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경실련에서 회원 인터뷰도 하고 있지만, 올해는 회원들 글도 직접 실어보려고 합니다. 이번 호는 북한산 아래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고 있는 박미라 회원님 이야기입니다. 우리소리(민요)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이야기, 판문점 선언이 있던 날 아이들과 들살이 다녀온 이야기 보내주셨네요.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어오는 때에 좋은 글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이들과 평화를 노래해요”

 

박미라 회원(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교사)

[email protected]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북한산 자락 아름답고 정겨운 마을,

맑은 날이면 멀리 인수봉이 또렷이 보이고 맑게 흐르는 물소리 시원히 들리는 이 곳에서, 산만큼이나 물 만큼이나 맑고 밝은 아이들이 노래합니다.

저는 마을에 자리한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우리 소리(민요) 가르치고 있어요. 요즘 곳곳에서 들려오는 평화의 바람을 타고, 아이들과 바람 되어 노래하며 지내고 있어요. 우리의 바람 실은 노래가 바람 타고 온누리 널리 널리 퍼지고, 하늘 높이 높이 올라 하늘에 닿기를, 하늘에 닿은 뜻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노래하고 있어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아름다운 평화의 바람

한라에서 백두 넘어 온누리 불어라’

 

우리 소리에는 흥과 한이 함께 있어요. 아주 슬픈 일을 만날 때, 아픈 상처로 괴로울 때, 울고 싶을 때 노래했어요. 지금의 아픔과 괴로움을 소리로 풀어내면서 동시에 희망을 내다보며 노래했어요. 흥겹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명나고 흥겹게 노래했어요. 내 형편이 어려우니 노래라도 신나게 해보자 했던 것이었을까, 마음의 신음 달래보자 했던 것이었을까, 지금은 힘들지만 곧 좋은 날 오겠지 했던 것이었을까, 우리네 어른들은 노래에 일상의 순간과 마음을 담았어요. 그래서일까 우리 소리 듣고 부르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젖어들고 그네들 삶이 그려져요.

한반도의 평화를 노래하며, 우리 땅 곳곳의 소리들 찾아 아이들과 함께 부르고 있어요. 제주도를 시작으로 팔도의 노래, 북쪽 노래들도 함께 찾아 부르려고 해요. 노래 속에는 터한 곳의 말과 삶이 담겨 있어 재미나고 새로워요. 아이들에게 터한 곳의 이야기 함께 들려주면 노래들이 더욱 살가워 재미나게 입에 오르내려요.

우리 소리에 우리의 바람 담은 노랫말을 붙여보기도 해요. 즐겨 부르는 군밤타령, 아리랑, 진도아리랑, 너영 나영, 옹헤야 노랫말에 지금 우리네 삶과 흥을 새롭게 입혀보는 것이지요.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한라에서 백두넘어 어~얼싸 바람이 분다

얼싸 좋네 아 좋네, 생명 평화

에헤라 고운 울림이구나~

 

싸움다툼 멈추고서 새로만나 얼싸안고 옹헤야~

에헤에헤 (옹헤야) 어절시고 (옹헤야) 잘도논다 옹헤야~

 

남과 북이 만나 함께 평화 이루며 살자 약속하고 다짐하던 시간, 저는 용문산 허리춤 드넓은 곳에서 아이들과 마음껏 달리며 놀고 있었어요. 학교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산과 들로 나가 마음껏 뛰어놀고, 자연이 주는 너른 품에 안겨 쉼을 얻는 ‘들살이’ 다녀와요. 그 날은 2박3일 일정으로 갔던 봄 들살이 마지막 날이었어요. 들살이 일정 중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고 설레 하며 준비하는 시간은 마지막 날 밤에 펼쳐지는 ‘뽐내기밤’이라는 시간이예요. 아이들이 함께 나누고 펼치고 싶은 것들 노래, 춤, 연주 등 다양한 공연들을 스스로 만들어 서로에게 뽐내는 시간이지요. 그 날은 모두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남과 북이 만나는 다음날을 축하하고 싶었던 마음이 서로 통했는지 남북정상회담 전야제와도 같은 공연들이 펼쳐졌어요.

 

하나가 되자, 하나가 되자

이 기쁨을 누구에게 전할까

이 노래를 이 춤을 희망을 내일의 우리들에게..

 

문득 외롭다 느낄때 하늘을 봐요

같은 태양 아래 있어요 우린 하나예요

마주치는 눈빛으로 만들어가요

나즈막히 함께 불러요 사랑의 노래를

작은 가슴 가슴마다 고운사랑모아

우리함께 만들어가요 아름다운 세상

 

혼자선 이룰수 없죠 세상 무엇도

마주잡은 두손으로 사랑을 키워요

함께 있기에 아름다운 안개꽃처럼

서로를 곱게 감싸줘요 모두 여기모여

 

아이들이 꿈꾸고 바라는 마음이 서로 안에 고이 담기는 가슴 따뜻한 시간이었어요. 남과 북이 만나는 시간, 아무 걱정 없이 마음껏 뛰어다니며 웃는 아이들 보면서 모두가 저렇게 마음 다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빌었어요.

남과 북의 약속이 그저 다짐이나 말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 담아, 우리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 갈 하나 된 세상 꿈꾸며 오늘도 신명나고 흥겹게 노래합니다. 얼씨구~^^

 

▪ 월간경실련에 회원 이야기 싣고 싶은 회원님들은 언제든 연락주세요. ^^

(회원팀 윤은주 간사: 02)766-5628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