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ssuu.com/ushas88/docs/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투자자-국가소송제(ISD)’로 잘못 알려져 있는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는 한미 FTA 협상 당시 가장 첨예한 쟁점 중 하나였습니다. 협상을 추진했던 한미 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해외 투자 자본의 보호를 위해 ISDS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시민사회와 야당, 대법원은 사법주권 침해·공공정책 위축을 초래하는 위험한 제도라며 반대 입장을 취했습니다.

ISDS는 한미 FTA 외에도 우리나라가 당사국인 80여개의 양자간투자협정과 여러 FTA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실제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MB 정부의 장담과는 달리 2012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사건을 시작으로 엔택합/다야니, 엘리엇, 메이슨 등 실제 분쟁이 줄지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들 사건에서 우리 정부가 질 경우 거액의 배상금을 투자자에게 물어야할 형편이지만(론스타: 5조원대, 엘리엇: 7천억원, 엔택합/다야니: 730억원), 정부는 ISDS 분쟁 사건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그 내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요구로 시작되었다가 올해 3월 원칙적 타결이 선언된 한미 FTA 재협상(후속협상)에서 한미 양국은 ISDS 개정 논의를 하여 합의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합의하였는지는 공개되지 않았고, 국회 비준동의 절차가 곧 시작될 것이라는 말만 나돌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미국과 ISDS 개정 논의를 하면서 정부가 국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몇몇 통상관료들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ISDS 개정 논의를 마무리하였던 것입니다.

국제적으로는 ISDS 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ISDS 자체를 FTA에서 제외하자는 입장이고, 유럽연합은 민간인의 중재로 결론을 내리는 현행 ISDS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고 국제투자법원을 만들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EU의 국제투자법원 제안은 유엔 상거래법위원회(UNCITRAL)에서 별도의 작업반(Working Group III)을 만들어 공식 논의를 시작했고 올해 9월에는 우리나라에서 회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이처럼 ISDS 제도 개선 논의가 국제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내 대응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행정부 위주의 대응에서 벗어나 국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시민사회의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투자자 보호를 빌미로 공공정책이 위축·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