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론스타 감싸기에 앞장섰던
금융감독당국자를 ISD 대응팀에서 배제하라
국회는 론스타 특별법 제정하여 정부를 감시하고 국민의 재산과 금융질서를 지켜야
론스타와 투자자국가소송(ISD) 심리개시 관련 학계 및 제 시민사회단체 공동성명
지난 5월 15일, 미국 워싱턴 DC 소재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론스타가 한국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소송(ISD)의 증인심문이 시작되었다. 학계 및 제 시민단체들은 역대 정부가 론스타 문제를 올바르게 정리할 수 있는 여러 차례의 기회를 모두 허송하고, 급기야는 국민의 재산을 또 다시 탕진할 위험’에 처한 상황을 개탄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국법을 왜곡하고 훼손하면서까지 론스타 감싸기에 앞장섰던 경제금융관료들이 이번 중재소송 대응의 사령탑을 맡은 사실에 경악한다. 우리는 정부가 론스타 문제 때문에 이해상충이 있을 수 있는 금융관료는 배제하고 법무부 주도로 중재소송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국회가 론스타 특별법을 제정하여 밀실 협상을 추진하려는 정부를 감시하고 국민의 재산과 금융질서를 바로 세울 것을 촉구한다.
론스타는 우리나라의 은행법상 어떤 경우에도 은행을 소유․지배할 수 없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였다. 그럼에도 론스타는 해외의 산업자본 자회사들을 숨기는 방식으로 마치 비금융주력자가 아닌 것처럼 치장하여 외환은행을 인수하였다. 론스타의 전략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2003년 외환은행 인수 당시 하나의 승인 이후 곧바로 투자자를 교체하여 실제로 외환은행을 인수한 변경된 투자자들에 대해서는 따로 승인을 받지 않았다. 즉 론스타는 최종적으로 감독 당국의 승인 없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이다. 론스타 문제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후로도 론스타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관련하여 증권거래법을 위반하고, 외국환관리법을 위반하는 등 수 차례 우리나라의 법질서를 유린했다. 론스타는 이런 수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비호 아래 지난 2012년 2월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팔아치우고 유유히 우리나라를 탈출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계약서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인 2012년 5월,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소송 제기 중재의향서를 제출하였다. 그 액수도 5조원(당초 4조6천억 원)을 넘는 초유의 금액이다. 국민의 재산을 수호하고 나라의 질서를 확립해야 정부의 대응은 최선의 대응에서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우선 대응팀의 사령탑을 론스타 감싸기에 앞장섰던 경제금융관료들이 맡고 있다는 점이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불법 인수할 때 기획재정부 은행제도과장으로서 매각 실무를 담당했고, 2012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떠넘기고 탈출할 때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역시 실무를 담당했다. 기획재정부 제1차관으로 역시 대응팀에 참여하고 있는 주형환 차관은 추경호 과장에 앞서 은행제도과장을 지내면서 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지배를 금지하는 은행법 개정의 실무를 담당했다. 따라서 누구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위법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03년 7월 조선호텔에서 열린 소위 “10인 비밀대책회의”에 참석하여 외한은행의 론스타 매각을 수수방관했다.
우리는 이런 경제금융관료들이 이번 중재소송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점이 소송의 진행경과와 무관하지 않다고 믿는다. 우리나라 정부가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점을 소송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는 것이 그 증거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사실은 한편으로 외환은행 인수의 불법성을 확립하고, 다른 한편으로 론스타가 외환은행 문제를 가지고 ISD로 다투는 것을 배척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논거다. 산업자본의 은행 인수는 불법이며 불법 투자는 ISD에서 보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금융관료들은 “론스타가 산업자본 요건에 해당했으나 산업자본이라 보기 어렵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론스타의 탈출에 전심전력했던 자들이다. 이들이 대응팀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 우리 정부는 이 문제에 정공법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중재소송이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우리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에 그 책임의 일단이 있고, 그 배후에는 론스타와 무관할 수 없는 경제금융관료들이 자리하고 있다. 5조원의 국민세금이 걸린 소송에서 납세자인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려고만 하는 실무자들의 태도 역시 이런 정황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경제관료들 중 일부가 론스타와 부적절한 이해로 얽혀 있었던 정황이 최근 드러나기까지 했다. 박근혜 정부는 불필요한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시급히 이번 중재소송의 대응팀에서 론스타의 때가 묻은 과거 경제금융관료의 입김을 완벽하게 차단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지금 론스타가 제기한 ISD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정부가 그 어떤 것도 공식적으로 공개하거나 확인해주지 않는 극단적 비밀주의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 절차의 공개는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보장하려는 근대사법제도의 기본이다. 국가 공공정책의 정당성을 다투는 재판 절차가 더욱 철저하게 공개되어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론스타와 합의해 민변 관계자들의 심리참관 요청을 거부하였다. 무엇을 얼마나 더 숨겨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정부가 태도를 바꾸기를 강력히 요청한다.
이번 문제의 올바른 대응을 위해 국회도 나서야 한다. 국회는 비밀지상주의를 앞세우고 있는 정부를 감시하고, 국민의 재산과 국가의 질서를 지켜야 할 또 하나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투자자 국가소송에 대처하는 정부의 대응에 대한 입법적 통제가 현재 전무하다는 점과, 그동안 론스타 사건의 처리에서 수많은 법률적 문제점이 존재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칭 “론스타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론스타 특별법에는 적어도 ▲소송 진행경과에 대한 국회 보고 ▲관련 공무원의 국익준수 의무 ▲위증 처벌 ▲고의 또는 중과실로 국가에 손해를 끼친 공무원에 대한 국가의 구상권 행사절차 등이 규정되어야 한다. 여야는 국익이 걸린 이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시급히 특별법을 제정하여 정부를 감시하고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는 등 국민의 대표로서의 소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론스타 ISD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의 세금을 지키기 위해 올바른 해법을 알리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2015년 5월20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조, 학술단체협의회
금융정의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참여연대, 투기자본감시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