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환경단체 공동성명서
지구온난화의 1.5도 특별보고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성찰과 책임있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촉구한다
2018년 10월 8일 -- 지난 10월 1일부터 6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열린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48차 총회의 주요 결과가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되었다. 이번 총회가 “1.5도 특별보고서” 채택을 구체적인 목표로 했던 것은 2015년 파리 기후협정에서 지구 평균온도를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2도 상승 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억제 그리고 가급적 1.5도 이하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 바를 따르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금세기 내 온도 상승을 1.5도로 억제하지 않으면 2도 이상의 온도 상승과 파멸적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는 인식의 결과이기도 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오늘 공개된 특별보고서(요약본)는 지구 평균온도의 1.5도 상승이 자연과 인간 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1.5도로 온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경로와 이를 위한 지구적 대응 과제,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빈곤 및 불평등 해결을 위한 과제를 적시하고 있다. IPCC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 감축해야 하며, 2050년까지 순 제로(net-zero) 배출 달성이 요구된다. 또한 2050년까지 1차 에너지 공급의 50~65%, 전력 생산의 70~85%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
이 특별보고서는 앞으로 24회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4)의 탈라노아 대화를 포함하여 세계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 수립과 논의의 새로운 바탕이 될 것이다. 우리는 세계의 과학자 공동체가 ‘1.5도’라는 숫자를 통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동의를 확인하고 현재와 같은 방식의(business as usual) 해법이 아닌 비상한 대응을 요청했다는 점에서 이번 특별보고서 채택의 의미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한국의 우리는 지난 여름의 기록적인 폭염과 최근 잇달아 한반도를 찾은 태풍을 통해 한국이 기후변화의 한가운데에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 화석연료 연소 기준으로 세계에서 7번째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이며, OECD 국가 중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폭이 큰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여전히 매우 미흡한 형편이다.
지난 7월 확정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로드맵 수정·보완안”은 2030년 BAU 대비 37% 감축 목표와 배출량 5억3600만톤은 그대로 유지하고, 국외 감축분만 11.3%에서 4.5%까지 줄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BAU 기준의 불확실성도 해결되지 않았고, 아직 증명되지 않은 기술적 수단과 국외 감축분도 그대로 남았으며, 무엇보다 한국의 책임과 위상에 걸맞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우리는 몇 차례의 논평과 토론 등을 통해 비판하고 개선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산업계 달래기에 열중했을 뿐 시민환경단체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았다. 1.5도 온도 상승 억제를 전제로 한 IPCC의 특별보고서에 비추어 본다면 이러한 온실가스 감축로드맵조차 국제 사회에서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확인해 준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해 어떠한 진지한 성찰을 하고 있는지는 매우 의문스럽다. 한국 정부는 IPCC의 특별보고서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IPCC 총회 주관과 GCF(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를 외교적 성과로 홍보하는 데에만 열중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IPCC의 특별보고서의 가장 큰 의미는 한국을 포함하는 각국 정부가 1.5도 목표를 위해 스스로의 계획을 재점검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더욱 진지한 국제적 협력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배출 계획, 배출 수단, 사회적 준비 모두가 다시 우리의 토론장 위에 올려져야 한다.
따라서 한국이 IPCC 48차 총회 개최국으로서 자신의 마지막 책임을 다하고 ‘기후악당’ 국가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우리는 한국 정부의 반성과 함께 다음의 노력을 촉구한다.
첫째, 지난 2030 온실가스감축 로드맵의 미흡함을 인정하고, 1.5도 특별보고서를 기반으로 로드맵 재설정 계획을 잡아야 한다. 2050년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도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반영되어야 한다.
둘째, 특별보고서가 탈핵-탈석탄 에너지 정책 후퇴의 빌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기후변화 정책과 통합하여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셋째, 파리협정의 발효를 앞두고 한국 사회 전 분야에서 본격적인 기후정책 실행체계 구축을 준비해야 한다.
넷째, COP24를 비롯하여 전 세계의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 노력의 모든 측면에서 한국의 위상에 걸맞는 기여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린피스, 녹색미래, 녹색연합,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에너지정의행동,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ICE Network
*문의: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02-6404-8440,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장 02-735-7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