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 보건의료 분야
정형준 녹색병원 재활의학과장
전체적인 평가
보건 분야 예산은 보건복지 총 예산의 16.8%이며 2018년에 비해 9.0%(9,615억 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남. 이는 건강보험에 대한 일반회계 지원이 14.7%(8,032억 원) 증가한 것과 더불어 기존의 빅데이터 사업과 헬스케어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개발사업 등 신규 사업 예산이 대폭 증액 편성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됨.
일반회계에서 예산 증감률이 뚜렷한 사업을 살펴보면 보건산업정책(145.5%), 지방의료원 등 육성(76.6%) 보건산업진흥(27.9%), 보건의료연구개발(21.5%) 의료취약지 지원(27.4%)등의 예산이 증가하였고, 만성질환관리체계 및 기반구축(△18.1%), 감염병관리(△13.4%), 한의학산업지원(△23.7%)등의 예산은 감소하였음.
2019년 건강보험 총 보험료 수입예상액은 57조 8,154억 원으로 예상되며, 보험료 수입의 14%에 해당하는 일반회계 국고지원금은 8조 942억 원임. 그러나 정부는 과징금 수입을 감안하더라도 2조 1,352억 원을 감액한 5조 9,721억 원을 편성함(여기에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건강보험지원금으로 1조 9,011억 원을 편성함). 이는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것임.
세부사업 평가
신규사업
보건의료 신규사업은 의료취약지 지원 8억 원, 국립암센터 운영 11억 원, 건강보험 지원 39억 원을 제외하면, 보건의료연구개발, 보건산업정책, 첨단의료복합단지 육성지원 등에 책정되었음. 특히 보건의료연구개발에 신규로 334억 원이 책정되었으며, 보건산업정책에 143억 원, 첨단의료복합단지 육성지원에 19억 원이 책정되었음.
우선 건강보험 보장범위 확대 및 정신보건, 지역보건 지원 등의 상당부분이 건강보험재정에서 지출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보건복지부의 신규 보건의료 예산의 대부분이 보건의료연구개발과, 보건산업정책에 투입된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러움. 보건복지부가 관할해야 할 공공의료기관 및 공공의료 활성화, 의료인력확보 및 의료의 질 및 안전관리 등에는 신규사업이 없음에도, 유독 보건의료 산업화에만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 것은 향후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정책 역량이 의료산업화 지원 및 발전에 맞춰지는 방향성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임. 게다가 보건의료연구개발 사업의 대부분이 현재의 의료의 질 및 안정성 확보, 공공의료체계 확립, 의료전달체계 확보, 감염질환 등에 대한 연구가 아니고,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 의료로봇 등 의료기기발전사업, 인공지능 신약개발 등 거의 모든 신규사업이 산업자원부에서 진행해야 마땅한 사업들임.
재난적의료비 지원사업의 경우 작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밝힌 의료비 걱정 없는 사회(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핵심 안전망인데 고작 39억 원을 배정하였음. 이는 작년 정부가 밝힌 소득하위 50%에 대한 재난적의료비 지원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규모임. 물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다면 건강보험 영역의 보장범위로 재난적의료비를 급감시킬 수 있을 것이나, 현재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속도로 볼 때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됨.
거기다 의료취약지 지원사업은 정부가 10월초 발표한 공공의료기본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바, 현재 의료취약지에 절대적으로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는 정부도 깊이 공감한 바 있음. 그런데 고작 8억 원의 예산으로 몇 명의 의료진이 양성될 수 있을지 의문임. 더구나 이 예산은 28억 원 가량이 요청되었으나 기획재정부에 의해 8억 원으로 조정됨. 8억 원으로 지원 가능한 전문 인력은 연간 10여명을 넘을 수 없다는 점에서 면피용 신규사업이란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임.
공공의료
보건복지부의 예산에서 공공의료 관련 항목은 공공보건의료 정보화, 공공보건의료지원, 지방의료원 등 육성 등 3가지를 꼽을 수 있음. 이중 공공보건의료지원 예산은 전년대비 71.5% 감소하였는데, 순감한 국내 심장분야 지역인프라 분석・구축 연구를 제외하면 남은 예산은 국제회의지원이므로, 사실상 이마저도 공공보건의료지원예산으로 판단할 수 없음. 반면 공공보건의료정보화는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일반회계로 전환된 사업으로, 전년대비 15.7% 증액된 총 54억 원이 책정되었음. 지방의료원 등 육성에는 1,118억 원이 책정되어 전년대비 76.6% 증액됨.
우선 지방의료원 등 육성은 올해 10월 초 정부가 발표한 공공의료기본계획에 따라, 지방의료원뿐만 아니라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될 민간병원에 대한 지원도 포함된 것임. 따라서 예산의 증액은 공공의료발전을 위해 환영할 만한 일이나, 이 예산이 민간의료기관에 불필요하게 배정되지 않도록 배분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임.
한국의 의료기관은 95%가 민간의료기관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공공의료기관이 적은 나라임. 이 때문에 지방의료원 지원이 아니라,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지역거점공공병원의 추가적인 설립이 요구된 바 있음. 하지만 지역거점 병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병원(500병상급)건립에 최소 1,000~2,000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는 점에서 2019년 예산안은 공공의료기관 확충을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함.
또한 공공의료기관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민간의료기관에 지원될 금액으로 본다면, 민간의료기관이 수익성이 없어서 하지 못하는 공공의료사업을 정부지원금으로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평가와 점검이 필요함. 따라서 지방의료원 등 육성에 76.6% 증액된 예산임에도 예산 집행과정에 대한 거버넌스 이후의 면밀한 평가가 필요한 사안임.
2019년부터 일반회계로 분류되는 공공보건의료정보화 사업은 공공의료기관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라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임.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지나치게 보건의료 정보시스템을 집적화, 표준화하는 시도로 읽힘. 이는 보건의료산업정책 핵심인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에 공공병원의 개인건강정보까지 표준화해서 직접하려는 시도로 보이며, 따라서 공공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예산이라기보다는 보건의료 빅데이터사업 활성화에 ‘공공의료’라는 이름을 붙이려는 불순한 의도로 보이며, 순수한공공의료강화 예산으로 보기 어려움.
더구나 공공보건의료정보화의 내용이 불분명하고 개인건강정보를 비식별화하여 집적화하고 이를 산업화하려는 시도와 연결된다면 공공의료에 대한 대중적 인식마저 더욱 나빠질 우려도 있기에, 본 사업은 그 내용과 개인건강정보 관리와 관련된 여러 장치들이 함께 면밀히 검토되어야 할 것임.
결론적으로 2019년 예산안에서 공공의료와 관련된 보건의료 자원배분은 실질적인 공공병원 설립계획을 위한 예산이 전혀 배정되지 않았고, 의료산업화과제(빅데이터)와 민간병원에 공공보건의료사업 위탁(민간병원에 지역거점병원지위를 부여하고 공공병원의 역할을 수행토록 함)을 위한 예산이 주로 책정되어 있음. 이는 보건복지부가 공공의료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예산안임. 기존 지방의료원등에 대한 ‘착한’ 적자 및 인력지원 계획이 획기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면, 정부의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이 제대로 시행될 것으로 보기 어려움.
보건산업육성
이번 예산안의 특징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보건의료산업에 역대 가장 많은 예산을 배정했다는 점임. 보건의료연구개발 예산은 일반회계와 기금을 합할 경우 전년대비 3.1% 감소했으나 3,128억 원의 막대한 규모로 배정되었고, 보건산업정책 예산은 206억 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145.5% 증가하였음. 여기에 전년대비 27.9% 증액된 보건산업진흥 예산 351억 원도 배정함. 이는 공공의료 예산이나 재난적의료비 지원 예산 등에 비추어 지나치게 높은 비중임.
문제는 이러한 예산 증액 편중 뿐 아니라 사업의 내용에서도 발견됨. 주로 순증하거나 증가한 사업들을 보면 보건의료연구개발에서도 의료데이터 보호·활용 기술개발, 스마트 임상시험 플랫폼 기반 구축사업, CDM 기반 정밀의료 데이터 통합 플랫폼 기술개발, 인공지능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등 보건의료 개인건강정보를 집적화 하여 제약, 의료기기, IT산업에 연계할 플랫폼 개발에 주로 집중하고 있음. 이들 사업은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상 공익적 목적의 사용에도 제한사항이 크며, 개인건강정보는 민감정보이기 때문에 어디까지 빅데이터에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 중으로 산업화 계획은 시기상조임.
복지부가 2018년부터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에 90억 원 남짓을 배정한 바 있으나, 여러 법리적 문제 등으로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한 경험으로도 그 문제가 드러남. 이러한 이유로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사업은 전년대비 25.3% 감소된 예산이 편성되었으며, 기획재정부의 조정과정에서 추가로 14억 원이 삭감됨.
또한 복지부는 글로벌헬스케어를 육성하겠다는 명목으로 해외환자 유치 지원 사업에 2018년 131억 원을 책정했으나, 올해는 100억 원으로 감액하였음. 이는 작년에 본지에서 논했듯이 글로벌헬스케어에 대한 장밋빛 환상에서 비롯한 것으로, 앞으로 의료관광유치와 같은 구시대적인 산업화 과제는 쇠퇴한다는 것을 방증한 것임.
보건산업진흥 예산에서는 제약산업 육성 지원에 126억 원을 배정하여 전년대비 27.9%의 증액을 하였음. 제약산업 육성 지원은 보건복지부 예산이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예산에서 책정하는 것이 타당하며, 공익적 제약산업과 신약개발에 한해서만 보건의료예산으로 편성될 필요가 있음. 따라서 제약산업 육성에 대한 27.9%의 증액도 과도해 보임.
보건산업진흥 예산 중 바이오헬스 기술비즈니스 생태계 조성에 무려 98억 원을 배정해 전년대비 97.3%를 증액하였음. 이는 전년대비 예산을 거의 2배가량 부풀린 것인데, 여기에 주로 보건의료 빅데이터, 재생의료 등 차세대 보건의료산업발전 과제들이 들어있음. 문제는 이들 보건의료산업과제들이 기초과학연구부터 내실 있는 투자와 연구지원이 아니라, 보건산업측면에서 최종산물개발에 매년 막대한 증액이 이루어지고 있어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할 세력을 불러 모으고 있다는 점임. 실제로 최근 줄기세포 업체 상당수가 거짓된 최종의약품 과다 광고, 주가조작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데, 이런 사업들에 대한 생태계 조성에 악용되지 않도록 할 장치가 필요함.
무엇보다 보건의료산업에 대한 막대한 예산 배정은 이런 공적자금지원이 공익적으로 어떻게 국민건강과 생활에 도움을 주는지 밝혀내는 것임. 그런데 2019년 예산안의 보건의료 산업정책 분야는 처음부터 끝까지 산업발전측면과 고용측면만을 강조하고 있고, 이를 통해 국민의 건강과 생활에 어떠한 공익적 이로움이 발생할지에 대한 고려가 없음. 그렇다면 과연 보건의료 예산으로 민간산업체의 발전과 영리적 이익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반문하게 됨.
건강보험
2019년 건강보험 지원 예산 중 정부의 건강보험 국고지원액은 전년대비 14.8% 증액되었으나, 법정의무조항인 내년도 건강보험의 예상수입의 14%에 비교해 2조 1,352억 원 가량이 부족함(과징금 수익예상금 반영). 더욱 놀라운 것은 보건복지부가 6조 1,669억 원을 요구하였으나 기획재정부는 1,949억 원을 삭감해, 일반회계에서 5조 9,721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점임.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미납은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악재일 뿐 아니라 공적책임 유기 행위로 시급히 시정되어야 함.
또한 신규로 예정된 재난적의료비 지원사업에 39억만 배정한 것은 정부의 재난적의료비 해결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킴. 향후 정부는 이를 재고하여, 재난적의료비에 대한 예산을 획기적으로 증액하려는 시도가 필요함.
기타
한의약 세계화 및 홍보, 한의약산업지원, 한의약연구 및 기술개발등은 대부분 예산이 줄어들었음. 특히 한의약산업지원은 23.7% 감소됨. 이는 정부가 한의약발전을 통해 공익적 이익을 나누는 것이 아니고, 산업발전을 통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하에 전년 투입한 예산이 실패했기 때문으로, 향후 보건산업에 대한 무분별한 예산배정의 경종을 울리는 실례로 볼 수 있음.
의료인력 양성은 283억 원으로 전년대비 20.5% 증액되었고, 의료기관 질관리 및 정책지원도 150억 원으로 전년대비 30.5% 증액됨. 의료인력 양성과 의료기관 질관리에 투입되는 예산의 증액은 매우 중요한데 2019년 예산안을 투입한 결과, 즉 어느 정도의 질관리 및 인력관리, 그리고 의료의 질 향상이 있는지에 대한 피드백이 필요하며 향후 그에 따른 예산의 지속적인 확장이 요구됨.
1차의료 활성화 예산으로는 혁신형 건강플랫폼 구축 지원이 11억 원으로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규모이지만 전년대비 167.2% 증액되었음. 이 사업도 1차의료가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모델개발에 대한 것으로 성과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져, 점차 확대되어야 할 사업으로 평가됨.
결론
여전히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의료영리화 사업 등에 예산이 과다 편성되고 있음. 대표적으로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은 민감정보에 속하는 건강정보를 이용하겠다는 것으로,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할 사안임. 때문에 이를 전년도 플랫폼 예산만 축소하고, 여타 연구개발 및 플랫폼 사업으로 확대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함. 또한 보건 분야 신규예산의 대부분이 보건의료산업개발에 치우쳐 있는데, 이들 사업이 공익적으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선행될 필요가 있음.
공공보건정책 관련 사업 예산은 전년 대비 지역의료원 지원 등의 명목으로 일부 증액되었음. 그러나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사업 예산의 민간의료기관에도 투입될 수 있는 경로가 마련된 만큼, 거버넌스 확보 및 공공의료사업 전반에 대한 면밀한 조정이 필요해 보임. 또한 공공병원 설립 등을 위한 공공보건 정책 예산이 합리적으로 증액되고, 최소한 의료취약지에 대한 공공병원 설립을 위한 예산이 획기적으로 증액되어야 공공의료 예산으로써의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임.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 제1항에 의거해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 57조 8,100억 원 보험료 수입의 14%에 해당하는 일반회계 국고지원금은 8조 934억 원을 지원해야 하나, 2018년에 이어 2019년 예산안에도 2조 1,352억 원을 감액 편성하였음. 이는 관련 법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시급히 시정되어야 함. 문재인 케어 소요재정 조달을 전적으로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 인상으로만 해결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법이 지정한대로 국고지원의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국회는 예산심의과정에서 반드시 이를 시정해야 함. 또한 국민건강증진기금법을 개정하여 국고지원을 이행할 수 있게 만들 필요가 있음.
이러한 국고지원이 제대로 될 경우 OECD 국가 중 미국, 스위스, 한국만이 시행하지 않은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재원이 마련될 수 있으며, 정부는 그 불명예를 더 이상 가져서는 안 됨. 이를 통해 일시적인 재난적의료비 지원이 아니라, 실질적인 건강보장 체계를 갖춰나갈 수 있을 것임. 향후 보건의료산업발전을 명목으로 한 각종 R&D사업에 신규예산을 배정할 게 아니라, 건강보험의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연구 및 시범사업 등에 예산을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것이 필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