국회가 사법농단 해결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기에 헌정을 유린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에 대한 책임 규명이 최소화되었으며, 지금도 사법부가 지속적으로 법원 개혁에 저항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국회는 이제라도 해야 할 일을 해야한다. 적폐법관 탄핵이 무엇보다 촌각을 다투는 사안인만큼 국회는 법관탄핵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사법농단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검찰 수사를 받은 법관들만 100명이 넘는다는 언론보도가 있다. 2월 법원 정기인사 전 탄핵소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헌법을 유린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훼손한 이들에 대해 헌법적 책임을 물을 기회를 상실하고 말 것이다. 국회는 지체없이 탄핵소추에 나서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특별재판부 설치법, 특별보상법 처리에도 조속히 나서야 한다.
법원개혁도 더 이상 지체되어서는 안된다. 사법농단의 핵심이었던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위원회를 설치해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분산시키고 민주적 통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판사 관료화의 원인인 고등부장판사 제도 폐지를 법으로 명문화해야 한다. 당장 국회 파견 판사 제도도 폐지해야 한다. 사법농단 청산과 법원개혁을 민의에 따라 지체없이 처리하는 것은 국회가 해야 할 당연한 임무라는 것을 국회는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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