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왜 공무원연금일까?

 

왜 공무원 연금일까?

지구화 시대, ‘권력’을 잃은 정치와 보호 없는 삶

글. 김만권 정치철학자
소크라테스를 존중하여, 정치와 사회를 철학으로 풀어 평범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거리 위의 정치철학자다. 시민들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함께 말을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 <불평등의 패러독스>, <참여의 희망>, <정치가 떠난 자리> 등을 썼다.

 

왜 공무원 연금조차 위험해 졌을까
요즘 공무원 연금 문제로 우리 사회가 혼란스럽다. 국가의 보호 아래 안전해 보이던 공무원들의 연금을 정부가 삭감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여야가 애초에 합의한 대책도 거부하고 청와대는 공무원 연금을 삭감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식의 여론을 조성하기 바쁘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정부의 시도에 격한 공감을 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무원 연금을 지금 삭감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는 것일까?” 이 질문은 잠시 젖혀두기로 하자. 오히려 필자가 하고 싶은 질문은 “국가의 보호 아래 안전지대처럼 보이던 ‘공무원 연금’조차 왜 위험에 처했을까?”이다.

 

참여사회 2015년 6월호

지구화 시대, 권력을 잃은 국가의 모습
이 맥락을 좀 더 거시적으로 이해하려면 소위 ‘지구화’라는 현상, 특히 경제영역에서의 지구화 현상을 살펴보아야 한다. ‘지구화’는 사실 인간이 존재하고 이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존재해 왔다. 다만 현재의 지구화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기술의 발전 아래 그 지구화의 강도와 규모가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크기 때문이다. 특히 자본에 국적을 부여하여 통제된 자본주의를 형성했던 케인즈 시대가 무너진 이후, 신자유주의 아래 증폭되고 있는 지구화는 그 규모가 상상 이상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마켓의 가장 핵심적인 세력인 초국가 기업의 규모는 엄청나다. 2011년 국가별 국내총생산을 다룬 ‘세계은행’과 초국가 기업의 수익을 다룬 『포춘』지의 통계를 기준으로, 로열 더치 쉘, 엑슨 모빌, 월마트의 경제규모는 아르헨티나, 오스트리아, 남아프리카 공화국보다 크다. 특히 초국가 기업은 본사의 본부, 소위 헤드쿼터가 있는 곳에서 주로 많은 세금을 내다보니 이들의 정치에 대한 영향력은 이루 형언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이런 지구화의 현실에서 결정하는 능력인 정치와 이 결정을 수행하는 능력인 권력이 분리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한다. 정치에서 떨어져 나온 권력이 시장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시장의 행위자들에게 사회의 구성원들은 물건을 팔아야 할 소비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시장권력은 국가에게 자신들이 상품을 팔아야 할 소비자들을 확대해 달라고 요구한다. 세계시장의 행위자들에게 권력을 잃은 정치가 살아남는 길은 시장 행위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길 뿐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적자금이 들어가는 분야, 특히 복지 관련 분야의 약화와 해체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이제 개인 스스로가 자신을 보호하라고 말하는 국가
시장에 권력을 잃으며 근대국가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이었던 최대한의 보호, 즉 복지를 내려놓은 국가는 이제 개인 스스로에게 자신을 보호하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국가 본연의 임무의 포기는, “자신의 삶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그 맥락을 같이 한다. 국가에겐 국민들을 돌보지 못하는 이유가 글로벌 시장 때문이라는 핑계가 생겼고, 그 책임이 시장 그 자체에 떠넘겨진 이상 이에 책임질 구체적 행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가운데 지속되고 반복되는 경제침체라는 위기의 일상화 속에 국가의 구성원들도 국가의 보호를 포기하고 만다. 국가가 마땅히 져야 할 책임마저 짊어진 채 “국가에게 요구하지 말고 스스로 알아서 자신을 보호하라”는 논리를 떠받든다. 그리곤 이렇게 국가의 보호 없이 사는 삶을 소위 ‘쿨’하다는 말을 통해 자유로운 삶으로 변질시켜 버린다. 내일을 생각할 필요가 없을 때 늘어나는 것은 현재의 소비이고(위기라고 말하면서도 세계적으로 소비는 거의 줄지 않았다) 이것은 소비 없이 돌아가지 않는 시장에겐 잃은 것 없는 유리한 조건일 뿐이다.

 

공무원이 된다는 것의 역설, 그럴 수밖에 없는 비애
요즘 취업 난 속에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이 되고자 하고 그 경쟁률은 상상을 넘어설 정도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은 사회 전체가 공무원 연금을 삭감하거나 그 혜택을 국민연금 등과 동일하게 만들라고 압박하는 현실을 목격하고 있는데도 공무원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국가의 보호 아래선 안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일까? 만약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바우만의 말이 옳다면, 지금 공무원이 되는 일은 극히 어리석은 짓일지도 모른다. 글로벌 시장 행위자에게 공무원 역시 똑 같이 상품을 팔 대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이 더 강해지면 질수록 공무원 연금뿐만 아니라 군인연금을 비롯한 공적 연금에 대한 압박이 심해질 것이다. 연금 문제가 불거지자마자 삼성생명 등의 주가가 폭등한 사실, 글로벌 자산 투자에 대한 광고가 강화된 사실을 상기해본다면 이런 시장의 압력을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또 하나의 역설을 만난다. 청년실업률이 10% 대를 넘어선 현실에서 이제 공무원이 아닌 대부분의 직장은 계약제 비정규직 근로가 되어버렸으며, 그나마 이런 비정규직마저 구하기 힘든 것이 사적 시장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공무원은 먼 미래의 보호는 젖혀놓더라도 그나마 안정된 직장을 제공하고 있는 듯 보인다. 국가의 보호로부터 걸어 나간 세대들이 이처럼 공무원에 몰리는 걸 보면 결국 그들의 본심은 여전히 안정된 무엇인가를 바라고 있다는 의미일까? 어쨌거나 청년세대의 속마음과 상관없이 공무원 역시 점점 비정규직으로 변해갈 것이다. 가까운 미래라도 준비하라는 말은 이제 사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당장 오늘만이 중요한 삶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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