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정치
Politics of Affect
정동(affect)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정동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
즉 정동이 본질적으로 개인적 경험의 친밀성의 문제라는 생각을 바로잡으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정동의 이론가 브라이언 마수미가 정동에 대한 모든 질문과 오해에 답한다.
지은이 브라이언 마수미 | 옮긴이 조성훈 | 정가 22,000원 | 쪽수 384쪽
출판일 2018년 6월 29일 | 판형 신국판 변형 (139*208)
도서 상태 초판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 총서명 Mens, 디알로고스총서05
ISBN 978-89-6195-182-1 93100 | CIP제어번호 CIP2018017454
도서분류 1. 철학 2. 정치학 3. 경제학 4. 문화비평 5. 예술 6. 미학
정동정치. 우리가 정동에 흠뻑 젖어있음을 고려하면, 이 정동정치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할 수 있을까? 스피노자와 들뢰즈는 우리를 저 특별한 바닷속으로 강제로 떠밀어 넣는다. 마수미는 우리에게 그 바다에서 헤엄치는 방법을 세심하게 가르쳐준다. 정치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정동의 실행 즉 삶의 형식에 대해서까지. ― 안또니오 네그리, 『제국』, 『다중』, 『공통체』의 공저자
브라이언 마수미는 정동의 수많은 역할들을 강조함으로써 삶의 진지한 유희에 대해 쓰고 싶어 한다. 이 대담집에서 그는 이 프로젝트를 아주 상세하게 전개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정동에 대한 제정적 지도 그리기가 상당한 개념적 배당금을 지불해 준다는 것에 대한 더 많은 증거들을 덧붙인다. ― 나이절 스리프트, 워릭 대학교
『정동정치』 간략한 소개
정동(affect)은 지난 수년간 인문학계의 핵심적 키워드이자 치열한 논쟁의 주제다. 우리 시대에 정동 개념 없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 책은 정동의 이론가이자 철학자인 브라이언 마수미가 2001~2014년 사이에 동료 학자, 활동가, 비평가, 예술가 들과 진행한 인터뷰를 모은 대담집이다. 이 책의 여러 곳에서 마수미는 정동 개념에 대하여 명쾌하게 정의를 내리며, 이해하기 쉬운 생활 속 사례를 들어 정동 개념을 설명한다. 지금까지 “정동”(affect) 개념에 대해서 “알 듯 모를 듯하다”라거나 “모호하다”고 느껴왔던 독자라면 이 책에서 불분명함들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브라이언 마수미와 동료들의 대화를 차분히 따라간다면, 독자는 “정동 이론”이라는 유용한 도구상자를 탑재하게 될 것이다.
정동이란 경험의 살이고 실체이다. 생명이 외부와 직접 대면하는 사건 속에서 형성하고 이행하는 힘과 질의 자태이다. 몸체들이 생각하고 느끼면서 즉흥적으로 창조하는 관계의 다이어그램이 그려지는 것은 이 이행과 열림의 한복판에서이다. 철학이 개념의 창조이고 예술이 공명의 창조라면, 정동정치란 바로 그 사유와 느낌의 중첩으로 충혈되어 부글거리는 정동들의 내재적 관계의 창조이자 그 창조의 테크놀로지이다. 이 방대한 내용의 인터뷰에서 브라이언 마수미는 철학, 정치 이론, 일상적 삶들을 엮어 가면서 이 발생적 정동정치를 탐색한다. 토론들은 ‘횡단적으로’ 진행된다 : 주체/객체, 몸/정신, 자연/문화 등 사유를 방해하는 그 지겨운 대립들을 가로지르며. 새로운 개념들이 하나둘씩 소개되면서 발생의 정치를 위해 관계와 마주침의 복잡성이 재매핑된다. ‘미분적·정동적 조율’, ‘집단적 개별화’, ‘미시정치학’, ‘생각하기-느끼기’, ‘존재력’, ‘내재적 비판’ 등이 그것이다. 이 개념들은 확고한 해법들이 아니다. 오히려 이 개념들은 더 멀리까지 탐색하기 위해, 정동이 제기하는 정치적 문제들의 탐구를 계속하기 위해 설계된다.
『정동정치』 출간의 의미
브라이언 마수미와 정동(affect)
『정동정치』는 『가상계』, 『가상과 사건』의 저자 브라이언 마수미가 그동안 교류해 왔던 비평가, 작가, 예술가, 활동가들과 토론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인터뷰라는 형식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그가 써왔던 다른 책들보다는 덜 사변적이며, 정동과 잠재성을 실천적 관점에서 논의한다. 마수미에 따르면 정동정치는 두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하나는 권력이 미시적이고 정동화되고 있다는 점이며, 따라서 다른 하나는 정체성이나 이데올로기에 기반을 둔 정치는 그러한 미시적 권력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마수미가 출발점으로 삼은 정동은 스피노자로부터 가져온 개념이다. 정동이란 신체의 질적 변이이며, 그 변이들 속에서 나타나는 양태들의 관계가 마수미의 정동정치가 주목하는 것이다. 스피노자가 윤리학을 정동적 관계들의 위상학으로 규정한 것과 평행하여, 마수미는 정동정치의 의미가 세력과 계급의 정치가 아니라 정동적 관계를 토대로 하는 관계의 정치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총체적이고 단일한 문법이나 진부한 습관으로 이루어진 규약들에서 벗어나, 긴장과 갈등과 불일치를 공존하게 하면서, 사건들로부터 나오는 그러한 긴장을 다수의 방식으로 유지하고 강렬화하고, 상황에 따라 그 해법을 새로 설정하는 것에 열려 있는 유연함과 다양한 전략들을 필요로 한다.
현대 세계와 정동
최근 몇 년 사이 “정동”(affect) 개념이 인지자본주의 시대의 정치, 사회, 문화를 읽는 주요한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의 경우 북미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정동 이론가들의 글을 엮은 『정동 이론』(갈무리)의 한국어판이 2015년 12월에 번역,출간되었고, 2016년 초에는 일본 와세다 대학 이토 마모루 교수의 『정동의 힘』(갈무리)의 한국어판이 번역,출간되었다. 브라이언 마수미는 1995년 논문 「정동의 자율성」(The Autonomy of Affect)을 발표하였는데, 『정동 이론』의 저자들에 따르면 이 책은 “정동 이론에 대한 호기심을 다시 불붙인 분수령이 되는 사건”이라고 한다.(『정동 이론』 22~23쪽 참조) 그 밖에도 여러 학술서적, 대중서적, 논문과 기사들에서 “정동”이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다른 한편, 정동 이론이 소개된 후 국내외에서 이 개념과 이 개념을 도구로 이론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대해서 정동은 개인적이고 비정치적인 개념이라는 비판, 파시즘과 연관되어 있다는 비판, 개인적 친밀성 문제에 불과하다는 비판 등 여러 관점에서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 책은 이런 비판과 오해에 답하면서 독자들에게 정동 개념이란 어떤 지형 속에 위치한 개념인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안내서이다.
정동에 대한 오해 1 : 정동은 감정과 같은 것이 아닌가요?
많은 사람들이 정동을 감정과 같은 것이라고 오해한다. 하지만 마수미는 “감정은 정동의 아주 부분적인 표현일 뿐”이라고 말한다.
▶ 감정은 정동의 아주 부분적인 표현입니다. 감정은 단지 기억들 중에서 제한된 선택만을 이끌어낼 뿐입니다. 예컨대 특정한 반성이나 경향성을 활성화할 뿐이죠. ‘경험하기의 경험하기’가 가지는 모든 깊이와 폭을 그 누구의 감정 상태도 포괄할 수 없습니다 ― 우리의 경험은 시종일관 그 스스로 이중화됩니다. 의식적인 사유 역시 이와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감정을 느끼거나 특정한 사유를 생각할 때, 바로 그 지점에서 나올 수 있었던 다른 모든 기억, 습관, 경향들은 어디로 가버렸겠습니까? 또한 정동하기와 정동되기로부터 분리될 수 없는 몸의 능력들은 어디로 가버렸겠습니까? 어떠한 지점이 주어지든 그 모든 능력들이 실제로 표현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이 완전히 부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다음 단계에서 틀림없이 새로운 다른 선택이 나올 테니까요. 그들은 여전히 거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가상적으로 ― 즉 잠재태 안에 있습니다. 따라서 하나의 전체로서의 정동은 잠재태들의 가상적 공존이라 할 수 있습니다.(『정동정치』, 26쪽~27쪽)
정동에 대한 오해 2 : 정동정치학은 본질적으로 파시스트적이지 않나요?
마수미는 “정동정치학”이 파시스트적이라는 오해는 정동을 원초적인 자극-반응 체계라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지적하면서, 정동을 인과 구조와는 다른 ‘기폭작용’과 연결지음으로써 이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다.
▶ 정동에 대한 잘못된 믿음은 정동을 원초적인 자극-반응 체계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대신에 저는 그것을 ‘기폭작용’(priming)과 연결시킵니다. 기폭은 자극-반응이라고 하는 선형적인 인-과 구조가 아닙니다. 조율과 연관이 있습니다. 조율은 간섭하고 공명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비선형적입니다. 자극-반응은 제한된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것은 반사운동이 되어, 조정 능력, 변주 능력, 미래의 힘을 상실하여, 세상에 대해 조금도 놀라지 않는 습관의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것은 반복의 힘만큼이나 작용인이 거의 될 뻔했던 권태로운 습관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인과관계 안에서 ‘흡사’(quasi)를 놓아버렸습니다. 또한 정동정치를 파시스트로 비판할 때, 거기에는 비의식적 과정을 사유의 부재로 본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비의식적 과정은 사유의 탄생이라는 들뢰즈와 가따리의 말을 저는 믿습니다. 그것은 배아적 사유로서, 다가오는 행위 속에서 존재의 역량을 표현하는 시간의 강요에 의해 움직입니다.(『정동정치』, 108쪽~109쪽)
정동에 대한 오해 3 : 정동은 개인적인 문제 아닌가요? 어떻게 “정동정치”를 말할 수 있나요?
마수미는 정동은 항상 관계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정동은 언제나 정치적이라고 답한다.
▶ 정동하고 정동되기’의 공식은 또한 원-정치적이다. 그 정의 안에는 관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동하고 정동되기는 세계로 열리는 것이며, 세계 안에서 적극적[능동적]이 되는 것이며, 세계의 귀환 활동을 견디는 것이다. 이 개방성 또한 기본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이것은 변화의 선봉이다. 형성-중-인-사물들이 변형을 시작하는 것은 이 개방성을 통해서이다. 마주침들 속에서, 다시 말해, 사건을 통해 우리는 언제나 정동하고 정동된다. 정동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 것이며,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사건이 된다는 것이다.(『정동정치』, 13쪽)
“철학은 살아 있는 실천일 수 있다.”(Philosophy Can Be a Living Practice.)
마수미와 <감각실험실>(SenseLab) : 예술, 정치, 철학의 교차점에서
브라이언 마수미의 작업을 설명할 때 그와 (이 책의 대담에도 여러 차례 등장하는) 에린 매닝을 비롯한 예술가, 활동가, 연구자들이 함께 꾸려가고 있는 캐나다의 <감각실험실>(SenseLab)을 빼놓을 수 없다. 브라이언 마수미와 에린 매닝이 2014년 9월에 한 Tedx 강연(https://youtube.com/watch?v=D2yHtYdI4bE&t=72s)에서 에린 매닝은 2004년에 <감각실험실>을 처음 만들 때 “도래할 정치를 다시 상상하기 위해서, 예술과 철학의 교차점에서 공동체와 대학의 구성원들이 만날 수 있는 환경을 창조하고자 했습니다. 저는 <감각실험실>을 ‘행위-중인-사유’를 창안하는 실험실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러자 브라이언 마수미는 “저는 항상 철학이 실험적 실천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라고 덧붙인다.
이 책 『정동정치』에서도 마수미는 <감각실험실>의 활동에 대해 여러 곳에서 설명한다. <감각실험실>은 “예술과 학문 제도”(119쪽)가 서로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마수미는 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학문 측에서 예술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정교한 언어표현을 추구하는 경향이나 성향입니다. 예술 쪽에서는 어떤 대상이나 체계나 상호작용에 철저하게 언어를 초과하는, 적어도 언어의 표준화된 외연이나 지시적 사용을 초과하는 강렬도를 투자합니다. 우리는 그 두 경향을 결합하고 싶었습니다 : 개념들을 정교한 언어 표현으로 가져오기, 그리고 지각과 경험을 강렬화하기.”(119쪽) <감각실험실>에서 마수미와 동료들은 예술과 철학, 정치를 넘나들고 뒤섞는 다양한 종류의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정동정치를 실험한다. 이 책 『정동정치』의 곳곳에 소개된 <감각실험실>의 활동 내용은 예술, 정치, 철학의 다양한 혼합을 모색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많은 영감을 줄 것이다. (<감각실험실>의 활동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http://senselab.ca/wp2/에서 볼 수 있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브라이언 마수미 (Brian Massumi, 1956~ )
1987년에 프랑스 문학으로 예일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몬트리올 대학 커뮤니케이션학과에 재직 중이다. 코넬 대학, 유러피안 대학원, 캘리포니아 대학, 런던 대학 등에서도 강의했다. 감각론과 미학, 정치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학제 연구를 해 왔으며, 몬트리올에서 결성된 <감각실험실>(SenseLab)을 거점으로 하는 다양한 분야 저자들과의 공동 작업도 활발하다. The Power at the End of the Economy (Duke University Press, 2014), What Animals Teach Us about Politics (Duke University Press, 2014), Ontopower : War, Powers, and the State of Perception (갈무리, 근간), Politics of Affect (Polity, 2015); 『정동정치』(갈무리, 2018), Semblance and Event (MIT Press, 2011); 『가상과 사건』(갈무리, 2016), Parables for the Virtual : Movement, Affect, Sensation (Duke University Press, 2002); 『가상계』(갈무리, 2011), A User’s Guide to Capitalism and Schizophrenia : Deviations from Deleuze and Guattari (MIT Press, 1992); 『천개의 고원 ― 사용자 가이드』(접힘펼침, 2005) 등의 단독 저서들과 다수의 공저가 있다. 프랑스 저서의 영역자로서도 활동했으며, Jacques Attali, Noise : The Political Economy of Music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985), Gilles Deleuze·Felix Guattari, A Thousand Plateaus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987) 등의 역서가 있다.
옮긴이
조성훈 (Jo Sung Huun)
문학박사(영문학). 문예비평가. 계간문예비평지 『비평』(2001)에 예술론인 「문학(예술)에서의 본질과 표현 : 전체성의 새로운 모델」로 비평계에 입문을 하였고, 그 후로 학술·문화 관련 논문과 평론들을 잡지에 기고하면서 번역·저작 활동과 아울러, 현재는 들뢰즈의 영화와 예술 그리고 미디어론에 관한 강의와 저술 작업을 하고 있다. 주요 저술로는 『들뢰즈의 씨네마톨로지』(갈무리, 2012), 『들뢰즈의 잠재론』(갈무리, 2010)과 아울러 다수의 발표 논문들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프레드릭 제이미슨의 『지정학적 미학』(현대미학사, 2007), 브라이언 마수미의 『가상계 : 운동, 정동, 감각의 아쌍블라주』(갈무리, 2011) 등이 있다.
책 속에서 : 『정동정치』가 그리는 정동의 지도
정동은 우리 인간의 중력장 같은 겁니다. … 젠더라고 하는 문화적 ‘법칙’은 우리의 존재를 만드는 일부이고, 우리를 개체로 생산하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젠더 정체성에서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젠더를 반전시킬 수는 있을지 모릅니다. 그것이 개체적인 문제일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개체들 간의 간섭과 공명 패턴을 비틀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것은 관계적인 문제입니다.
― 1장 항해 운동, 27쪽
자본주의는 정동을 심화하고 다양화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오로지 잉여-가치를 뽑아내기 위해서입니다. 자본주의는 가능한 이익을 강화하기 위해 정동을 납치합니다. 말 그대로 정동을 가치화하는 것이죠.
― 1장 항해 운동, 48쪽
권력은 정동적입니다. 여기서는 미디어의 역할이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정치권력, 국가권력은 더 이상 국가 이성을 통해 합법화되지 않습니다. 정부 판단을 제대로 적용한다고 합법화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정동적인 경로를 통해야 합니다.
― 1장 항해 운동, 61쪽
정동은 사건입니다. 또는 모든 사건의 어떤 차원입니다. 그 개념에서 제가 흥미를 가진 것은, 우리가 그것을 다양성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어떤 의문의 장, 문제의 장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곳은 주체성이나 생성이나 정치적인 것에 대해 의문을 가졌던 습관적인 구분들이 대체로 적용이 안 되는 것으로 표시됩니다.
― 2장 미시지각과 미시정치학, 83쪽
이데올로기의 개념이 단순히 정동의 개념들을 묵살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정동의 개념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동원합니다. 정동은 기본적으로 망상적인 것으로 간주됩니다.
― 3장 이데올로기와 탈출, 135쪽
우리가 정동 안에 있는 것이지, 정동이 우리 안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적 삶의 주관적 내용이 아닙니다. 그것은 관계의 장에서 느껴지는 질입니다. 그것은 언제나 ‘그-이상’입니다.
― 4장 파국 장에서의 정동적 조율, 187쪽
정동을 스피노자처럼 정의하면, 즉 정동적 영향을 주거나 정동적 영향을 받는 능력으로 정의하면, 그것이 모든 활동성의 차원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 활동성을 주관적으로 분류하든 객관적으로 분류하든 말이지요. 언어에 정동적 차원이 존재한다는 점은 명백합니다. 정동은 이미 접시 위에 있습니다. 우리가 선호하는 지성적인 식단이 어떠하든 말이죠.
― 5장 즉접, 221쪽
정동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잠재의 생태학의 차원에서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고 다양화하는 사건의 차원에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돌봄’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바꿉니다. 우리가 진짜로 돌보고 있는 것은 우리의 분리된 자아가 아닙니다. 다른 개체들도 아닙니다. 우리는 사건을 돌봄으로써 그 둘 모두를 돌봅니다.
― 6장 몸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288쪽
정동은 본성상 초개체적이다. 그러나, ‘초개체적’은 군중심리학에서 말하는 ‘집단적’과 동의어가 아니다. 반대로 그것은 서로 관계하는 차이화의 운동으로 스스로를 표현한다.
― 결론을 대신하여, 293쪽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가상과 사건 ― 활동주의 철학과 사건발생적 예술』(브라이언 마수미 지음, 정유경 옮김, 갈무리, 2016)
사건은 늘 지나간다. 어떤 사건을 경험한다는 것은 그 지나감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 현실적으로 현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방금-존재했던 것과 곧-존재하려고-하는-것을 포괄하는 경험을 지각하는가? <가상과 사건>에서 브라이언 마수미는 윌리엄 제임스,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질 들뢰즈 등의 저작에 의존하여 ‘가상’이라는 개념을 이 물음에 접근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전개한다.
『가상계 ― 운동, 정동, 감각의 아쌍블라주』(브라이언 마수미 지음, 조성훈 옮김, 갈무리, 2011)
윌리엄 제임스의 급진적 경험주의와 앙리 베르그송의 지각에 관한 철학을 들뢰즈, 가타리, 그리고 푸코와 같은 전후 프랑스 철학의 여과를 통해 재개하고 평가하면서, 마수미는 운동, 정동, 그리고 감각의 문제와 변형의 문화논리를 연결시킨다. 운동과 정동 그리고 감각의 개념들이 기호와 의미작용만큼이나 근본적인 것이라면, 새로운 이론적 문제설정이 출현한다. 또한 그 개념들과 아울러 과학과 문화이론의 새로운 잠재적 가능성이 열린다.
『정동 이론』(멜리사 그레그, 그레고리 J. 시그워스 엮음, 최성희 외 옮김, 갈무리, 2015)
이 선집은 정동 연구라는 이제 막 발아하는 분야를 정의하는 시도이자, 이 분야를 집대성하고 그 힘을 다지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글쓴이들은 정동 이론의 주요 이론가들을 망라하고 있다. 정동이란 의식적인 앎의 아래와 곁에 있거나 그것과는 전반적으로 다른 내장[몸]의 힘으로서, 우리를 운동과 사유, 그리고 언제나 변하는 관계의 형태들로 인도한다.
『정동의 힘 ― 미디어와 공진(共振)하는 신체』(이토 마모루 지음, 갈무리, 2016)
전자미디어가 창출하는 네트워크가 인간사회의 기본적 환경의 하나가 되면서 생기는 사회현상 및 인간의 지각이나 감각의 변용을 이론적으로 고찰하는 책이다. 포스트포디즘적 산업구조는 정보서비스 산업을 확대시켰고, 지식이나 커뮤니케이션, 감정 등을 자본축적의 자원으로 활용했으며, 한편 불안정한 노동자층을 글로벌하게 양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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