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인터뷰 – 10년 회원을 만나다] 정병오 오디세이학교 교사(前 좋은교사운동 대표)

 

“아이들이 가진 고민이 우리 시대 모순의 핵심과 연결돼있어요”

윤은주 회원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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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지요. 이번 호에서는 10년 가까이 묵묵히 경실련을 지지해주신 정병오 회원을 만났습니다. 정병오 회원은 현재 서울시교육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오디세이학교 교사이고,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상임공동대표도 맡고 있습니다. 몇 해 전까지 좋은교사운동 대표를 역임하시며 교사운동으로 교육을 바꾸는데 기여하는 활동을 해오셨습니다.

종로구에 있는 오디세이학교에서 정병오 회원을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 오디세이학교 교사는 언제부터 하신 건가요? 오디세이학교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으신데 오디세이학교에 대한 자세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디세이학교가 2015년 설립됐는데 저는 설립 때부터 참여했으니까 이제 4년차입니다. 오디세이학교는 고교자유학년제라는 제도로 설립된 학교인데요, 입시에 매진해야 될 고등학교 1학년 시기에 국영수 같은 과목은 조금만 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유로운 탐색과정을 거치는 학교에요. 일반 고등학교에 똑같이 진학한 뒤에 그 학교에 적을 두고 1년 간 오디세이학교를 다니는 겁니다. 그 후에는 다시 그 학교로 돌아가지요. 2학년으로 돌아가는데 원하는 경우 1학년부터 다니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저희 학교에는 특정한 유형과 성향의 학생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학생들이 옵니다. 성적을 보더라도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일부러 그런 걸 지향하기도 해요. 특정 형태의 아이들만 오는 교육은 좋지 않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 선발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성적은 안 보니까 주로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당락이 결정됩니다. 학부모 면담도 해요. 혹시 이런 교육이 대학갈 때 스펙이 되지 않을까? 이런 분들은 저희가 받을 수 없고, 계속 입시를 시키면서 이것도 하겠다는 분들도 저희랑 맞지 않거든요. 저희는 학원도 다 중단하고 여기에 집중해달라고 하고 뜻을 물어요.

부모님들은 불안감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잖아요. 고1이면 입시에 매진해야 할 시기인데 이 시기에 일종의 입시로부터 벗어난 교육을 시킨다는 건 결단이 필요한 거죠. 저희의 장점이면서 한계이기도 한 게 1년 후에는 다시 입시교육으로 돌아가야 되기 때문에 학생들도 불안감을 계속 가지고 있거든요. 자기는 여기 와 있는데 친구들은 열심히 입시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가? 라며 느끼는 불안감이 부모님들은 더 많거든요.

이런 것들에 대해 소통을 하면서 그렇지 않습니다 이렇게 하는 게 떨어지는 거 같지만 훨씬 더 주체성을 형성하기 때문에 잘 할 수 있다고 소통하면서 하는 거죠.

 

  • 1년 동안 어떤 교육을 받나요?

1년에 90명의 학생을 모집하는데, 이 학생들은 모두 4개의 기관으로 흩어져 교육을 받습니다. 은평구의 <혁신파크>, 영등포의 <하자>센터, 정독도서관 1층에 위치한 <민들레>와 오디세이 본부가 있는 종로에 <꿈틀>까지 4개가 있습니다. 그렇게 4곳으로 흩어져 25명 정도의 학생들과 교사 3명이 1년 동안 공동체를 이루어 생활하는 거예요. 기숙은 아닙니다.

교육 내용은 기관별로 조금씩 다르긴 한데요. 주로 글쓰기나 인문학 수업이 많고, 자치회의와 여행 기획활동, 예체능, 실용기술 등을 배웁니다. 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 사회, 과학 등 보통교과 과정도 있구요.

계속 묻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 너 생각은 뭐냐? 묻고 학생들이 결정하게 합니다. 폭력이나 교내에서의 술, 담배는 규제하지만 나머지는 다 스스로 하게 합니다. 여행을 많이 가는데, 어디로 갈지 왜 가는지 숙소, 예산 짜는 것 등 모두 학생들 스스로 합니다.

수업이 학교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외부랑 많이 하니까 어른들을 많이 만납니다. 전태일 기념관도 가고 시민단체들도 만나고 계기마다 많은 분들을 만나니까 어른들이 우리를 억압하는 사람이 아니라 도와주는 사람들이구나 어른들에 대한 신뢰도 생기고 다양한 사람들이 많구나 꼭 입시 경쟁해서 이렇게만 살 게 아니구나 라는 걸 배우게 됩니다.

 

  • 2015년에 개교했으니 그 당시 고1이었던 학생들은 지금 고등학교를 졸업했을텐데 졸업생들이 오디세이학교의 교육 목표에 맞게 진로를 찾아 가는지 궁금합니다.

네 1기 학생들은 올해 대학을 가거나 재수를 하거나 대학을 안가고 다른 길을 가거나 하고 있습니다. 각자 자기 길을 가는데 1년의 기간들이 주체적으로 사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합니다.

한 학생은 중 3때까지 공부를 잘 해서 자사고에 갔는데 너무 학교에서 불안감을 많이 조성하는 거에요. 몇 등안에 못 들면 인 서울 못 간다 이러니까 쉬는 시간마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힘들다고 하다가 오디세이에 왔어요. 여기 와서 많이 자유로워진거죠. 대학 안가고 여행 해보겠다고 해서 오디세이 마치고 1년 동안 여행도 다니고 검정고시 보고 논술 준비해서 철학과에 입학했어요. 얼마나 좋은 대학을 갔느냐보다 자기 삶에 대해 만족하며 살고 있어요.

어떤 학생은 일반학교로 돌아가서 반장선거를 하는데 자기도 나갔는데 선생님이 유도해서 공부 잘 하는 애가 반장이 된 거죠. 학교에 건의했는데 안 들어주니까 교육청에 민원을 넣어서 결국 재선거를 했어요. 불의한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낼 줄 알게 된 거죠.

 

 

  • 좋은교사운동으로 더 많이 알려지셨는데, 교사운동을 통해 교육을 바꾸시겠다고 생각하신 이유와 운동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좋은교사운동이 95년에 창립했는데 창립하기 전에 92년부터 소모임을 했었어요. 그때부터 같이 했었고 2012년에 대표를 맡았다가 학교로 복직을 했습니다. 대표할 때는 휴직하고 상근해서 일하고, 끝나면 복직 하거든요. 좋은교사운동은 원래 여러 개의 기독교사모임이 연합한 모임이에요. 전신이 될 수 있는 모임이 아까 말씀드린 92년부터 시작된 기윤실 교사모임이에요.

군대 다녀와서 91년부터 본격적으로 교사를 했는데 고민이 많았었어요. 그때 만해도 촌지가 많았어요. 채택료도 있었고요. 기본적으로 학교 내에 불법적인 관행들이 많았는데 초임 교사가 그런 것을 거부하다보니 고민이 많았던 거죠.

예를 들면, 촌지 같은 경우는 개인이 결단하면 거부가 되는 거잖아요. 근데 학교 내에 육성회나 임원들이 있었는데 일종의 불법찬조금처럼 한 학급에서 5~10여명의 임원들한테 10만원, 20만원씩 돈을 걷어서 발전기금을 학교에 내는 겁니다. 발전기금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을 때니까 회계에 잡히지 않는 돈이죠. 초기에 제가 담임을 맡았는데 우리 반 애가 반장선거에 안 나가겠다는 거예요. 똘똘한 아이였는데 자기는 집이 가난해서 엄마가 학교에 기여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너가 반장이지 엄마가 반장이냐”며 나가라고 해서 그 아이가 됐어요. 근데 조금 있으니까 학급의 임원단을 구성해서 1인당 10만원씩 내라는 겁니다. 저는 못 하겠더라고요. 가난한 집 아이가 반장이 됐는데 어떻게 돈을 내라고 하냐, 이걸 걷는다는 게 말이 되냐며 안 걷었어요.

30학급이었는데 29학급에서 100만원씩 다 들어왔는데 우리반만 안 들어온 거에요. 교감선생님이 화가 난거죠. 뭐라고 하시고 저는 못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교감선생님이 직접 저희반 임원들한테 걷어가더라고요. 좌절했죠. 불법이고 불의인데 해서는 안 되는 일인데 내 한계도 느끼고 선배 교사들과의 관계에서의 한계도 있었고, 초임교사니까 아이들 지도하는데 있어도 미숙함이 많았고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기윤실에서 당시에 촌지추방운동을 했었는데, 촌지추방도 하지만 촌지 외에도 학교 내에 많은 문제가 있고 각자 가지고 있는 고민들이 많은데 풀어보자고 소모임을 시작한 거죠. 모임하면서 교육의 문제도 결국 교사가 풀어야 되는 구나 내부에서 풀어야 될 문제가 너무 많고 우리가 스스로 결단만 해도 풀 수 있는 문제도 꽤 있고 스스로가 공부하거나 노력을 통해서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우리 스스로 풀 수 없는 문제들은 힘을 합쳐서 이슈도 제기하고 하자 그렇게 모임을 하다가 우리 힘만으로 힘드니까 같은 크리스찬 성격의 소모임들이 더 있었으니까 같이 서로 묶어서 좋은교사운동이 만들어진 거죠.

좋은교사운동 하면서 그동안 기독교사 모임이 서로를 돌보는 건 좋은데 교육계에 기여한 바가 없구나. 전교조 같은 경우는 만 명 이상의 교사들이 피를 흘리고 희생당하면서 민주화를 위해 싸워왔고 기여한 바가 있는데 우리 기독교사들 그룹은 서로 돌보고 이런 건 했지만 사회에 기여한 바가 없으니 교육계에도 기여를 하자 그러면서 조직을 만들고 했어요.

처음에 준비된 게 없으니까 잘 할 수 있는 거부터 하자해서 한 게 실천운동들이었어요. 촌지를 안 받는다든가, 아이들 가정방문을 통해서 아이들을 더 깊이 이해한다든가, 학급에서 제일 어려운 아이들을 돌본다든가, 수업평가를 자발적으로 받자든지 그런 기본적인 실천운동들을 먼저 쭉 했고, 하면서 교육계 내에서는 조금 인정을 받기 시작했어요. 이 단체는 기존의 전교조나 여타 단체들처럼 선명하게 제도개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 나름 진정성을 가지고 하는 단체구나. 실력이 쌓이고 인지도도 쌓이고 하면서는 정책적인 대학입시 문제나 제도개혁 부분에서도 목소리를 냈구요.

 

  • 어떻게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되셨는지 궁금하고, 선생님의 교육철학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제가 80년대 학번인데 그때는 민주화운동이 많이 일어나던 시기잖아요. 저는 그런 운동권의 핵심이 있진 않았지만 그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아픔이 많이 있어요. 그때 했던 생각이 저는 신앙인이니까 우리 시대 모순의 핵심에 보내달라고 기도하고 고백도 했었는데

시대 모순의 핵심이 어딘지, 어떻게 하면 풀 수 있는 건지 20대 초중반 나이로 알기 어려웠는데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만나기 시작한 거에요. 아이들을 만나면서 느낀 게 아이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고민들이 있는데, 이 고민이 우리 시대의 문제를 다 안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우리시대가 양극화 문제가 있으면 애들은 그 나이에 맞게 빈부차를 느끼고 있고, 우리시대가 대학입시 문제가 크면 그 나이에 맞게끔 공부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고 아이들도 우리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를 다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아 이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 우리 시대 모순의 핵심과 연결되는 거다! 여기에 헌신해서 이 아이들의 문제에 응답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자 라고 생각했죠. 그때부터 교사라는 것은 아이들의 고통에 응답함으로서 우리 시대의 모순에 응답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교사운동하고도 연결됐다고 볼 수 있죠.

일단 기본적으로 아이들에 대한 시각 자체가 한명 한명이 다 귀하다는 겁니다. 집에서는 다 귀하죠.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성적으로 한 줄로 세워야 되는 구조기 때문에 성적 외의 변수들은 가치가 없어져 버리는 게 문제에요.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데 잘 알고 싶어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남들보다 앞서야 되기 때문에 공부해야 되는 게 문제죠. 어떻게 하면 한명 한명이 각자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은사와 재능과 소명을 발견해주고 키워줄 수 있을까? 그게 교사인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가요?

문재인 정부가 소위 말하는 적폐청산은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 국정교과서도 폐기한다든가 그 외 교육계 내 비리나 사립학교 비리 이런 걸 엄하게 하는 건 잘 하는데, 본질적인 개혁 있잖아요. 아이들을 입시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위해서 상대평가 체계를 절대평가 체계로 한다든가 이런 입시개혁이 사실 쉬운 건 아니죠. 그렇지만 이 정부는 그거에 대해서 전혀 안하려는 거 같아요.

이해는 돼요. 왜냐하면 남북관계 문제라든가 큰 문제를 풀어가다 보니까 국민의 지지를 얻고 그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데, 교육은 표 까먹는 정책이라는 생각을 하는 거 같아요. 수능 절대평가라든가 했을 때 국민 절반은 반대를 할 것이고 이게 굉장히 논쟁이 많은 주제거든요. 지금 공론화위원회에 올라가 있는데 그거 하나만 봐도 공론화위원회까지 맡긴다는 게 정부가 실제로는 의지가 없다고 보이는 거죠. 그냥 욕먹을까봐 아무 결정도 안하고 공론화위원회 맡겨 놓고 그것도 되게 축소해서 디테일한 걸 맡겨놓은 거거든요.

 

 

수능 절대평가는 아직도 논쟁이 많아요. 국민들 중에서도 절대평가하면 학생들이 자유로워지지만 대학입시에 교사들이나 대학의 정성평가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불공정 요소가 생기는 게 아니냐고 해요.

수능 점수로 한 줄 세우기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교육적으로 절대평가가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개인의 주관이 많이 개입되는 점에 우려를 갖는 거죠. 그래서 기득권층이나 언론이 차라리 점수로 한 줄 세우는 게 공정하다는 논리를 많이 펴기도 해요.

이런 분들은 절대평가를 하면 이전처럼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다’고 이야기를 해요. 보통 개천에서 용이 되신 분들이 이런 주장을 많이 하시죠. 그런데 사실 수능 점수 위주로 가게 되면 사교육 많이 하는 아이들이 유리해요. 냉정하게 데이터를 가지고 보게 되면 수능은 강남이나 특목고 아이들이 유리하다고 나와요. 결국 사교육 많이 하는 강남 아이들이 점수가 올라가거든요.

반면에 학종(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표되는 수시제도는 다양한 요소로 학생을 평가하는 거에요. 다양한 요소의 역량을 키우려면 더 사교육비가 많이 든다고도 하지만 이 제도 때문에 시골에서도 서울대 가고, 학교 내에 동아리 활동 많이 하거나 내신이 좋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는 거예요. 학교교육이 다양화되는 면이 있습니다. 시험성적만이 아니라 학생회 활동이라든지 다양한 활동으로 학생을 보는 거죠. 이전에는 반장도 동아리도 공부한다고 다 안 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하려고 하거든요. 이런 게 학종의 힘이죠. 물론 한계가 있고 완벽하진 않지만 큰 방향은 그쪽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의지가 청와대 쪽은 방향도 못 잡고 전문성도 없고 한 거 같아 아쉽습니다. 청와대에 교육 담당 비서관이 없잖아요. 사회문화수석이 다 하고 있는데 현재 김수현 사회문화수석은 부동산, 경제 전문가이시지 교육쪽 전문가는 아니시거든요.

진보교육감이 상당히 많이 됐지만 교육감이 할 수 있는 거는 초•중•고등학교 교육이지 대학입시부터는 교육감이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이 사람들이 혁신학교를 하거나 초등학교 평가 제도를 바꾼다 이런 거는 할 수 있죠. 이 부분은 교육부가 해야 하는데 청와대의 의지가 없으니 교육부도 한계를 많이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  2007년에 가입해주셔서 10년 동안 꾸준히 경실련에 큰 힘이 돼주셔서 고맙습니다. 경실련 회원정보에 보면 추천인이 서포터즈라고 나오시는데, 어떤 인연으로 경실련 회원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대학 시절 시대의 불의에 대한 아픔은 있었지만 학생 운동권의 운동 방식에는 다 동의를 할 수 없었어요. 물론 당시 군부독재의 억압적인 상황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던 점은 이해를 하지요. 그런데 대학 졸업 후 군 복무를 하고 있던 중 1989년 본격적인 시민운동단체인 경실련 창립 소식을 들었어요. 제가 정말 원하던 방식의 사회개혁운동이었기에 1990년 제대하자마자 바로 가입을 했습니다. 경실련 주최 모임에도 함께 하고 경실련 내 교사모임을 만들려고 시도를 하는 등 10년 정도 꽤 적극적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런데 경실련 임원들이 정치권에 많이 진출하면서 정치권과의 경계가 흐려지고 내부 노선 갈등이 심해지면서 탈퇴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경실련이 아파트 원가 공개 문제 등 경제적인 정의를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면서 그래도 여기에 힘을 싣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서 2007년에 다시 가입을 해서 지금까지 오고 있습니다.

 

  • 경실련이 내년이면 30주년을 맞습니다. 경실련에 한 말씀 해주세요.

경실련이 원래 창립정신인 ‘경제정의’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 30년과 비교하면 정치적 민주화는 많이 진전되었지만 경제적인 민주화는 더 퇴보를 했잖아요. 지금 양극화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모순이라고 봐요. 그래서 경실련이 경제정의 혹은 경제민주화 관련해서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급진적으로 싸워야 한다고 봐요. 그렇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수도 있을 거라고 봐요.

 

교사로서의 소명으로 시대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 현장에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행동이 귀감이 됩니다. 대학입시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이야기해주셔서 그동안 헷갈렸던 수능개편안에 대한 주장들에 대해서도 선명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학생들이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말씀이 마음에 남습니다. 다음 세대들이 입시라는 고통에서 벗어나 배움과 삶의 주체로 당당히 서 가는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꿈틀꿈틀 일어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