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국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트럼프 미 대통령은 상황의 반전이라는 전개보다는 현상이라는 봉합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 하다. 이에 대하여 영국의 정치분석가인 Tom Fowdy는 CGTN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서 트럼프의 아젠다 리스트에 우선 순위가 북한에서 중국과 중동으로 확실하게 이동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동시에 남북한 당국이 합심하여 미국의 의도와 별개로 민족사적 관점에서 대북제재를 뚫고 한반도의 상황을 주도해 가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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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 협상과 관련된 진행 상황을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트위터를 통해 게시했다.

“서두를 필요 없다,” 혹은 “잘 되어가고 있다”는 말들과 함께 김정은 위원장이 옳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북한 문제에 대하여 최근 몇 달간 진척이 없음을 비판하는 미국 내 여론을 일축했다.

그가 언급한 말들을 보면, 작년까지만 해도 트럼프 행정부가 평양의 문제에 대해 취했던 조급한 접근 방식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당시 워싱턴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선제적 군사행동을 취하겠다는 협박까지도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거시적인 정치적 맥락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일련의 언급들은 트럼프의 대외정책 우선순위가 변화되었음을 점점 더 확실하게 알리고 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서 설정했던 가장 중요한 목표들은 바뀌거나 버려지지 않았겠지만,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더 큰 정치적 이해관계가 걸린 대중, 대이란 이슈에 목을 걸고 있는 상태다.

결과적으로, 제재만 유지한다면 평양에 대해 한 수 앞서 가고 있는 것이라는 가정 하에, 트럼프는 김정은이 종국에는 미국과 거래를 성사시키려 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판단으로 미 대통령은 행정부 내 매파의 영향력을 무시하고 북한과의 협상에서 기꺼이 시간적 여유를 가지려는 것으로 보인다.

2017년 트럼프 당선자로서 대통령 집무실을 넘겨 받을 때, 그는 북한문제를 대외정책 이슈에 있어서 최우선 순위로 설정하기로 했다. 그가 스스로 정한 임무란 무엇인가? 그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제조를 멈추게 하는 것이었고, 그래서 그는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라는 트윗을 남겼다.

문제는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급격히 확대되어, 워싱턴 내 기류가 바뀐 것을 인식한 평양 측에서 핵 능력을 최대한 빠르게 발전시키는 최고점의 상황에 이르게 하였다. 결국 모든 일은 트럼프가 스스로 언급했던, 북한을 “화염과 격노”로 “파괴”하겠다는 위협으로 인해 현재의 지경(북한의 ICBM 성공)에 이르렀던 것이며, 이는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바이기도 하다. 하지만, 북한 핵문제는 처음부터 트럼프의 가장 큰 목표가 아니었다. 대신 중국이라는 더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었다.

2018년이 되자, 상황은 악화됐던 것만큼이나 급하게 변했다. 전쟁 위협과 끝없이 진행되었던 미사일 실험은 서울의 중재로 이루어진 워싱턴과 평양 양측의 대화로 인해 중지된 상태이다. 두 지도자들이 싱가포르에서 만났을 때, 트럼프는 “핵 위협은 끝났다”는 말로 서슴없이 승리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토록 빠르게 북핵 문제가 봉합된 만큼, 다른 문제가 부상했다. 그 문제는 다름 아닌 중국과 무역전쟁이었다. 4월이 되기가 무섭게 트럼프는 북핵 위기가 끝났음을 직감했고, 이제 더 어렵고 정치적 의미가 큰 안건을 손볼 때가 되었다고 느꼈다.

실제로 2017년 한 해 동안, 트럼프는 북한 문제를 가장 우선시 했고, 그렇게 함으로서 베이징의 성실한 협조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이는 트럼프가 북한 공격이라는 적극적인 전술을 곧바로 실행에 옮겼더라면 불가능 했을지 모를, 서로간 선의에 기반한 협조였다. 그리곤 북한이 대화의 장에 들어서고 있음이 명확해지자, 우선 순위는 자동적으로 즉시 바뀌었다.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관세를 곧바로 꺼내든 것이다.

그 이후로, 트럼프의 정책 리스트에는 중국에 대항하는 요소들이 급부상했고 평양은 이제 그 중요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트럼프의 트윗 협박은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적 군사행동이 아닌 중국과의 관세 확대와 전면으로 확장된 경제전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거의 매달, 트럼프 행정부는 아프리카에서 이루어지는 일대일로 정책과 대만 문제를 언급하면서 Huawei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고 있으며, 대중 강경책은 다양한 형태로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한편, 북한 이슈는 멈춰서 버렸다. 미국이 협상의 수단으로 평양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을 완강히 거부하면서, 진척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태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실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수많은 일들을 거래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트럼프는 2017년에 적용된 경제제재가 김정은을 결국 무릎 꿇게 만들 우월한 영향력의 협상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북한이 일방적으로 약자의 위치에만 머물러 있을 것이라는 전제는 잘못 되었다.

결국 트럼프는 이러한 판단 때문에 대외정책 분석가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비판들이 그에게 큰 영향을 준 것 같진 않다. 미국 국내를 향해 그는 아직 자신이 이겼다고 주장하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그 점이 그에게는 가장 중요하다. 트럼프가 정해두었던 기준선은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핵 능력을 김정은이 갖추는 일을 막겠다는 것이었고, 기준선은 이미 충족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을 주창하는 국수주의적 기준과 “핵의 비확산”이라는 두 개의 국제적 의제를 분리시킬 수 있었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미국우선”의 이익 만을 중요시하고, 후자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다.

비록 북한과 협상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으며 내년 초에 있을 정상회담이 교착상태의 돌파구를 마련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음에도 트럼프는 급할 것이 없다. 그는 오히려 편한 상태에 있다. 더 큰 우선 과제라는 승부수들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의 중요성을 격하시키고 매파 각료들을 멀리할 수 있는 정치적 여유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 그의 판단대로 여유를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