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도요새들의 이동 시기가 되었다. 4~5월까지 도요새들은 호주에서 시베리아나 몽고로 이동한다. 이동 과정 중에 우리나라 서해안 일대를 통과하면서 먹이를 보충한다. 우리나라는 도요새들의 경유지이자 휴게소 같은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영양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베리아나 몽고의 이동과정에서 죽거나 번식에 실패하게 된다. 때문에 우리나라 서해안의 갯벌은 매우 중요하다. 갯벌과 함께 우리나라 농경지 등을 이용하면서 통과하는 도요새들이 있다. 갯벌과 농경지는 그래서 새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농경지(논)를 이용하는 도요새들이 많기 때문에 논을 새들이 이용하는 습지로 인식하여 국제적으로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국제습지보호 협약인 람사에서는 2008년부터 논습지를 중요한 생태서식공간으로 인정하고, 보호지역을 늘리고 있다. 우리나라 강화 매화마름서식지도 논습지가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새들은 논의 1년살이에 맞춰 새들은 적응했다. 뜸부기의 경우 우리나라 논의 모가 자신의 키만큼 컸을 때쯤 우리나라를 찾는다. 도요새들의 경우 논에 물을 대기 시작하는 시점에 우리나라에 도래하고, 논에서 채식과 휴식을 취한다.
세종시에도 이런 새들의 생태계를 위해 매우 중요한 공간이 있다. 바로 장남평야이다. 세종시가 개발되면서 유일하게 남겨진 농경지인 장남평야에는 희귀 새들이 많이 찾아온다. 특히 농경지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도요새가 장남평야에서 확인되고 있다. (관련기사: ‘친환경 도시’ 세종시? 장남평야의 중요성부터 깨닫길 )
그런 도요새중에 장남평야에서 아직 관찰되지 않았던 제비물떼새를 대전환경운동연합에서 지난 5월 2일 최초로 확인했다. 2일 찾아온 제비물떼새는 10일까지 약 1주일간 장남평야에 머물다 북상했다. 이번에 확인된 제비물떼새는 총 3개체이다. 논갈이를 시작하고 아직 물을 대지 않은 시점에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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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남평야를 찾은 제비물떼새 . | |
ⓒ 안광연 |
제비물떼새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제비처럼 비행하고 날렵하게 생겼다. 생김새 역시 강한 인상을 가지고 있어 눈에 띄는 종이다. 제비물떼새의 학명은 Glareola maldivarum 이다. 자갈 밭에 둥지를 트는 습성으로 인해 ‘자갈’을 뜻하는 ‘Glareola’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번에 관찰된 제비물떼새는 마른논에서 먹이를 찾으며 비행하고 있었다.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하지 않아 가까이 갈 수 있었다. 이로서 장남평야를 찾는 도요새는 1종 추가되었다. 얼마전에 추가한 큰물떼새까지 올해 벌써 2종이 장남평야에서는 최초로 관찰되었다.(관련기사: 장남평야에 나타난 큰물떼새)
도요물떼새만 30종에서 32종으로 추가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도요새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은 대한민국에 그리 많지 않다. 특히 내륙지역에 속하는 곳에서는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가치가 높은 농경지를 보전하는 일은 지자체와 국가 모두가 해야할 책무에 해당한다.
하지만, 행복도시건설청은 이런 농경지를 없애고 단순한 공원을 만들려하고 있다.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가는 논을 생태계의 보전지역으로 인정하고 공존하려는 모습과 배려가 지금시점에 필요하다. 행복도시건설청이 추진하는대로 공원이 조성된다면, 매년 찾아오는 희귀도요와 철새들은 이제 세종시에서 만날 수 없다.(관련기사: 우리도 홍콩 습지 공원은 꿈이 아니다 )
세계적 환경도시 세종시를 꿈꾸는 시민들에게 생명의 공간이 되는 장남평야를 그대로 보전할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 한번 개발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멸종위기종들이 찾아와 서식하는 장남평야는 개발 대상이 아닌 보존 대상이어야 한다.