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사무관에 대한 기재부의 고발은 지나치다
내부 고발 가로막는 고발과 소송 남발, 인신공격 지양해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기재부) 사무관이 청와대가 2018년 KT&G 사장 및 서울신문 사장 인사와 적자 국채 발행에 압력을 넣었다고 폭로한 것에 대해 지난 2일 기재부가 공무상 비밀누설금지와 공공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신 전 사무관 폭로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기재부의 고발은 정부와 공공기관 내 부패 비리 및 권력 남용, 중대한 예산 낭비와 정책 실패와 관련한 내부(관련)자의 문제 제기를 가로막는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고, 행정 및 정책의 결정과 추진과정에 지나친 비밀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철회돼야 한다.
신 전 사무관이 MBC에 제보한 'KT&G 동향 보고' 문건과 유투브 등을 통해 공개한 내용이 과연 비밀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신 전 사무관의 폭로에 대해 기재부가 스스로 해명했듯 '정책적 의견 제시'와 '협의'일 뿐이라면, 그 배경과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면 될 일이다. 전직 공무원이 자신이 보기에 부당하다고 생각한 사안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부터 하고 보는 행태는 '입막음'을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또한 기재부의 이같은 대응이 국민의 알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기재부는 내부 관련자의 문제 제기에 명예훼손 등 고소ㆍ고발로 대응했던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와 달리 이번 사건을 정책 결정과 추진과정에 관한 정보들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신 전 사무관에 대한 인신공격 발언을 쏟아낸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국회의원들의 행태도 매우 실망스럽다. 정당과 국회의원이라면 폭로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정치ㆍ사회적 파장을 고려하여 신중히 대응해야 한다. 신 전 사무관의 주장에 대해 정책적 반박이나 설명을 내놓았어야 할 여당과 일부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인신공격을 퍼붓는 행태는 또 다른 숨은 내부 제보자들을 위축시키는 효과로 이어진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내부 제보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 제보자들을 공격하는 정치권의 행태 또한 개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