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통상협정에 ISDS 배제하고 한미FTA 재협상 이행하라

통상협정에 투자자-국가중재조항(ISDS) 폐기해야 

론스타 사례는 국가 공공정책 무차별 공격하는 ISDS 문제점 드러내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 하노칼의 분쟁 제기
정부는 한미FTA에서 약속한 ISDS 재협상 이행하라

 

론스타가 우리나라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분쟁(ISDS) 절차의 증인 신문이 이번 달 15일부터 시작되었다. 론스타가 대한민국에 청구한 금액은 무려 5조원이 넘는다. 세금으로 충당하는 소송비용만 올해 말까지 266억원이 책정된 이 절차에 증인으로 나서기 위해 대한민국 고위공무원이 역시 세금으로 항공료를 지불하면서 줄줄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더구나 오늘 또 다른 ISDS가 제기되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제석유투자회사(IPIC)가 네덜란드에 만든 페이퍼컴퍼니인 ‘하노칼 홀딩 비브이’가 ISDS 중재신청을 정식으로 제기한 것이다. 이란계 가전회사 ‘엔텐합’도 곧 중재청구를 할 것이 확실하다. 이제 정부는 2011년말 한미FTA 국회비준안 통과시 약속했던 ISDS 재협상을 이행할 시점이 되었다. 또한 모든 통상협정에서 ISDS를 폐기하여야 한다.

 

정부는 한미FTA에서 공공정책은 ISDS의 대상에서 유보되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론스타 사례와 하노칼 사례는 한국 정부가 말하는 공공정책 유보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재는 분쟁의 당사자가 동의해야 절차가 진행되는 사적 분쟁해결 방식인데, 양자간투자협장(BIT),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에서 분쟁 당사자인 국가는 투자협정에 가입하는 것만으로 ISDS에 의한 분쟁해결에 동의하지 않을 권리가 박탈된다. 

 

론스타가 ISDS를 제기한 근거는 1974년 BIT를 대체한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BIT, 조약 제2038호, 발효: 2011년 3월 27일)이다. 국민들은 론스타가 ISDS를 제기할 수 있는 근거가 이 협정에 들어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벨기에에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를 설립해 외환은행을 인수하였다. 대한민국 정부는 론스타의 벨기에 회사가 페이퍼 컴퍼니라는 것을 워싱턴 소재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주장했다고 알려졌다. 그럼에도 분쟁절차는 각하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론스타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을 보더라도 ISDS에 대해 한국 정부가 말하는 공공정책 유보는 ISDS를 배척할 수 있는 실효적인 수단이 전혀 아니다. 론스타는 애초 은행을 인수할 수 없는 산업자본임을 속이고 외환은행을 인수하였고,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하려 했던 시점은 2007∼2008년경으로, 이 때는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가 쟁점이 된 시기다. 산업자본의 은행 인수와 지배를 금지하는 은행법 규제는 금융 분야의 대표적인 공공규제인데, 론스타는 이 공공규제를 위반했음에도 ISDS 절차는 론스타의 중재신청만으로도 개시된 것이다. 즉 정부가 통상협정에서 ISDS의 대상이 되지 않는 공공정책이라 주장해도 투자자가 분쟁에 회부하면 중재 절차가 시작되고 최종 결정은 중재인이 내리는 것이 바로 ISDS인 것이다. 이에 따르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대형마트 규제, 담배포장 규제 등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공공정책이 ISDS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실질적인 분쟁 발생 여부와 무관하게 공공정책을 사적분쟁의 표적이 되도록 하여 정당하고 불가피한 공공정책이라도 정부가 미리 포기하게 하는 소위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도 ISDS의 심각한 문제점이다.

 

경제학자 스티글리츠는 세계은행 산하 ICSID를 ‘다국적 투자자 보호기관’으로 지칭했다. 우리나라 정부의 공적 결정을 외국 민간인 3명의 사적 판단에 맡긴 결과 현재 5조원 대의 천문학적 세금을 탕진할지도 모르는 위험에 처하게 됐다. ISDS 분쟁에서 당사자들이 지정한 중재인 중 48%가 서유럽인, 23%가 북미인이고, 아․태 출신 중재인은 8%에 불과하다는 몇 년 전 통계도 있다. 이번에 론스타 제기 ISDS의 재판장을 맡은 인사는 2009∼2011년 론스타가 제기한 ISDS에서 론스타의 손을 들어준 전력이 있는 인사로, 중재인들의 독립성과 공정성 역시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론스타 사례는 통상협정에 ISDS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교훈이다. 정부는 한미FTA 비준 당시 국민에게 약속한 ISDS 재협상 약속을 이행하여야 한다. 또한 추진 중인 한중FTA, TPP 등 모든 통상협정에서 ISDS를 제외하여야 한다. 국가의 공공정책을 외국 투자자의 사적 이익의 표적이 되도록 하는 독소조항을 더 이상 고집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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